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훈구 대 사림’ 구도는 식민사관

[2019년 2월 1일 / 206호] ‘새 시대의 자주를 위하여’ - 17 영암우리신문l승인2019.02.01l수정2019.02.01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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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가 / 시사평론가
김 갑 수

김범은 1970년생이며 학부부터 박사까지 고려대학교에서 수학한 역사학자다. 1970년생이면 사학자로서 신세대에 속한다. 또한 비서울대 출신이라는 것은 최소한 조선사 연구에서는 이점이 된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서울대 출신 사학자는 전대(前代) 경성제대 일본 식민사학자들의 영향권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화를 출신배경이 다른 훈구파 대 사림파의 단순 선악대립구도로 봐서는 안 된다. 조선사회는 혈통과 가문 등이 공고하게 짜여진, 상상을 초월하는 인맥사회였다. 사림파 거두로 알려진 조광조나 김종직도 명문거족 출신이었고 훈구파 거두 양성지와 후손들은 사림파로 분류될 수도 있다. 훈구와 사림은 서로 얽혀 있었다.”(김범)

훈구 대 사림의 2분법은 역사적 사실을 왜곡한 것이다. 훈구와 사림은 뒤섞여 있었다. 젊어서 삼사에 재직하다가 나이가 들면 대신으로 올라서는 것이 정상적인 과정이었다. 조선의 역사를 훈구 대 사림의 선악 2분법으로 보는 것은 조선의 주류(훈구)를 부도덕한 가해자로 만들고 조선의 비주류(사림)를 도덕적인 피해자로 만들어 놓은 일제 식민사관과 맥이 닿아 있다.

삼사의 언론활동 규제를 둘러싼 권력투쟁이야말로 조선시대 500년을 이해하는 데 필수적이다. 그러므로 조선 시대의 정치를 이해하려면 삼사라는 중요한 관서가 그 기능을 현실 정치에 구현하는 과정에서 나타난 현상과 결과를 살피야 한다.

성종은 재위 말년에, “지금은 두 마리의 호랑이(대신과 삼사)가 서로 싸우는 것과 같으니, 참으로 아름다운 풍습이 아니다”라고 개탄했다. 청요직 연대의 부상은 도덕정치의 이상에 다가선 의미 있는 발전이었지만, 한편으로는 권력의 다른 두 축인 국왕과 대신들에게는 불편과 불만을 낳게 하였다. 성종 다음의 임금 연산군은 이런 현상을 이해할 역량이나 용납할 의사가 없었다. 16세기 ‘왕과 사의 충돌’은 이미 예고되어 있었던 것이다.

사화와 반정은 하나의 진보적인 제도가 아무리 권위적으로 문서화됐다고 하더라도(경국대전) 그것이 현실적으로 착근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어려움을 겪어야 하는지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대단히 유용한 역사적 공부거리가 된다. 사화와 반정에 대한 정확한 이해는, 역설적으로 조선이 중기와 후기를 이어가며 장구한 세월 동안 체제를 유지할 수 있었던 핵심 비결을 파악하는 데 매우 긴요하다.

사화와 반정을 훈구 대 사림의 권력투쟁이나 폭군의 난행 정도로만 치부해서는 결코 올바른 조선사관을 가질 수가 없다. 네 번의 사화와 두 번의 반정이 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이 중에서 최소 세 번의 사화와 한 번의 반정은 진보적이고 선진화된 헌법과 강상이 정착하는 과정에서 치러야 했던 희생이었다.

사림이란 용어는 여말선초 시기에도 간혹 쓰였으나, 무오사화 이후 사화가 거듭되는 가운데 피화자의 집단성을 표현하는 용어로 사용되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정파성의 의미를 띠는 ‘사림파’란 용어는 근대역사학 성립 후에 비로소 쓰이기 시작하였다.

이병도가 누구인가? 그는 조선사편수회 소속 어용학자이며 8.15 이후 서울대 사학과를 창설하여 교수와 대학원장을 하다가 문교부장관, 학술원 회장을 지내며 서울대학교의 사학자들에게 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했다. 이병도는 <국사대관>에서 조선 전기의 학자들을 의도적으로 유파별로 분류하여 훈구파, 절의파, 사림파, 청담파 등으로 제시했다.

이병도의 의도적인 유파 분류는 ‘당파성론’이라는 식민사관과 맥을 같이 한다. 식민사학자들은 조선의 역사를 선악의 2분법으로 재단함으로써 조선에는 ‘강자의 악’과 ‘약자의 선’만 있는 것으로 왜곡 조작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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