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국장  우 용 희

‘하나된 군민, 풍요로운 복지 영암’의 기치를 내건 민선 6기 영암군정이 출범 1주년을 앞두고 있다.
지속적인 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비춰지기도 하지만, 여전히 공직자의 마인드를 지적하는 사람은 부지기수다. 그러하기에 영암군이 지난달 말부터 ‘2015년 소통과 화합의 공감마인드 향상’이라는 주제로 진행하고 있는 ‘전 직원 역량강화 워크숍’에 대한 기대가 크다.
영암군은 경남 통영에서 진행하고 있는 이 워크숍을 통해 ‘공직자의 서비스 마인드 제고와 더불어 변화와 열정 속에서 군민 모두가 행복한 자치단체로 자리매김하는 추진동력을 확보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이번 워크숍이 전동평 군수가 역설한 ‘섬김행정·현장행정·소통행정’으로의 공직사회 패러다임이 큰 변화가 생기길 바라며 약간의 첨언을 해본다.

여전히 ‘공직자 마인드 제고’에 동의하지 않는 이도 있을지 모르니 필자 개인이 겪었던 일을 소개하며 예를 들어 보겠다.

먼저, 지난해 가을 ‘호적등본’ 발급과 관련된 일이다.
영암우리신문의 정기간행물 등록을 준비하던 때였다. 전라남도청 대변인실을 통해 준비서류 중 ‘발행인과 편집인의 호적등본’이 필요함을 안내받았다. 이에 영암읍사무소를 방문했던 필자가 서류 준비를 위한 호적등본 발급을 요청했는데, 담당자는 민원인을 비꼬듯이 “호적등본이 뭐예요?”라는 답변을 했다.
불쾌한 내색을 표하며 ‘전남도청 대변인실에서 요구한 서류’라 했더니 다른 공무원이 서둘러 대신 처리해줬다. “서류 명칭을 잘못 안내해줘 영암읍사무소에서 망신을 당했다”며 ‘전남도청 대변인실’에 항의하려다 말았다.
2005년 호적법이 폐지된 후 2008년부터 호적등본이 없어지고 ‘가족관계증명서’로 바뀌었다. 이런 사정을 모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알면서도 실수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문제는 민원인이 요청하는 것을 인지했으면서도 무시하며 망신을 줄 목적으로 민원인을 대했던 태도다. 충분히 ‘가족관계증명서로 바뀌었다’는 안내를 해주고 처리했어도 담당자에게는 불편함이 없었을 것이다.   
일정에 쫓겨 크게 항의하지 않고 넘어갔지만 ‘공직자의 마인드 문제’를 여실히 공감한 일이었다.

다음으로 ‘영암초중고길 보도블록 설치’와 관련된 일이다.
2011년 여름, 당시 필자는 영암초중고길(영암초등학교~영암고등학교 구간)에 거주하고 있었다.
어느 날 일방통행로인 그 곳에 보도블록을 설치하기로 했다며 ‘영암군청 소속 공무원’ 2명이 측량 작업을 나왔다. 이미 이 일방통행로의 한 측면에는 보도블록이 설치되어 있는 상황이었지만 남은 반대쪽도 보도를 설치하겠다는 것이었다. 기존에도 영암초등학교 담장을 따라 보도블록이 설치되어 있긴 했지만 보도를 이용하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기에, 굳이 일방통행로의 양 측면에 보도를 설치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측량을 확인하러 온 공무원에게, 연세가 70세 정도 되신 한 주민이 ‘측량이 잘못되어 개인 사유지가 포함된 것 아니냐’는 의견을 내며 사건이 발단됐다. 도로의 폭에 대한 공무원과 주민들의 이해가 달랐기에 급기야 언성이 높아졌고, 30대 후반(당시)의 젊은 공무원이 이 주민에게 ‘삿대질’을 하며 “당신이 직접 측량해보라. 당신 말이 맞으면 영암군에서 측량비를 돌려주면 될 것 아니냐”며 윽박질렀다.
주민들이 몰려들었고, 지켜보던 필자 역시 ‘동방예의지국’에서 있을 수 없는 상황이라 판단해 끼어들게 되었다.

“왜 보도를 설치하려 하는가”라는 필자의 질문에 공무원들은 “영암초등학교에서 요구한 사항이다”고 답했다. 초등학생들의 통행도 별로 없는 곳에 영암초등학교의 요청으로 공사하게 됐다는데 믿는 주민은 거의 없었다.
다음으로 “교육기관에서 요청하면 해당지역에 직접 거주하는 주민들의 의견은 묻지 않아도 되느냐”는 질문에 공무원들이 얼버무리자, 주민들은 각자의 생각들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일방통행이라 가까운 곳을 1㎞ 이상 더 돌아야하는 불편함이 있으니 양방향 통행으로 변경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여기에 필자는 “자전거를 타고 등하교하는 중고등학생들이 등교는 정방향이 되지만, 하교 시에는 도로교통법을 위반하며 역주행을 하기에 차량과 부딪히는 사고가 잦다. 한쪽은 보도를 하되 다른 한쪽은 자전거도로를 만들어 학생들의 교통법규 위반을 사전에 방지하도록 만드는 것이 더 바람직하지 않겠냐”고 주장했다.

주민들의 의견이 불편했는지 “이미 결정된 사항이기에 바꿀 수 없다”는 주장이 반복되기에 계속 고성과 막말이 오고가게 되었고, 결국 필자가 “(행정집행정지신청 등을 통해) 보도 설치가 중단되도록 하겠다”며 엄포를 놓은 뒤에야 이날의 사건은 마무리되었다.
하지만 여기서 끝난 것이 아니었다. 다음날 한 ‘고위공직자’ 측에서 연락이 와서 현장에 있었던 상황이 보고된 바, 속된 말로 “필자가 고위공직자를 팔아가며 행패를 부렸다”는 보고가 들어왔다며 ‘고위공직자’가 곤란을 겪을 수 있으니 자중하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결국 필자로 인해 피해를 보는 사람이 있다기에 참아야했고, 3개월여의 뜨겁던 여름을 공사로 인한 흙먼지에 밤낮으로 창문도 열지 못하고 에어컨에 의지하며 보내야 했다.

위의 두 상황들을 돌이켜보며 ‘조금 행색이 초라하고 어눌한 면이 있는 사람에게는 얼마나 더 심하게 대할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나름대로 ‘섬김행정·현장행정·소통행정’이 필요한 사례로 적당할 것 같은 두 가지 사례를 소개해 보았다.

아무튼, 500명이 넘는 영암군 공직자가 참여한 만큼 이번 워크숍으로 많은 변화를 가져왔으면 한다. 부디 참가한 공직자들은 ‘섬김행정·현장행정·소통행정’으로의 공직사회 패러다임 대전환을 받아안고, ‘복지부동·탁상행정·불통행정’은 통영 앞바다의 대한해협에 버리고 돌아와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
최소한, 영암군 공직자 마인드에 대한 불편이 지적되더라도 ‘일부에 의한 전체화의 오류’라고 감싸줄 수 있을 정도로의 변화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