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벌(放伐)된 대통령들에 대한 호칭을 바르게 하자

[2019년 5월 3일 / 제218호] 영암우리신문l승인2019.05.03l수정2019.05.17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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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가 / 시사평론가
김 갑 수

요즘 전두환이 자주 지면에 오르고 있다. 그런데 뉴스회사들은 하나같이 전두환에게 ‘전(前) 대통령’이라는 직함을 부여해 칭한다. 앞질러 말하자면 전두환은 전직 대통령이 아니다. 언어 중에서 호칭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특히 역사적 인물에 대한 호칭에는 그 사회가 공유하는 역사의식이 반영된다.
우리는 ‘호칭의 역사의식’에서 조선시대만 못하다. 조선시대 왕에게는 ‘종(宗)’ 또는 ‘조(祖)’라는 묘호가 붙었다. 왕이 돌아가면 종묘에서 제사를 드리는데, 그 종묘에 봉안된 위패를 부르는 이름이 곧 묘호다. 당연히 ‘세종’이니 ‘영조’니 하는 묘호는 재위 기간에는 쓰지 않았던 호칭이다. 한편 왕자에게는 ‘군(君)’이라는 칭호가 부여되었다. 왕의 적처 즉 왕비에게서 난 왕자는 ‘대군’이었고 빈(嬪)에게서 난 왕자는 ‘군’을 붙여 불렀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임금에게 ‘종’이나 ‘조’가 아닌 ‘군’이 붙은 경우가 있는데, 노산군과 연산군과 광해군이 그들이다. 이들의 공통점은 폐위된 임금이라는 것이다. 결국 임금에서 폐위되면 곧장 ‘군’으로 격하되었다는 것인데, 그것도 왜 ‘대군’이 아닌 ‘군’이었을까? 말대로 하면 임금이 폐위되면 곧장 ‘서자 왕자’가 된다는 것인데 이것은 비논리적이고 이치에도 맞지 않는다.
《조선의 힘》(오항녕 지음)을 읽으면 이 의문이 해소된다. 폐왕에게 묘호를 올리지 않고 폄칭해서 ‘~ 군’이라고 한 것은 그들을 ‘서자 왕자’로 격하시킨 것이 아니라 다른 뜻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주자의 《자치통감강목》 범례에는 왕을 참칭한 경우 그저 ‘아무개 군’이라는 식으로 기록했다고 한다. 이에 따라 폐위된 왕은 ‘왕 같지도 않은 왕’이요, 나아가 ‘왕을 참칭한 경우’와 크게 다를 바 없으므로 그저 ‘~군’이라고 하여 노산군, 연산군, 광해군으로 격하해 불렀다는 것이다(이 중 노산군은 숙종 대에 이르러 ‘단종’으로 복위되었다).
주지하듯이 대한민국의 대통령으로는 전직 이승만, 윤보선, 박정희, 최규하, 전두환,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와 현직 문재인이 있다. 그런데 이 중에서 ‘대통령 같지도 않은 대통령’은 누구일까?
불행히도 대부분이 ‘대통령 같지도 않은 대통령’에 해당된다. 그래서 접근 방법을 달리 해 차라리 ‘대통령다운 대통령은 누구일까’로 묻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 내 생각으로 ‘대통령다운 대통령’은 한두 명 혹은 두세 명이다.
《조선의 힘》 저자 오항녕은 ‘대통령 같지도 않은 대통령’으로 먼저 전두환과 노태우를 들고 있다. 두 사람은 대통령직을 얻을 때에 군사반란이라는 불법을 저질렀고 임기 중에도 불법을 저질러 퇴임 후 유배되기도 하고 법정에 서기도 하여 최고형을 받았으니 ‘대통령을 참칭한 자’ 또는 ‘폐위된 대통령’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의 공식 직함을 뭐라고 해야 할까? 폐왕을 ‘~ 군’이라고 격하해 불렀던 조선시대에 견주어 볼 때, 그들에게 ‘전(前) 대통령’이라는 칭호를 주는 것은 심히 부당하다. 전두환과 노태우는 조선시대 폐위된 왕이나 진배없는 위인들이다. 게다가 그들은 재산을 은닉한 채 추징금마저 미납함으로써 최소한의 속죄조차 거부했다. 그러므로 우리는 더 이상 그들에게 ‘전(前) 대통령’이라는 공식 직함을 줄 수 없다.
조금 양보해서 호칭한다면 그들이 정치인이 되기 전의 직함을 부여하는 방법이 있다. 그래서 전두환 전 ‘합동수사본부장’, 노태우 전 ‘9사단장’이라고 하면 된다. 이런 식으로 이승만 전 독립촉성회 위원장, 박정희 전 국가재건회의 의장, 이명박 전 현대건설 사장, 박근혜 전 구국선교회 총재로 하는 것이 ‘정명(正名)’이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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