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국립공원은 지역(관광)발전의 걸림돌인가, 디딤돌인가

전남의 대표적 국립공원인 월출산은 영암군민들에게 관광산업화라는 측면에서 화려함과 빈곤함을 함께 가진 동전의 양면과 같은 존재다. 월출산의 수려한 자연환경에 더해 결코 녹록치 않은 등반코스의 완주를 꿈꾸는 수많은 등산애호가들이 이곳을 찾지만 영암군이 목표로 하는 사계절 관광과는 좀처럼 거리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국내 다양한 국립공원의 사례를 찾아 월출산을 통한 영암군민들에게 오랜 목마름인 지역발전의 활성화에 대한 현실과 전망을 7차례에 걸쳐 알아본다.

▲ 지리산생태탐방원 전경

천혜의 환경, 구례군 콘텐츠가 주목되는 ‘지리산’

산악의 대표성과 상징성, 그리고 역사성을 고루 갖춰 민족의 영산으로 불릴 만큼 우리의 정서 속에 깊이 새겨진 지리산은 백두산의 맥이 흘러왔다고 해서 두류산이라고도 하고, 한라산, 금강산과 더불어 삼신산의 하나로 방장산이라 일컫는다.
1967년 우리나라 최초로 국립공원에 지정된 지리산은 전남 구례군과 전북 남원시, 경남 하동군, 함양군, 산청군 등 3개 도, 5개 시·군에 걸쳐있으며 48만3022㎢의 가장 넓은 면적을 지닌 산악형 국립공원이다.
둘레가 320여㎞나 되는 지리산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봉우리가 천왕봉(1915m), 반야봉(1732m), 노고단(1507m)을 중심으로 병풍처럼 펼쳐져 있으며, 20여 개의 능선 사이로 계곡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질적인 문화를 가진 동과 서, 영남과 호남이 서로 만나는 지리산은 단순히 크다, 깊다, 넓다는 것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매력이 있는 곳이다.

해방 전후 항일무장투쟁과 빨치산 이어져

근현대사에서 지리산은 깊은 산세의 이점을 살려 일제강점기와 해방 전·후로 독립군과 항일유격대들이 항일무장투쟁을 지속적으로 펼쳤던 곳이다. 
또 해방이후 미국에 의해 추진된 남한 단독정부 수립을 반대하는 국민들을 미군정과 극우반공청년단이 무력으로 진압하며 발발했던 제주4·3항쟁, 민간인 학살에 반대하며 4·3항쟁 진압 차출을 거부했던 여수 군인들과 여수·순천 민중들의 봉기를 이승만의 지시에 따라 장갑차 박격포를 앞세워 진압했던 여순민중항쟁. 진압군의 무력진압에 맞서 민중들의 소규모 전투가 계속됐고 그 장소 역시 지리산으로 옮겨지게 된다. 
이 소규모 전투들을 프랑스어인 ‘파르티잔(partisan, 게릴라)’에서 가져와 ‘빨치산’이라 불렀다. 즉 빨치산은 항일운동과 민중항쟁의 연장선상에 있다. 
하지만 강력한 정권 창출에만 집중하던 이승만은 여순민중항쟁의 진압과 빨치산 토벌(討伐)을 목적으로 광주에 ‘반란군토벌전투사령부’를 창설했고, 일제의 간도특설대 소속으로 독립군 토벌작전에 투입했던 백선엽 당시 육군본부 정보국장에게 지휘를 맡겼다.
민족의 영산이라 불리는 지리산은 한국전쟁 후까지 이러한 빨치산 활동과 군경의 토벌이 이어지며 민족상잔의 아픔은 계속됐다.

구례군민들, 제1호 국립공원을 만들다

1960년대 초반까지 지리산에서 나무를 몰래 베어내는 도벌(盜伐), 마구 베어내는 남벌(濫伐)이 성행했다고 한다. 지리산을 삶의 터전으로 삼아온 구례군민들은 도벌·남벌에 분개하며 안타까워했다. 특히 1955년 창설한 지리산 권역 최초의 산행모임인 구례연하반(현 지리산악회) 회원들이 중심이 되어 황폐화되어가던 지리산의 지킴이 활동을 전개했다. 
그리고 지리산을 대한민국의 첫 국립공원으로 만들기로 하고 ‘국립공원 지정 추진위원회’를 꾸려냈고 캠페인을 위해 구례군민들의 성금을 모아냈다. 당시 구례군의 1만2000여 가구 중 1만 가구가 동참했다.
구례군민들과 추진위원회의 노력 끝에 국회와 정부를 설득해냈고 마침내 1966년 3월 ‘국립공원법’이 국회를 통해 제정됐다. 이후 정부 현지 조사단의 조사 등을 거쳐 1967년 12월 29일 지리산은 첫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지리산 국립공원 지정의 일등공신은 구례군민이라고 볼 수 있겠지만, 지리산은 5개 시·군에 걸쳐 있다. 결국 열매는 나눠지게 된다. 이러한 측면에서 영암 월출산과 유사한 부분이 있기에 구례군으로 한정해 취재했다.

▲ 지리산온천 관광단지 전경

온천 관광단지 조성…꾸준한 관광객 유입
국내 최대 산수유 군락지…테마파크 조성 

구례군 산동면에 자리한 지리산온천은 온천욕을 즐기는 관광객들로 꾸준하다. 10여개의 호텔을 비롯해 여러 숙박시설과 함께 흑돼지 요리를 중심으로 한 식당가, 공원시설들로 구성돼 있는 지리산온천 관광단지가 조성되어 있다. 
지리산온천은 동시에 3000명이 온천욕을 즐길 수 있는 대규모 온천과 함께 노천온천 시설에도 비중을 두며 해외 온천 여행객들의 발길을 돌리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또한 한국교직원공제회에서도 직영호텔과 온천시설을 갖추고 수학여행과 교직원 여가 활동 유치에 적극 나섬에 따라 꾸준한 관광객 유입에 도움을 주고 있다.
지리산온천 관광단지 인근에는 국내 최대의 산수유 재배단지가 있다. 전국 생산량의 70% 이상이 수확되는 산수유 군락지인 구례 산수유 마을에서는 매년 산수유 꽃이 만개하는 3월 ‘산수유꽃 축제’가 열린다. 
노랗게 꽃망울을 터뜨린 산수유 꽃을 보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몰려드는 상춘객들과 함께 사진작가들의 촬영지로 각광받는 산수유꽃 축제는 발 디딜 틈이 없이 붐빈다. 이에 구례군에서는 2011년 ‘산수유 테마파크’를 조성한데 이어 2014년 산수유사랑공원에 ‘산수유 홍보관’을 개관했고, 마을 농가들은 팜스테이 운영으로 적극 참여해 관광객들의 눈높이 맞추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숲속 자연을 만끽하는 지리산정원

구례군청에서는 문화시설 및 관광지를 관리하는 사업소의 이름에 지리산을 강조해 ‘지리산 정원 관리사업소’라 명칭을 붙여 운영하고 있다. 그만큼 ‘지리산’을 적극 활용하겠다는 의지다. 이 가운데 ‘지리산 정원’이라는 이름으로 각종 생태 공원들이 운영되고 있는 구례군 광의면 일대의 관광지는 이름그대로 정원으로 잘 조성했다.
지리산 국립공원에서 자생하는 수많은 야생화를 바탕으로 운영하고 있는 ‘야생화 테마랜드’는 음악에 따라 분수가 춤을 추는 음악분수를 비롯해 소나무 숲길, 잔디광장 등이 조성되어 있다. 또 울창한 나무 사이로 곤충조형물, 수생식물을 관찰할 수 있는 ‘지리산 자생식물원’에 이어 철쭉동산으로 장관을 이루는 ‘구례생태숲’이 있으며, ‘구례수목원’이라는 이름의 편백나무 숲 산책로와 계류생태원 등을 만날 수 있다. 
야생화 테마랜드 앞쪽에는 ‘지리산 호수공원’이 위치해 수상레포츠를 즐길 수 있으며, 호수공원 오토캠핑장이 마련되어 야영까지 할 수 있다. 또 지리산 정원에는 ‘숲속 수목 가옥’과 ‘산수유 자연휴양림’이라는 편안한 휴식과 함께 지리산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숙박시설도 운영되고 있다.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지리산 정원에 조성중인 모노레일이 완공 단계에 있으며, 향후 짚라인과 연계될 관광자원”이라며 기대를 드러냈다. 

▲ 지리산 역사문화관 내 건축물 모형 전시관

▲ 지리산 역사문화원 입구

백두대간·지리산에 대한 체험학습 시설 개장
구례군은 지난해 6월 화엄사 입구에 교육관과 야외교실, 생태연못, 숲체험센터 등이 조성된 ‘구례 백두대간 생태교육장’을 개장했다.

이곳은 백두산에서 시작되어 금강산, 설악산을 거쳐 지리산에 이르는 한반도의 중심 산줄기인 백두대간의 역사, 문화, 생태 정보를 전시 체험 매체로 구성해, 백두대간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보전의 중요성을 이해하고 체험하게 하는 학습시설이다. 또 최신 전시시설들이 도입된 전시관과 함께 지리산을 주제로 한 4D애니메이션 영상을 관람할 수 있으며, 한지공예와 거울·시계·인형 만들기 체험프로그램 등이 운영되고 있어 앞으로 교육 및 체험시설로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백두대간 생태교육장 앞에는 지난달 15일 ‘지리산 역사문화관’이 개관했다. 부지 면적은 5만3718㎡이며, 3개의 전시관을 포함해 부대시설까지 총 5개 동의 건축 연면적은 3495㎡로 군 단위 지역에서는 흔하지 않을 정도로 큰 규모다. 구례군에 의하면 ‘차별화된 관광시설’을 목표로 한 체험 단지 조성 사업으로 국비와 군비 등 약 240억원이 투입됐다고 한다. 전시관 등 건물 신축, 분수나 연못 등을 갖춘 잔디광장 등으로 조성되었지만, 개관 전까지 예산 낭비 논란이 끊임없이 일어 말썽이었다. 실제 개관은 했지만, 기획전시관으로 운영예정인 제1관은 아직 비어있는 상태였다. 
하지만 2관과 3관은 지리산의 역사를 소개하는 자료 전시, 차를 마시는 다도 문화 체험, 지리산 일대 주요 건축물 축소 모형 전시, 지리산 주요 명소를 비행 체험할 수 있는 VR 공간, 어린이 체험실 등으로 구성되어 교육과 체험학습을 위한 공간으로 기대할만 하다. 

▲ 반달가슴곰 생태학습 프로그램

국립공원공단, 반달가슴곰 생태학습 프로그램
숙식 가능한 생태탐방원 운영으로 관광객 유치도

국립공원공단이 지리산과 구례군에서 직접 운영하는 시설들도 두드러진다. 국립공원공단의 종복원기술원은 화엄사 입구에 ‘지리산 반달가슴곰 생태학습장’을 세워 지리산에서 사라져버린 반달가슴곰을 다시 되살리기 위한 활동들을 전개하고 있다.
반달가슴곰 복원사업은 우리나라 멸종위기종 복원사업의 시초로 먹이사슬 최상위 단계에 있는 종을 복원함으로서 지리산 자연생태계의 건강성을 유지하고 증진시키고, 더 나아가 백두대간을 주축으로 하는 우리나라 자연생태계의 안정화에 나서고자 지리산에 반달가슴곰을 방사했으며, 현재 지리산에 50여 마리의 반달가슴곰이 생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곳 ‘지리산 반달가슴곰 생태학습장’은 생태전시관, 생태학습장으로 이루어졌는데 생태전시관 안으로 들어가면 동식물과 조류 표본을 관람할 수 있다. 또, 2층에는 반달가슴곰 생태 이야기와 야생 동물 퍼즐 맞추기, 생태 탐험 퀴즈 등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전시물들이 있으며 아울러 지리산반달가슴곰 복원과 관련된 조사와 기록들이 전시되어 있다. 
전시관은 생태학습장과 연결되어 있어 살아 있는 지리산 반달가슴곰을 볼 수 있으며, 국립공원공단에서 하루 4차례 반달가슴곰 영상 관람과 생태학습장 탐방 등 지리산 반달가슴곰을 관찰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직접 운영하고 있다. 
‘지리산 생태탐방원’은 국립공원공단이 2015년 구례군 화엄사 입구에 건립해 직접 운영하고 있는 또 하나의 직영시설이다. 
주변지역의 역사·문화·생태자원과 연계해 생태관광 및 환경교육, 다양한 직무연수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지리산 생태탐방원’은 교육부로부터 교육기부 진로체험기관으로 지정돼 청소년들에게 직업체험 기회도 제공하고 있다.
생태탐방원 내에 18개의 생활관 숙박시설도 함께 운영하며, 식당, 강의실, 체험실습실, 대강당, 체력단련실, 야외공연장까지 완비하고 있어 체험활동과 단체 수련활동, 수학여행 등도 유치할 수 있는 규모로 운영함에 따라 구례군 지역경제에도 보탬이 되고 있다.

▲ 구례 백두대간 생태교육장 전경

생태·역사·교육·체험에 주시하라

지리산의 3대 주봉 중 구례의 노고단(1507m) 등반은 화엄사 코스보다 성삼재휴게소에서 출발하는 코스에 관광객들이 더 많다. 해발 1102m인 성삼재휴게소까지 차량으로 오른 다음 노고단까지는 초보자도 무리없이 가벼운 등반을 즐길 수 있기에 많은 사람이 찾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구례군에서도 일부가 꾸준히 추진하고 있는 산수유마을~성삼재휴게소 구간의 ‘케이블카 설치’는 크게 설득력을 얻지 못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단순히 일회성 관광에 치중하기보다 등산객들의 발길까지 머무르게 할 콘텐츠 확보를 중요한 사안으로 판단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덧붙여 화엄사에 있는 지리산한화리조트를 비롯해, KT지리산수련관, 한국교직원공제회의 더케이 지리산가족호텔 등 대규모 시설 유치로 숙박과 관광이 자연스레 연계될 수 있는 자원 확보가 필수적임을 확인할 수 있다. 
이밖에도 구례군과 지리산국립공원공단이 지리산을 활용한 시설과 콘텐츠는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지리산과 함께 ‘섬진강’이라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구례군이지만, 굳이 섬진강 관련 콘텐츠를 찾지 않더라도 지리산만으로 이틀 정도는 너끈히 보낼 수 있게 준비되어 있었다.
특히 최근에 들어선 시설과 콘텐츠의 핵심이 ‘생태’와 ‘역사’, ‘교육’, ‘체험학습’이라는 사실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