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봉건제론은 ‘식민지 근대화론’과 같은 것

[2019년 5월 17일 / 제220호] 영암우리신문l승인2019.05.17l수정2019.05.17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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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가 / 시사평론가
김 갑 수

‘불편한 진실’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에는 ‘진실은 불편한 것’이라는 전제가 들어 있다. 그런데 정말 진실은 불편한 것일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본다. 정작 불편한 것은 ‘편견과 강변’이다. 우리 역사에서 편견과 강변의 대부분은 ‘근대주의’에서 비롯된다.
나는 유럽의 근대사관을 ‘보편적인 것’이라고 보지 않는다. 칼 마르크스는 영국의 예를 들어 역사는 원시공산사회 - 노예제사회 - 봉건사회 - 자본주의사회를 거쳐 공산사회로 나아간다고 했다.
이것을 우리 역사에 최초로 확대 적용시킨 사람이 이북 초대 교육상을 역임한 백남운(白南雲)이었다. 그는 일본에서 경제학을 공부했고 8.15 이후 북으로 가서 북조선 역사학계의 원로가 되었다. 백남운은 고조선을 원시공산사회, 삼국시대를 노예제사회, 통일신라 이후부터 조선시대까지를 ‘봉건사회’로 해석했으며, 일제 강점기를 ‘이식자본주의’ 시대로 규정했다.
이전에 마르크스는 ‘아시아적 생산양식’을 규정했다. 그리고 아시아적 생산양식이란 고대 노예제와 봉건제 사이의 과도기적 양식이라고 했다. 이를 받아 일본의 식민사학자들은 “너희 조선은 봉건제 이전 단계인 아시아적 생산양식일 뿐”이라고 모략극을 펼쳤다. 
이에 백남운이 나름 조선을 두둔한답시고 “조선은 아시아적 생산양식이 아니라 봉건제”라고 응수했던 것이다. 
이미 드러났듯이 마르크스는 인도의 예를 들면서 ‘식민지 근대화론’을 펼친 유럽중심주의자였다.
조선 봉건제론은 무지가 빚은 편견이자 강변이다. 8.15 이후 북의 역사학자들 역시 남처럼 경성제국대학 사학과 출신이 주류였는데, 그들 역시 큰 틀에서 백남운의 마르크스주의 사관을 계승했다. 
나는 앞에서 백남운의 시대 구분을 ‘편견이고 강변’이라고 했다. 특히 통일신라와 고려와 조선시대 1,200년 이상을 ‘봉건사회’로 퉁쳐버린 것은 ‘지독한 편견이자 강변’이다.
바로 이러니까 14세기 조선의 역성혁명을 부정하게 되고 조선 역사를 왜곡, 폄하하게 되는 것이다. 오늘날 한국의 진보주의자들도 대체로 이와 비슷한 조선사관을 가지고 있다.
이쯤이면 내가 왜 이 말을 하는지 알 것이다. 근대주의 사관은 진보사관에서 비롯된 것이다. 나는 마르크스의 ‘진보사관(역사발전론)’에 동의하지 않으며 그가 ‘제국주의 역사를 간과한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진보사관을 부정하는 이유는 진보사관이 크게 보아 ‘예정설’의 범주에 들기 때문이다. 나는 모든 예정설을 수용하지 않는다. 역사란 ‘진보’하는 게 아니라 ‘변화’하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근대주의는 식민사관과 함께 ‘범凡식민주의’라는 주장은 정당하다. 바로 이것을 정시하지 않으면 우리는 자주적으로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의 길로 나아가기가 어렵다. 
다시 강조하거나와 불편한 것은 ‘진실’이 아니라 ‘편견과 강변’이다.
마르크스는 독일의 제국주의 침략이 본격화되기 이전 사람이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식민지(제국주의)를 전혀 몰랐던 것도 아니다. 
다만 그는 제국주의에 대한 문제의식이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그는 제국주의 침략을 받는 약소국 경제에 대해 고려하지 않았던 것이다.
백남운은 일제 침략기를 ‘이식자본주의’ 시대로 인식했는데 이것 역시 명백히 오류를 범한 것이다. 
마르크스를 추종한 그는 일제침공기에 대한 문제의식이 적었다. (최소한 경제에서) 백남운은 분명 조국보다는 이념을 더 우선시했다. 
오늘날 한국의 진보들에도 이런 성향을 가진 사람이 적지 않게 잔존하고 있다. 언필칭 ‘진보꼴통’이란 이를 두고 말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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