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사시설’을 주민 품으로… 서울 속 힐링 여행지 ‘북한산’

[2019년 5월 17일 / 제220호] 우용희 편집국장·장정안 취재부장l승인2019.05.17l수정2019.06.08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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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국립공원은 지역(관광)발전의 걸림돌인가, 디딤돌인가

전남의 대표적 국립공원인 월출산은 영암군민들에게 관광산업화라는 측면에서 화려함과 빈곤함을 함께 가진 동전의 양면과 같은 존재다. 월출산의 수려한 자연환경에 더해 결코 녹록치 않은 등반코스의 완주를 꿈꾸는 수많은 등산애호가들이 이곳을 찾지만 영암군이 목표로 하는 사계절 관광과는 좀처럼 거리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국내 다양한 국립공원의 사례를 찾아 월출산을 통한 영암군민들에게 오랜 목마름인 지역발전의 활성화에 대한 현실과 전망을 7차례에 걸쳐 알아본다.

< 글 싣는 순서 >
1회 : 30년째 바라만 보는 월출산, 멈춰선 지역발전
2회 : 눈·탄광·동굴 등 자연을 담아낸 ‘태백산’
3회 : 천혜의 환경, 구례군 콘텐츠가 주목되는 ‘지리산’  
4회 : 군사시설을 주민 품으로…서울 속 힐링여행지 ‘북한산’
5회 : 대기업 공룡이 삼켜버린…무주 ‘덕유산’ 
6회 : 생태관광 및 교육의 명소로 발돋움한 ‘변산반도’ 
7회 : 영암미래 30년 고민해야 하는 월출산 ‘발전 방향’

 

군사시설을 주민 품으로…서울 속 힐링여행지 ‘북한산’

북한산은 서울의 주산(主山)이다. 등산로는 난이도와 코스가 다양해 선택의 폭이 넓다. 또 힘들게 산을 오르지 않고도 숲과 계곡을 즐길 수 있는 둘레길이 갖춰져 산책 코스로도 제격이다.
‘단위 면적당 가장 많은 탐방객이 찾는 국립공원’으로 기네스북에 기록된 북한산은 세계적으로 드문 도심 속 자연공원이기도 하다. 최고봉인 백운대(836.5m)를 중심으로 인수봉(811m)과 만경대(국망봉, 799m) 등 세 봉우리가 3개의 뿔처럼 보인다고 하여 삼각산이라고도 불린다. 북한산으로 불리게 된 것은 조선 숙종 때 북한산성을 축성한 뒤부터라고 알려지고 있다.
2005년 당시 500만명 수준이었던 북한산국립공원의 연간 탐방객 수는 2007년 입장료가 폐지되면서 1000만명을 돌파했고, 2009년 865만명을 기록해 ‘단위면적 당 가장 많은 탐방객이 찾은 산’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되기도 했다.
탐방객이 늘어나는 만큼 생태계 훼손도 심화됐다. 164㎞에 달하는 탐방로 중 무려 67㎞가 망가졌다. 무분별하게 만들어진 샛길이 222㎞에 달해 ‘전국 최다 샛길’이라는 불명예를 안았다. 탐방객들의 발걸음이 집중되는 고지대의 훼손이 특히 심각했다.
국립공원공단은 샛길을 통제하기 위해 울타리도 설치하고 수십억원의 돈을 들여 탐방로를 복구했지만 일회성일 뿐이었다. 늘어나는 탐방 수요를 만족시키면서도 훼손을 예방하려면 새로운 탐방인프라가 필요했지만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무시하기도 어려웠다.
이에 국립공원에서는 힘들게 산을 오르지 않고도 숲과 계곡을 즐길 수 있는 둘레길을 개발했다. 둘레길이 생기기 이전 정상정복이 전부였던 등산객들에게 수평적 탐방형식의 둘레길이 호응을 받으면서 가족들이 함께하는 산책문화의 형성과 북한산 생태계 보호, 지역경제 살리기에도 기여하고 있다.

둘레길 조성으로 샛길 사라지고 생태 복원
유동인구 늘어나 상권 형성·지역경제 기여

둘레길이 생기자 상황이 바뀌었다. 산길을 따라 가볍게 산책하는 것이 가능해짐에 따라 가족 건강과 관계를 중시하는 요즘 시대상을 반영하듯 이제 주말이면 가족 단위로 도시락을 싸서 북한산 둘레길을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2009년 9월부터 시작된 북한산 둘레길 조성사업은 탐방객들을 정상 아닌 저지대로 분산시키면서도 걷는 즐거움을 누리도록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정상에 가까운 고지대일수록 물이 없고 바람이 거세 회복이 더디기 때문이다. 
마침 제주도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 등 새로운 유형의 걷기 문화가 바람을 타던 때였다. 둘레길은 북한산 경계를 따라 총 길이 70km, 11개 구간으로 기획됐다. 서울시 6개 구와 경기도 3개 시에 걸치는 규모다. 
없던 길을 뚫지 않고 서로 떨어져 있던 기존의 탐방로를 연결하는 방식을 택했다. 불필요한 샛길은 없앴다. 경관·문화재·자연생태 등 볼거리가 고루 배치되도록 했다. 오로지 산이라는 하나의 공통분모밖에 없던 북한산에 다양한 콘텐츠가 갖춰지자 사람들의 발걸음은 많아졌다. 그리고 유동인구가 늘어나자 상권은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국립공원공단의 조사결과 둘레길 조성 전에는 222km에 달했던 샛길이 조성 후 175km으로 무려 21% 감소했다. 정상 탐방객도 감소세로 돌아서는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12월 공단이 탐방로 이용객 3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 248명 중 118명(47.6%)이 정상 탐방횟수가 달라졌다고 답했으며 이들의 방문횟수를 합산한 결과 약 19%가 감소한 것으로 추산됐다.
둘레길 주변지역을 중심으로 경제효과도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9월부터 12월말까지 166만명의 탐방객이 둘레길을 이용했는데 1인당 평균 1만4000여원을 인근 상가에서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나 총 경제효과가 726억원에 다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군사시설이 주민공유 공간으로 탈바꿈
평화문화진지와 별별모험놀이터의 ‘도봉구’

여기에 국립공원 내 다양한 콘텐츠들이 북한산에 입혀졌다. 청소년 놀이시설인 ‘별별모험 놀이터’, 유아와 초등학교 저학년이 이용할 수 있는 ‘뚝딱뚝딱 모험놀이터’, 아기공룡 둘리의 추억이 서려 있는 ‘둘리뮤지엄’, ‘목재문화체험장’ 등 다양한 문화 시설 콘텐츠들이 즐비하다.
이 가운데 지난달 30일 군(軍) 소유의 예비 작전시설에 문을 연 ‘별별모험놀이터’ 등이 운영되는 서울시 도봉구의 콘텐츠는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수도방위사령부 제1방공여단은 약 20여 년간 출입을 통제했던 서울시 도봉구 도봉동의 4730㎡ 가량의 방공포진지를 평시 상황이라는 전재로 도봉구에 무상임대로 내줬고, 도봉구청은 이를 청소년들이 모험심과 협동심을 키울 수 있는 체험공간으로 재정비해 개방한 것이다. 
이곳에는 나무언덕 오르기, 균형잡기, 통나무건너기, 계곡건너기, 짚라인 등 모험시설 10종과 숙영시설을 리모델링한 교육장, 샤워실 등을 갖춘 숲 체험관 등이 마련되어 있다.
도봉구는 2014년부터 국방부와 끈질긴 협상을 한 끝에 2017년 ‘국유재산 공동사용에 대한 협약’을 체결했고, 청소년 놀이시설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명칭공모를 통해 주민 의견을 모아 끝에 ‘별의 별 다양한 모험을 즐길 수 있는 놀이터’라는 의미를 가진 ‘별별모험놀이터’로 이름이 정해졌다. 
이곳 ‘별별모험놀이터’는 진행요원이 모험시설을 활용한 미션을 부여하면 청소년들이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친구들과 소통하고 협동함으로써 창의적인 문제해결 능력을 키우고 청소년들의 건전한 성장을 돕는 체험학습의 장으로 운영되며, 자유학기제, 체험학습, 방과후활동 등에 활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학생뿐 아니라, 조직 활성화 및 팀워크를 위한 성인 단체 워크숍, 가족 간의 단합을 위한 프로그램 등도 별도로 구성되어 있다.
도봉구의 군사시설 활용 콘텐츠는 우수사례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그 대표적인 사례로 오랜기간 방치됐던 대전차방호시설을 도시재생사업을 통해 주민에 공유하고자 2017년 개관한 ‘평화문화진지’는 대한민국 공공건축상 최우수상을 받은 바가 있다. 그 뒤를 이어 방공포진지를 활용한 ‘별별모험놀이터’, 역시 군사시설인 화학부대 이전부지에 생태공원과 야영장, 드론교육장 등을 계획 중이다. 
도봉구 관계자는 “국립공원에 속해 있는 군사시설 부지를 공공 활용해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신나게 뛰어놀 수 있는 시설로 만들어가고 있다”며 민·관·군이 함께 추진하는 사업들이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도봉구를 비롯한 북한산국립공원 주변의 서울시 6개 구와 경기도 3개 시, 그리고 국립공원 공단이 각각의 북한산 관련 콘텐츠를 마련해 운영하는 까닭에 북한산국립공원은 한국관광 100선에 2013년부터 매회 선정되고 있으며,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여행 명소로 자리매김해 왔고 수도권 인근 여행지로 사랑을 받고 있다. 
북한산 국립공원 관계자는 “더 정확한 자료를 확보하려면 시간이 필요하고 앞으로도 계속 개선이 되어야 한다”면서도 “정상정복과 능선종주 중심의 산행이 저지대 수평탐방으로 바뀌어야만 산도 살리고 지역경제도 살리는 국립공원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우용희 편집국장·장정안 취재부장  news@woori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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