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전적으로 학문이나 기예에 통달하여 남달리 뛰어난 역량을 가진 사람을 우리는 ‘달인’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남보다 많은 땀과 노력의 결과로 더 큰 성과를 내는 사람을 ‘생활의 달인’이라고 칭한다.
도포면 구학리에서 배를 재배하는 이기열 씨도 달인이라 불릴만하다. 그는 지난 2일 강원도 원주시에서 개최된 ‘제15회 전국 우리배 한마당 큰잔치’ 전국 최고배 과실 품평회에서 대상을 수상했다.
올해로 15회째를 맞는 이번 행사에서 이씨는 ‘화산’이라는 품종으로 대상을 차지했다. 이씨는 동일 품종으로 2015년과 2017년에 최고상을 수상했고 2013년 장관상 수상 등을 포함해 배 분야에서만 5관왕을 차지해 맛과 품질에서 전국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처럼 이기열 씨가 재배한 배가 인정을 받는 데는 철저한 재배관리와 품질관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30여년 전 광주에서 통신사업을 하던 중 우연한 기회에 도포면 구학리의 농장 1만여평을 인수하면서 배농사와 인연을 맺은 이씨는 “이왕 한 거 1등이 되자”는 마음으로 배 농사 공부에 열중했다. 
그리고 남들과 같은 방법으로는 성공이 어렵다는 것을 깨달은 이씨는 자신만의 노하우로 가미된 한방농법을 적용해 배 농사를 시작했다. 한방농법이란 다시마, 계피, 복분자, 막걸리, 미꾸라지, 광물질 등을 1년 정도 발효시켜서 액비를 만들고 봉지씌우기 작업이 끝난 후부터 수확하기까지 토양에 뿌려주는 이씨만의 비법이다. 여기에 일반적인 착색봉지 대신 인쇄지로 만든 봉지를 씌워 천천히 배의 속부터 익어가도록 하면서 당도를 높이는 작업도 함께 진행된다.
선별도 남다르다. 1차로 기계선별을 거쳐 2·3차는 손으로 선별한 후 이물질은 깨끗하게 닦아낸 다음에야 ‘이기열 한방배’라는 브랜드를 달고 서울 가락시장과 백화점 등에 납품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친 이씨의 배는 과히 명품이라 불릴만하다. 인터뷰 과정에서 즉석으로 측정한 배의 당도가 15브릭스에 달했다. 일반적으로 신고배의 당도가 10브릭스 내외라는 점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높은 당도와 미관 등에서도 우수한 품질을 자랑하다보니 이씨의 배를 한 번 맛보면 멈출 수 없는 배라고 엄지를 추켜세우는 이들이 적지 않다. 이씨의 배는 단순히 과일에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국내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유명 냉면 프랜차이즈 업체에서는 이기열 한방배를 물냉면과 비빔냉면 위에 올려 식당을 찾는 소비자들에게 제공한다. 일반 배보다 결코 낮은 가격은 아니지만 높은 당도에 매료돼 식재료로 쓰고 있다.
또 광주시청 로컬푸드에서도 이씨에게 부탁해 배를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등 이기열 한방배의 인지도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배 농업에서 성공신화를 써내려가고 있지만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계속되는 이상기후 등 농업환경은 점차 어려워지고 있지만, 기업형 도매상들에 의해 주도되는 유통구조가 농촌을 지속적으로 피폐하게 만드는 현실은 이씨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하고 있다.
이씨는 “배 농사를 시작하면서안전한 먹을거리를 생산하자는 마음가짐으로 노력과 천혜의 자연환경을 가진 영암이 어우러져 지금의 결과를 가져온 것 같다”며 “하지만 농사를 지으면 지을수록 농사가 어렵다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고 더 노력하고 더 연구해 영암배가 전국 최고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