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주 작가 『언어의 온도』를 읽고

[2019년 6월 7일 / 제223호] 영암우리신문l승인2019.06.07l수정2019.06.14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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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지 현  영암초독서토론동아리 학부모

연보라빛의 책표지가 마음의 안정을 주는건지 아님 책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인지 책이 참 따뜻해 보였다. 
책을 한 장씩 넘겨 읽기 시작했다.
『그런 날이 있다. 입을 닫을 수 없고 혀를 감추지 못하는 날, 입술 근육 좀 풀어줘야 직성이 풀리는 날.
그런 날이면 마음 한구석에서 교만이 독사처럼 꿈틀거린다. 내가 내뱉은 말을 합리화하기 위해 거짓말을 보태게 되고, 상대의 말보다 내 말이 중요하므로 남의 말꼬리를 잡거나 말허리를 자르는 빈도도 높아진다. 
우린 늘 무엇을 말하느냐에 정신이 팔린 채 살아간다. 하지만 어떤 말을 하느냐보다 어떻게 말하느냐가 중요하고, 어떻게 말하느냐보다 때론 어떤 말을 하지 않느냐가 더 중요한 법이다. 입을 닫는 법을 배우지 않고서는 잘 말할 수 없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종종 가슴에 손을 얹고 스스로 물어본다. 말 무덤에 묻어야 할 말을, 소중한 사람의 가슴에 묻으며 사는건 아닌지...』 본문 ‘말의 무덤 언총’ 中 
우린 늘 말을 하며 살고 말로 상처받고 말로 위로 받고 살아간다.
어떤 말을 하지 않느냐가 더 중요한 법이고 입을 닫는 법을 배우지 않고서는 잘 말할수 없다는 것은 경청하는것에 더 큰 의미를 부여하는 말인 것 같다.
이 책을 읽고 있는 시점에서 아들이 나에게 다가와 한마디 했다.
“엄마 오늘 영어 시험 봤는데 2*점 이에요”
순간 점수를 듣고 그 짧은 시간에 많은 생각이 오갔다.
이걸 점수라고 받아왔냐고 할까? 아님 시험봤어? 기분 홀가분하겠네? 라고 할까 하다가 나의 감정을 억누르기 위해 사투리가 잔뜩 섞인 말투가 내 입밖으로 튀어나왔다.
“오메 시험봐서 홀가분 하것다 잉~”
내 표정의 변화를 봤을까? 아님 내 말에서 긍정의 기운을 받았을까?
아들이 키득키득 웃으면서 엄마 30점 만점에~ 라고 얘기한다.
순간 멍했다. 
왜 나는 100점 만점을 기준으로 생각했을까? 그동안 얼마나 많은 고정관념속에서 살아 가고 있었던 걸까?
전자를 택했다면 아들과의 싸움으로 이어졌을게 뻔했을 상황이었다.
어떻게 말하느냐보다 어떤 말을 하지 않는냐가 더 중요한 법임을 이 상황을 통해 깨달았다.
아들의 가슴에 험난한 말을 꽂지 않은게 다행스러웠다.
책을 읽으면서 마음의 위안을 삼은 글들이 많았다.
아픈사람은 아픈사람을 알아본다는 글, ‘그냥’ 전화했다는 사랑하는 사람의 애잔한 글, 조사 하나로 단어와 문장의 결이 달라지는 글, 여러 곤충과 꽃, 식물에 관한 글, 우리 주변의 흔한 소재로 글을 써서 다양한 관점을 제시한 글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사람 보는 ‘눈’이란 건 상대의 단점을 들추는 능력이 아니라 장점을 발견하는 능력이라는 작가의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눈으로 보는 것만 입을 통해 전달되면 좋을텐데 눈으로 본 것을 더 보태서 단점을 들추는 능력을 갖춘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한 사람의 말의 파장으로 다른 사람은 크나큰 상처를 받는다. 사실이 아닌 이야기를 마치 사실인 양 얘기하는 사람들 반성하길 바라는 마음뿐이다.
나도 그런 말로 상처를 받아봤기에 그 상처의 아픔이 얼마나 큰지 잘 알고 있다.
‘아름다운 것을 아름답다고 느낄 때 우린 행복하다’는 마지막 작가의 글이 꽤 오랜 여운을 남겨준다.
첫 장에서 이 책을 집어 든 당신의 언어 온도는 몇도쯤 될까요? 라는 작가의 질문에 아직 답을 찾진 못했지만 언어 온도는 우리 체온과 비슷한 36.5도의 따스함을 지닌 온도가 가장 적정한 온도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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