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공룡이 삼켜버린…무주 ‘덕유산’

[2019년 6월 7일 / 제223호] 관광자원·콘텐츠 풍부한 무주 덕유산 / 대기업과 지역 상권의 ‘상생’…딜레마 우용희 기자 · 장정안 기자l승인2019.06.07l수정2019.06.08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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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국립공원은 지역(관광)발전의 걸림돌인가, 디딤돌인가

전남의 대표적 국립공원인 월출산은 영암군민들에게 관광산업화라는 측면에서 화려함과 빈곤함을 함께 가진 동전의 양면과 같은 존재다. 월출산의 수려한 자연환경에 더해 결코 녹록치 않은 등반코스의 완주를 꿈꾸는 수많은 등산애호가들이 이곳을 찾지만 영암군이 목표로 하는 사계절 관광과는 좀처럼 거리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국내 다양한 국립공원의 사례를 찾아 월출산을 통한 영암군민들에게 오랜 목마름인 지역발전의 활성화에 대한 현실과 전망을 7차례에 걸쳐 알아본다.

< 글 싣는 순서 >
1회 : 30년째 바라만 보는 월출산, 멈춰선 지역발전
2회 : 눈·탄광·동굴 등 자연을 담아낸 ‘태백산’
3회 : 천혜의 환경, 구례군 콘텐츠가 주목되는 ‘지리산’  
4회 : 군사시설을 주민 품으로…서울 속 힐링여행지 ‘북한산’
5회 : 대기업 공룡이 삼켜버린…무주 ‘덕유산’ 
6회 : 생태관광 및 교육의 명소로 발돋움한 ‘변산반도’ 
7회 : 영암미래 30년 고민해야 하는 월출산 ‘발전 방향’

 

 

대기업 공룡이 삼켜버린…무주 ‘덕유산’

백두대간의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는 덕유산은 1975년 10번째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행정구역 상 전라북도 무주군과 장수군, 경상남도 거창군과 함양군 등 영·호남 4개 군에 걸쳐 있으며, 총 229.43㎢의 면적이 공원구역으로 지정되었다. 
덕유산은 남한에서 네 번째로 높은 산으로 주봉인 향적봉(1614m)과 남덕유산을 잇는 능선을 따라 적상산·두문산·칠봉·삿갓봉·무룡산 등 1000m 이상의 높은 산들이 하나의 맥을 이룬다. 북사면에서 발원하는 원당천은 깊은 계곡을 흘러 무주구천동의 절경을 이루며 금강으로 흘러든다. 
산기슭에는 상수리나무 등의 숲이 울창하며 가문비나무·분비나무·눈향나무·주목·구상나무 등이 자라고, 특히 아고산대 생태계의 보존가치 또한 매우 높은 곳으로, 높이 1500m 이상의 고산지대에는 철쭉 등이 자라는 초지를 이루어 식물의 수직분포를 보인다. 또, 곰·사향노루 등의 희귀동물이 서식하고 야생조류·곤충류·거미류의 종류가 많아 자연학습장으로도 이용되고 있다.

 

관광휴양에 최적화된 ‘무주구천동 관광특구’

‘덕이 넉넉하여 만인을 살린 산’이라 해서 ‘덕유산(德裕山)’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 이곳은 봄에는 철쭉, 여름에는 계곡, 가을에는 오색단풍, 겨울에는 설경의 아름다움이 어우러져 많은 관광객들이 찾고 있다. 
이 가운데 덕유산국립공원을 대표하는 경승지는 역시 무주구천동이다. 무주군 설천면에 위치한 무주구천동 계곡은 덕유산국립공원 북쪽의 70리에 걸쳐 흐르는 계곡으로 입구인 라제통문을 비롯하여 은구암, 와룡담, 학소대, 수심대, 구천폭포, 연화폭포 등 구천동 33경의 명소들이 계곡을 따라 위치해 있다. 여름철의 무성한 수풀과 맑은 물은 삼복더위를 잊게 해주며 온 산을 붉게 물들이는 가을철의 단풍과 겨울철 설경 등 사시사철 아름다운 경치를 볼 수 있다.
특히 무주구천동 계곡 일대의 7.61㎢는 1997년 관광특구로 지정돼 국립공원사무소·터미널·공공시설·주차장·숙박시설·음식점·유흥시설·편의점·기념품판매점 등 관광휴양에 최적화되어 있다. 또한 국립공원공단에서도 캐빈 통나무집, 캠핑트레일러, 오토캠핑장, 자연학습장(야영장) 등의 대단위 야영시설을 갖추고 ‘덕유대 종합야영장’을 직접 운영하고 있어 기업·학교의 단체 수련장으로 많이 이용되고 있으며, 가족단위의 야영객들에게도 인기가 많다.   

 

관광편의의 집대성 ‘무주리조트·관광곤도라’

첩첩산중의 오지였으며 한반도의 청정 지역이었던 인구 2만5000여명의 무주군이 유명해지고 관광지로 떠오른 것은 불과 20여년밖에 되지 않았다.
바로 국민들의 생활수준이 높아지며 겨울철 레저 활동과 동계스포츠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무주군이 전주시와 공동으로 ‘1997년 동계 유니버시아드 대회’를 개최하면서부터였다. 더 큰 도약을 꿈꾸던 무주군은 2010년과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에도 나섰지만, 국내 후보지 선정과정에서 강원도 평창에 밀리며 올림픽 유치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이를 소재로 무주에서 촬영했던 영화 ‘국가대표’가 흥행하며 자연스레 무주군도 홍보효과를 톡톡히 누리게 됐다. 
동계 유니버시아드 대회의 개최 장소이자 영화 촬영지였던 ‘무주덕유산리조트’는 무주군 설천면 소재의 덕유산국립공원 내 해발 800~1500m 산중에 약 7㎢의 부지로 조성된 휴양단지다. 
당초 무주덕유산리조트는 전라북도 연고 기업인 쌍방울이 1990년 개장한 스키장을 중심으로 한국의 대표적 산악형 리조트로 건설해 운영했다. 하지만 쌍방울그룹은 리조트 개발과 동계유니버시아드 대회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했다가 결국 1997년 부도처리 됐고, 외국자본과 대한전선에 이어 2011년 재개 16위(2019년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기준)인 부영그룹이 인수해 운영하고 있다.
연간 250만명의 관광객이 찾는 이곳은 스키장 시설·골프장을 비롯해서 각종 오락시설·호텔·콘도미니엄·컨벤션 센터·상가 등이 갖추어져 있으며, 하루 약 1만2000여명의 숙박이 가능한 국내 최대 규모의 국립공원 내 관광 휴양지로 손꼽힌다. 수려한 자연환경과 함께하는 무주덕유산리조트는 건물과 거리 등 모든 시설들이 산악지형과 어울리는 오스트리아 풍으로 이루어져 있어, 리조트 입구에 들어서면 마치 유럽에 와있는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또한, 리조트 내에 있는 관광곤도라를 이용하면 해발 1520m 고지의 설천봉까지 올라갈 수 있다. 시간당 2400명을 수송할 수 있는 관광곤도라를 타고 올라간 설천봉에도 편의점과 식당·카페 등의 시설이 갖춰져 관광객에 편의를 제공하고 있으며, 이곳에서 2~30분가량 쉬엄쉬엄 오르면 덕유산 정상에 도착하며 광주 무등산까지 한 눈에 볼 수 있는 확 트인 전경이 눈앞에 펼쳐진다.

 

청정 자원과 독특한 볼거리 풍부…무주 덕유산

덕유산에 둘러싸인 전형적인 산골이지만 천해비경을 간직한 무주는 청정의 상징인 ‘반딧불이’로 또다른 변화를 가져갔다. 무주군은 천연기념물 제322호로 지정된 무주 반딧불이의 서식지인 설천면 일원에 ‘반디랜드’를 조성했다.  
반디랜드에는 전국 최대 규모의 곤충 표본이 있는 곤충박물관을 비롯해, 반딧불이 환경 테마공원, 반딧불이자연학교, 청소년야영장, 자연휴양림, 천문과학관 등이 들어서 관광객들에게 환경의 소중함을 느끼는 한편 자연을 체험할 수 있는 생태체험학습의 장을 제공해준다.
이어 매년 늦여름에는 ‘맑은 물과 깨끗한 공기, 오염되지 않은 자연’이라는 주제로 환경 보존형 축제인 ‘무주반딧불축제’를 열고 있다. 그동안 도시화·산업화로 인해 무분별하게 파헤쳐지고 소외되어버린 환경을 보존하고 복원하기 위해 만들어진 축제로 무주군이 반딧불이의 본고장이자 청정 지역임을 내세워 1997년부터 개최하며 많은 관광객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덕유산국립공원에서 펼쳐지는 또 하나의 축제로는 ‘무주산골영화제’가 있다. 영암군과 마찬가지로 단 한 개의 극장도 없는 무주군은 덕유산국립공원 대집회장 등 9곳의 실내·야외 상영관을 통해 설렘 가득한 영화 소풍길을 만들어 가고 있다. 무주산골영화제는 2013년부터 열리기 시작해 올해는 ‘설렘·울림·어울림’이라는 콘셉트로 지난 5일 개막했다. 자연 속 스크린을 통해 청정자연과 어우러지는 영화제이지만, 양희은·옥상달빛·십센치·김필 등의 음악콘서트와 함께 토크쇼, 산골미술관, 산골책방, 산골공방 등 무주 곳곳을 축제의 소풍길로 엮어냈다.
이 밖에도 조선왕조실록을 보관하던 5대 사고 중 하나인 ‘적상산 사고’, 국립공원의 수려한 경관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전국 3대 양수발전 시설인 ‘무주양수발전소’, 발전소 건설 시 굴착작업용 터널로 뚫었던 동굴을 산머루 재배 농가의 소득증대와 지역경제를 위해 리모델링한 ‘무주머루와인동굴’ 등 덕유산국립공원 내의 독특한 볼거리는 풍부하다.

 

 

부영그룹과 지역민들 ‘상생 쉽지 않아’

덕유산국립공원은 편리하고 화려한 관광시설과 콘텐츠로 각광을 받고 있지만, 무주군민들의 속내는 마냥 편치가 않다. 타 지자체의 부러움을 살만한 무주리조트가 바로 화근이었다.  
덕유산국립공원에 서식하는 구상나무는 한반도에만 사는 특산 수종으로 학명이 ‘한국 전나무’이다. 구상나무는 조선 말기에 독일로 건너가 세계적인 크리스마스 트리로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덕유산의 고산생태계는 대통령과 특별법, 개발에 눈먼 지자체에 의해 파괴됐다.
1986년 전두환이 전라북도를 방문해 “동계올림픽 스키장 개발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것이 발단이다. 이후 덕유산에 무주리조트가 개발됐고, 1992년 동계올림픽 유치를 대선공약으로 내세운 김영삼이 당선되자 국유지이고 자연보호구역이었던 덕유산은 환경부와 환경단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국제경기대회 지원특별법’을 통해 무참히 훼손돼 국립공원 역사상 최악의 환경파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심지어 원시림 파괴의 현장은 삼엄한 경비 속에 공사를 진행했다고 한다.
2011년 무주리조트를 인수한 부영그룹은 ‘무주’를 지우고 ‘부영덕유산리조트’로 개명하면서 무주군 및 지역민들과 첫 번째 대립이 시작됐다. 무주군의 행정적 협조조차 받지 못하게 되자 부영은 결국 ‘무주덕유산리조트’로 명칭을 변경했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에 부영그룹과 지역민들의 갈등은 극에 달하고 있다. 지역민들은 무주덕유산리조트를 운영하는 부영그룹에 대해 ‘주민들과 맺은 지역상생 약속을 지키라’고 주장하며 연이어 집회를 열었다. 지역민들은 대한전선이 운영할 때부터 레저산업 육성과 고객서비스를 위해 서로 협력관계를 유지해왔는데, 2011년 부영이 리조트를 인수하면서 시설투자와 하천오염 문제를 외면하고 워터파크 건설 약속 등을 지키지 않으며 무성의한 태도를 보인다고 주장했다.
집회를 연 주최 측은 “정부가 국립공원을 훼손하면서까지 스키장, 골프장 허가를 내줄 때는 기업의 이윤추구를 위해서가 아니라, 천혜의 자연환경을 통한 중부이남 국민들의 레저활동을 지원하고 이로 인해 낙후된 지역의 발전을 기대하며 개발허가를 내준 것인데도 바뀌는 기업마다 본인들의 사유재산인양 착각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같은 상황이 계속되고 있지만, 문제해결에는 난항이 계속되고 있다. 무주덕유산리조트는 대기업 자본의 유치로 지역 관광 활성화가 가능할 것인가라는 측면에서 그 이면이 드러난 대표적인 상황으로 관심이 지속되고 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우용희 기자 · 장정안 기자  news@woori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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