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 신북면 양계리 서동마을은 나주시 반남면과 영암군 신북면의 경계에 있는 곳이다.
영암읍에서 다소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작은 마을이지만, 예부터 이곳에는 반남 고분군에서 출토된 독무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옹기를 제작해 생계를 이어가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현대에는 산업화로 문명이 발달하면서 대량생산으로 편리하게 오래 쓸 수 있는 플라스틱과 스테인리스의 사용이 늘어, 만드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전통 그릇을 생산하는 곳은 거의 없어졌다. 그런데도 아직 이곳에 조상 때부터 전해져 내려온 가업을 잇고자 전통 옹기를 만들고 있는 장인이 있다.
영암전통민속옹기 이성수 대표는 1969년생으로 전통 옹기를 빚는 집안에 태어나 가업을 잇는 것보다 공부하라는 부모의 권유로 대학 졸업 후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했다.

그러나 어릴 적부터 어깨너머로 본 아버지의 옹기제작 과정을 다시금 떠올리며 아버지에게 틈나는 대로 배우기 시작했고, 다시 시골로 내려와 본격적인 옹기 장인의 길을 걷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시작해 옹기를 빚은 세월이 어언 10년이 넘었다는 이 대표.
할아버지 때부터 자신과 동생까지 3대가 이어오고 있는 옹기 제작은 옹기의 가치를 알아본 사람들이 찾아오면서 입소문이 퍼져 TV와 영화 촬영 협조를 할 만큼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하지만 늘 그렇게 순탄한 것만은 아니었는데, 조상 때부터 내려오던 옛날식 가마를 고쳐 현대식 가마로 만들고 공장을 개설해 대량생산이 가능해졌지만, 2013년 동생이 운영하는 옹기공장에 불이 나면서 동생이 다치고 재산피해를 입어 한때 어려움을 겪었다. 그리고 옹기 제작 자체가 기물이 크고 무거워 육체적으로 고된 직업이기 때문에 배우는 사람들이 줄어 인력난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 대표는 “요즘은 예전처럼 옹기 제작과정에서 진흙을 채취해 쳇바퀴에 타림질을 하는 방식보다 석고 틀을 이용해 모양을 만드는 방법을 사용하게 되어 대량생산이 가능해졌다. 그래서 인력이 부족해도 가족끼리 운영할 수 있다”며 “손으로 만드는 방식만 고집하면 모양이 세련되지 못하고 크기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또 옹기는 흔히 ‘숨 쉬는 그릇’으로 불리며, 발효식품을 많이 담는데 현대적 방식으로 제작하면 그 부분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이 대표는 “가장 중요한 재료인 옹기 토(土)를 이용해 천연유약인 ‘잿물’을 바르기 때문에 그런 걱정은 할 필요 없다. 사실 그 부분을 잘 모르는 분들이 많아 옹기를 잘못 사용해 음식을 버리는 분들이 계셨다”면서 “가장 좋은 옹기를 고르는 방법은 천연유약의 사용 유무를 따져보면 된다. 납성분이 들어간 인공유약은 옹기의 숨구멍을 막아 그냥 보통 유리병과 같아진다. 그러나 천연유약은 옹기의 빛깔을 자연스럽게 내고, 음식을 저장하고 발효하는 역할도 톡톡히 한다”고 답했다. 그리고 “만약 처음 사용한 옹기에 장을 담았다면 장만 계속 담아야 한다. 나중에 다른 음식을 담으면 그 음식의 맛이 변질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부분이 옹기 사용의 가장 큰 장점이자 주의할 점이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오늘도 어제처럼 내일도 오늘처럼 늘 작업장에서 흙을 반죽하고 물레를 돌리고 옹기를 빚고, 너무 마르면 깨지는 옹기를 적당시간에 맞춰 건조 시키고 현대식이지만, 12시간을 가동해야 하는 가마 앞에서 땀을 흘리며 또다시 옹기를 구울 것이라고 했다. 이토록 매일 반복되는 지루하고 고된 일상을 버티며 살아가는 이유는 그가 믿는 한 가지 굳은 믿음이 있기 때문인데, 이 대표는 “욕심을 비우고 꾸준히 만들면 음식처럼 옹기도 거짓말하지 않는다”며 오랫동안 믿고 지켜온 깊은 자부심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