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점심은 돼지고기찌개와 상추쌈 오이냉채, 묵 등 다양한 반찬을 많이 만들었어요. 어르신들 빨리 오셔서 드시게요”
5월 말이 되자 여름이라도 온 듯 한낮에 무더운 날씨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영암읍 망호정 마을회관에서는 한창 모내기로 바쁜 마을 주민들이 마을회관 큰방과 작은방, 주방에 모여 점심상을 마주하고 서로 둘러 앉았다.
“메인 반찬인 돼지고기 찌개 준비했어요 부족하면 더 달라고 말씀하시고요”
밥그릇과 반찬 그릇, 숟가락과 젓가락을 상에 놓고 주방과 큰방을 분주히 들락거리는 유순임 부녀회장은 연세가 많이 드신 어르신들에게 밥 한숟가락이라도 더 드리게 하기 위해 쉴틈이 없었다.

또 유 부녀회장은 큰 방 혹은 작은방에서 자신의 점심은 뒤로 미루고서 마을 어르신들의 끼니를 챙겨드리기 위해 매우 바쁘게 움직였다.
유 부녀회장은 “먼저 어르신들의 식사가 마치고 나면 한숨 돌릴 시간이 난다”며 “평소에 비해 많은 반찬들을 준비했지만 어르신들의 입맛에 맞는지 모르겠다”고 웃었다.
이에 97세로 마을 최고령인 이순임 할머니는 “아따 이렇게 차려놓으니 진수성찬이 따로 없구만”하며 “얼른얼른 준비하고 유 회장도 빨리 앉아 같이 먹어야지”라고 계속 재촉했다.

본격적인 농번기철을 맞아 바쁜 일손을 덜어드리기 위해 점심을 공동으로 해결하는 ‘마을 공동 급식’이 주목을 받고 있다.
마을주민들과 함께 점심을 준비하면서 일손도 덜고 친분관계도 돈독히 쌓을 수 있어 일석이조의 사업으로 호평을 받고 있는 것이다.
65농가 70여명의 마을주민들이 살고 있는 영암읍 망호 1구 망호정 마을에서는 매년 상반기 하반기로 나눠 한 달간 마을공동급식을 실시하고 있다.
영암군의 지원을 받는 ‘마을공동급식’은 지난 2012년부터 3년간 마을 부녀회원 2명이 매일 정오 무렵에 마을회관에 준비된 각종 취사도구를 사용해서 매주 점심을, 농번기철에는 토. 일 휴일에도 제공하고 있다.
이경호 망호정 마을 이장은 “마을 부녀회원들에게는 매일 점심을 준비해야 해서 번거로운 일이기도 하지만 고령이신 마을 어르신들의 점심 걱정을 손쉽게 덜어 드릴 수 있다”며 “어르신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토론도 하고 나이 드신 분들의 안부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점도 있다”고 말했다.
또 “혹시 나이가 드신 분들이 많아 혹시 식중독이라도 걸리면 안되기 때문에 사용한 취사도구는 철저히 소독하고 있다”며 “부녀회원들은 보건증을 가지고 있어 안심해도 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이장은 “쌀과 인건비만 군에서 지원받고 있고 부식비는 따로 마련해서 점심을 제공하고 있다”며 “마을 여건에 맞는 공동급식을 확대해 모두가 행복한 농촌마을을 만들어 나갔으면 좋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