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암군농민회장 한 봉 호

숨 가쁘게 달려온 2018년이 마무리 되어가고 있다.
특히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에서 올해 벌어진 일은 놀라움 자체이다. 작년 말까지 우리는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르는 상황에 놓여 있었다.
세계는 핵폭탄을 가지고 서로 노려보고 있는 두 지도자의 말 한마디에 모든 시선을 집중하였다. 직접 전쟁의 당사자가 되어야 하는 우리의 운명은 바람 앞의 촛불이었다.
하지만 올해 1월 1일 이후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남과 북이 함께 손을 잡고 입장하고 ‘코리아’라는 하나의 팀으로 경기에 나섰다. 성적과 상관없이 뜨거운 동포애로 눈시울을 붉혔다.
평창에서 시작된 남북의 훈풍은 판문점에서 남북정상이 군사분계선 오가며 손을 잡고 더 이상 한반도에서 전쟁이 없음을 선언하기에 이르렀다. 남북 사이의 봄은 전쟁 직전까지 갔던 북미관계도 녹여 최초의 북미정상회담이 싱가포르에서 열렸다. 서로의 핵단추가 크다며 노려보던 두 지도자는 서로를 훌륭한 지도자로 치켜세우며 새로운 북미관계, 한반도와 세계의 평화와 번영을 약속하였다.
이후 9월 문재인대통령은 수십만의 평양시민들의 환호 속에서 평양을 방문하였고 두 정상은 민족자주와 자결의 원칙아래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평양선언을 발표하였다.
평양선언이후 철조망너머 노려보던 초소들이 철거되고 피비린내 나게 싸웠던 고지에서는 남북의 병사들이 서로 어울려 공동유해발굴이 진행되고 있다. 철도에 대한 공동조사가 이뤄지고 공동경비구역 JSA가 진짜 비무장의 공동경비구역으로 바뀌었다.
이제 전쟁과 분단의 시대는 가고 평화와 통일의 새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평화와 통일을 향하는 발걸음이 미국의 대북제재와 분단을 이어가려는 보수 세력들에 의해 늦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북미정상회담과 김정은 위원장의 답방이 늦어지고 있다. 이럴 때 일수록 통일의 당사자인 우리 민족이 힘을 하나로 모아야 한다. 여러 곳에서 활발한 남북교류를 통해 막힌 물꼬를 뚫어야 한다.
막힌 물꼬를 뚫는 것은 우리 농민들의 특기이다. 평화와 통일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남측의 농민들이 먼저 나섰다. 통일트랙터 보내기 사업이 그것이다.
남측에서 십시일반으로 힘을 모아 보낸 트랙터가 백두산 아래 감자밭을 갈고, 평양 대동강 하류 논을 갈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 본다.
더 나아가 영암의 미질 좋은 쌀과 채소, 과일이 북으로 올라가고, 북측의 철광석 같은 자원들이 광양제철을 거쳐 대불공단으로 들어온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농민회를 비롯한 여러 사회단체에서 통일트랙터 보내기 사업을 진행하기로 하였다. 군민들의 정성을 소중히 모아나갈 것이다. 또한 영암군 행정과 의회를 비롯한 여러 곳에서 함께 노력해주기를 요청한다.
다행히 영암군의회에서 남북교류와 관련한 조례를 제정하기 위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타 시군에 비해 늦은 것은 아쉽지만 실효성 있는 조례가 재정되어 남북교류 협력 사업에 영암군이 가장 먼저 나서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