장자(莊子)의 ‘망(忘)’과 ‘화도(化道)’

[2019년 7월 12일 / 제228호] 영암우리신문l승인2019.07.12l수정2019.07.12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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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가 / 시사평론가
김 갑 수

우리는 흔히 광장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쉽게 친해진다. 같은 당원, 같은 노조원의 경우라면 더욱 더 가까운 사이인 줄로 안다. 같은 정치인을 지지하는 모임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촛불’에도 분열이 있고 당과 조합에서도 갈등과 알력이 발생한다. 관찰해 본 결과 특정 정치인 지지 모임은 더욱 그렇다. 이 모두가 크게 보아 사회적 만남이기 때문이다.
물이 부족한 웅덩이에서 물고기는 서로 부딪히며 팔딱거리지만 넓은 바다 속에서는 타자를 상관하지 않고 헤엄칠 수 있다.
“웅덩이의 물이 마르면 물고기는 살기 위해서 팔딱팔딱 거리며 땅위에 달라붙어서 서로 촉촉한 물기를 끼얹어 주고 물거품으로 적셔 준다. 이것은 물고기가 넓은 강과 호수에서 서로 부딪히지 않으면서 지내는 것보다 못하다. 역사적으로 요를 성군이라 예찬하고 걸을 폭군이라 비방했다. 이것은 서로를 잊어버리고 변화의 도와 더불어 바뀌어 가는 것보다 못하다.”(《장자》, 〈대종사〉 편)
장자는 가뭄이 심한 여름날 바깥나들이를 했다. 그는 길을 걷다가 웅덩이의 물이 말라 물고기들이 서로 몸을 비비며 숨을 헐떡거리는 장면을 보았다. 그는 물고기가 살려고 아등바등 하는 모습에서 강한 나라를 만드느라 경쟁하면서 고통으로 신음하는 인간들의 모습을 읽어냈다.
넓은 강이나 호수 그리고 바다에서는 물고기들이 이럴 필요가 없다. 그 속에서는 오히려 적당한 거리를 두고 살아가야지 서로 가까이 다가간다면 불편해진다. 넓은 물의 물고기는 타자에 의지하지 않고 각자 생태환경에 적응하면서 살아갈 수 있다. 즉 남이 어디로 가고 무엇을 하는지 개입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대체로 우리는 소통에는 의존이 있어야 하고 연대에는 간섭이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장자는 어떤 목적을 위해 서로 강하게 의존하거나 서로 간섭하는 상황을 부정적으로 보았다. 그렇다고 해서 장자가 연대와 소통의 광장을 거부하고 단절과 고독의 움막으로 들어가려 했던 것은 전혀 아니다.
우리가 진정한 연대와 소통을 이루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장자의 말 중에서 ‘망(忘)’과 ‘화도(化道)’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물고기건 사람이건 타자와 관계를 맺으면 그 사이에 교류와 기억이 생기게 된다. 이를 통해서 서로의 관계는 첫 만남처럼 되지 않고 관계의 지속이라는 관성을 띠게 된다. 그런데 이런 관성이 진정한 소통과 연대를 오히려 해치는 것이다.
장자는 관계를 갖더라도 관계에서 생기는 것을 모두 잊으라(忘)고 했다. 예컨대 내가 어제 한 사람을 길에서 보고 오늘 또 봤다고 하자. 보통은 “어제 보고 오늘 또 보네요. 우린 서로 인연인가 봅니다.”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게 나온다. 만남의 반복이 ‘인연’으로 묶이게 되는 것이다.
장자는 타자와 인연으로 묶는 것을 반대한다. 장자에 의하면 ‘나’는 어제 한 사람을 보고 오늘 한 사람을 본 것이다. 어제의 그 사람과 오늘의 이 사람은 같은 사람이 아니어야 한다. 즉 나는 같은 사람을 두 번 본 것이 아니다.
이로써 사람은 서로에 대해 인연으로 묶이는 것이 아니라 늘 처음처럼 낯선 사람으로 남아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람의 사이는 손님의 관계로 있을 뿐이다. 우리는 손님에게 뭘 요구하지 않고 환대한다. 손님에게 나와 같은 생각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렇게 우리가 서로간에 손님으로 남아 있을 때 부담도 없고 간섭도 없이 진정한 소통과 연대를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장자가 말하는 ‘화도(化道)’이다. 일찍이 공자는 “군자는 화합하지만 같아지지는 않고(和而不同) 소인은 같아지려 하지만 화합하지 못한다.(同而不和)”라고 했다. 사람은 각자 제 갈 길을 그때그때 다르게 가는 것일 따름이다. 
그러므로 서로에게 동화(同化)나 합일을 요구하지 않는다. 장자가 추구했던 나라는 타인과 서로 손님으로 만나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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