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영암고 1학년 교실의 분위기는 차분했다. 한창 왕성한 활동량으로 시끌벅적해야 할 것 만 같았던 남학생들의 교실이었지만 조용했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 전남도의 지원을 받아 ‘찾아가는 역사교육’이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역사특강은 금정면 출신이자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대표를 맡고 있는 이국언 대표를 비롯한 4명의 강사가 초빙돼 영암고등학교 1·2학년 학생들에게 각각 1시간씩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의 증언을 통해 처절하고 잔혹했던 당시의 상황을 학생들에게 전하는 시간으로 진행됐다.
이날 교육에서 이국언 대표는 일제강점기 시절의 근로정신대 이야기로 교육을 시작했다. 일반인들이 흔히 혼동하는 정신대와 여자근로정신대, 일본군위안부 등의 용어를 설명하는 시간과 함께 근로정신대에 동원됐던 당시 12세 15세 어린 소녀들이 군수공장 등에 강제동원돼 노동착취를 당했던 생생한 경험담을 담은 영상을 통해 학생들에게 간접적으로나마 당시의 시대상황을 알려줬다.
특히 이 대표는 광복 이후에도 근로정신대를 ‘위안부’로 오해한 주변 사람들의 차가운 시선으로 인한 고통 속에 보내야만 했던 피해 할머니들의 사례들을 전하며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의 외로운 싸움에 학생들이 관심을 갖고 힘을 보내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교육이 시작될 때만 하더라도 어수선했던 교실분위기는 교육이 진행될수록 숙연하고 엄숙한 분위기로 전환돼 2009년 3월 광주에서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 결성되고 난 후 끊임없는 항의와 서명운동을 통해 2018년 11월 29일 전범기업 미쓰비시를 법정에 세우기까지 과정을 본 후에는 응원의 메시지도 함께 보내는 학생들도 있었다.
이국언 대표는 “오늘 교육은 한국사회에서 거의 조명받지 못했던 근로정신대 문제를 학생들에게 제대로 알리기 위한 자리였다”며 “막막했던 문제가 그나마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데는 역사 정의를 위해 함께 나선 ‘시민들’과 ‘학생들’의 역할이 컸던 만큼 영암에서도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과 응원 부탁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