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보건소, 찾아가는 한의약 방문 진료
고령화로 적적해진 마을 주민들을 위한 의료서비스

“엄마, 오늘 맞은 침 어때요? 컨디션은 괜찮아?”
“응. 오늘도 몸이 편하고 기분 좋아”
회문마을 경로당 입구에 들어섰을 때, 엄마와 딸이 대화하는 모습이 보였다.
그러나 잠시 후 딸로 보였던 이는 경로당 안에 있는 다른 ‘엄마’들에게도 비슷한 대화를 나누며 그들의 몸을 직접 주물러주고 진료를 했다.
다정해 보이는 그들의 관계는 당일 열린 ‘찾아가는 한의약 방문 진료’ 담당 보건소 직원과 진료를 받기 위해 경로당을 찾은 회문마을 주민들이었다.
올 2월부터 시작한 이 행사는 국책사업으로 각 지역 보건소에서 시행되고 있으며, 지역사회 통합건강증진사업의 일환인 ‘한의약허브보건사업’ 프로그램 중 하나로 교통 및 거동불편 등으로 의료기관 접근성이 떨어지는 의료취약지역 주민들에게 한방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하여 만성질환 조기발견·치료는 물론 자가 건강관리 능력향상을 통해 건강수명 연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2일, 회문마을 경로당을 찾았을 때 안에는 20여 명의 마을 주민들이 머리와 다리, 허리 등에 침을 맞은 모습으로 정답게 둘러앉아 있거나 엎드려 누워 있었다. 그리고 옆에는 보건소 직원들이 세심히 살피며 침을 놓고 몸을 주무르면서 말동무를 해 주민들의 마음을 편하게 했다.
꾸준히 한의약 방문 진료를 받았다는 이인임(80) 씨는 “나이가 들다 보니, 병원 가는 것도 힘겨운데, 정기적으로 직접 찾아와주니 몸도 마음도 편히 진료를 받고 있다”며 “이제는 진료 있는 날, 마을 이장님이 방송하기도 전에 주민들과 먼저 찾게 된다”고 말했다.
보건소 직원과 주민들이 진료를 하고 얘기를 나누며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모습을 만들고 있는 한편, 말없이 그들을 지켜보던 회문마을 이장 박덕철(64) 씨는 “내가 올해 나이 64세다. 믿기 어렵겠지만, 이 마을에서 제일 젊은 층에 속한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서글픈 현실이다. 고령화 시대가 되어 마을에 ‘진짜 젊은 층’이 가져다 줄 수 있는 활기가 없어졌는데 그나마 이런 행사가 있어 마을 주민들이 함께 진료를 받으면서 위안 삼고 수다를 떨며 낙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하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영암군보건소에서는 이렇게 마을 어르신들이 가질 수 있는 소외감을 해소하기 위해 '찾아가는 한의약 진료'를 실시하고 있으며, 정기적으로 관내 11개 읍·면의 마을회관이나 개인 집, 경로당에서 매월 첫째 주와 셋째 주 화요일마다 보건소 직원과 소속 한의사, 간호사 등 3~4명으로 이뤄진 한 팀이 2시간 동안 진료를 보고 기초검진인 혈당, 혈압 측정과 침, 테이핑요법, 기공체조, 보건교육 등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골관절질환 예방관리교실, 중풍 예방교실, 면역력 증진교실, 바른 성장교실 등 다양한 한방프로그램을 구축해 모든 연령층의 군민이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보건소 담당자는 “농사일을 하는 어르신들이 무릎, 허리, 어깨가 아프다고 할 때마다 친부모님처럼 느껴져 더욱 신경 쓰게 된다”며 “프로그램을 통해 주민들이 만성질환을 극복하길 바라고 앞으로도 한의약 관련 프로그램을 발전시켜 지역 주민의 건강증진에 힘쓰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