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풀리지 않은 강제징용의 아픔과 흔적을 찾기 위해 지역 고교생들 팔을 걷어부쳤다.
제64회 현충일이었던 지난 6일 도포면 성산리의 한 묘소에 영암고 학생 4명이 찾았다. 학생들은 묘소에 정성스럽게 술과 음식을 올리고 절을 올린 후 묘소 주변에 자란 잡초를 제거해 나갔다.
이들은 영암고 역사동아리 역지사지 회원들로 독립운동 100주년과 현충일을 맞아 지역의 독립유공자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노동자들의 묘를 찾아 추모하고 벌초하는 일을 기획했다.
이들이 이날 찾은 곳은 두 곳이다. 한 곳은 ‘사지를 넘어 귀향까지’라는 제목으로 자신이 젊은시절 일제 강제징용에 글려가 수차례 죽을 고비를 넘어 탈출하기까지의 과정을 수기형태로 엮어낸 故이상업 선생의 묘와 역시 두 차례 강제징용으로 끌려갔다가 진폐증을 얻어 지난 1953년 유명을 달리한 故김홍업 선생의 묘를 찾았다.
벌초가 끝난 후에는 유족들로부터 강제징용과 일제 강점기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들으며 일제 당시의 참혹했던 생활에 대해 기록하는 시간도 가졌다.
김홍업 선생의 유족 김삼남 씨는 “제가 태어난 후 5개월 만에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기억도 없는데 학생들이 찾아와 기록해주니 감사할 따름”이라며 “학생들의 이러한 활동들이 기록으로 남겨져 강제징용에 대한 역사적 사실이 잘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역지사지 회원 박세현 학생은 “독립운동 100주년과 현충일을 맞아 의미 있는 일을 했다는 것에 보람을 느낀다”며 “강제징용과 관련된 청소년미래도전프로젝트가 계획대로 잘 추진될 수 있도록 더 준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한편 영암고 역사동아리 역지사지는 이번 벌초 기획을 시작으로 일본 강제징용현장 답사에 이어 오는 10월 한글날에는 수요집회에 참석해 헌시를 낭독하면서 일제강점기의 가슴 아픈 역사를 더욱 살아 있는 역사로 가다듬어 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