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특성화고 학생이 현장실습 중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조기 취업 형태의 현장실습 제도를 개선해야한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그동안 특성화고 현장실습이 학생들의 값싼 노동력 제공으로 이용되면서 인권 사각지대라는 지적을 받으며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거셌던 것이 사실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학교협동조합이 특성화고 학생들의 진로·취업에 도움을 주기 위한 시도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 11일 구림공고에서 지역주민, 학부모, 학생이 참석한 가운데 구림공업고등학교 학교협동조합의 창립총회가 열렸다. 학교협동조합은 공동으로 소유되고 민주적으로 운영되는 사업체를 통해 공통의 경제적·사회적·문화적·교육적 필요와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학교구성원인 학생, 교직원, 학부모, 지역주민들이 자발적으로 결성한 자율적인 조직이다.
학교협동조합은 민방기 교장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최근 특성화고 학생들의 취업지원과 기술습득에 도움을 주고, 조기취업형 현장실습의 문제점에 대한 대안으로 학교협동조합을 기획하고 지역사회와 공감대를 나누면서 프로젝트는 시작됐다.
이를 위해 민 교장은 지역주민과 학부모, 교장을 발기인으로 두고 협동조합 정관을 작성하고 사업계획서 작성을 끝마친 뒤 지난 11일 창립총회를 갖고 정식적인 협동조합설립인가를 신청했다.
초대 이사장은 군서면에서 대찬건설을 운영하는 이종식 대표가 맡았다. 구림공고 학교협동조합의 주된 내용으로는 학교와 지역사회의 유기적 연계를 통한 다양한 형태의 교육을 지향 하고 전문계의 특성화고 학생들의 진로의 다양성을 모색해보고, 학생, 교사, 학부모, 지역주민이 참여하는 사회적경제 생태계를 조성하고자 한다. 또한 지역주민들이 참여하여 언제든지 학교 시설과 장비를 사용할 수 있도록 지역주민에게 개방하고, 구림한옥마을과 연계해 지역경제 발전에 일조하는 ‘소셜미션(Social Mission)’을 통한 학교 협동조합을 설립하는 것이 목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지난 2015년 구림공고에 개설된 전국 유일의 한옥건축과를 매개로 구림마을의 인적자원과 결합함으로써 목공예와 한옥건축을 바탕으로 제품화 및 기술을 축적하고, 협동조합의 운영과정에 학생들이 참여함으로써 창의적 경제활동 체험의 교육기회를 제공하기 위한 취지이다.
또한 협동조합이 창업의 인큐베이팅 역할을 하고 기업가정신 교육을 수행함으로 특성화고 학생들의 진로 모색을 할 수 있도록 하며, 현장실습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협동조합에 참여하게 하여 협동조합과 연계된 교육과정을 운영하도록 하겠다는 의지이다.
여기에 지역주민에게 구림공고의 한옥건축과 기자재 및 시설을 개방하고 지역과 공동마케팅 전략을 통해 지역내 사회적경제 네트워크를 연계해 한옥건축 시공, 보수 및 목공예품 제작판매, 체험학습 프로그램 운영 등의 수익활동을 통해 학생들의 진로와 장학금 지원사업을 펼쳐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즉, 지역과 학교가 함께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스스로 찾은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학교협동조합은 전남지역 특성화의 학교협동조합 롤모델을 제시하는 한편 지역주민들과의 소통과 협력을 통해 전인적 교육의 장(場) 마련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한옥건축과 졸업생 배출시 협동조합에서 채용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면서 청년일자리 사업에도서 상당한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구림공고 민방기 교장은 “학교 협동조합은 학생들의 취업난과 더불어 신입생 모집이 어려운 농촌학교로서 구림공고가 살아남기 위한 대안이다”며 “학교의 고민을 함께 들어주고 힘을 실어주신 지역민들의 협조에 감사드리며 학교협동조합을 통해 학교와 마을을 잇는 교육공동체로서의 기능을 수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구림공업고등학교는 기계과1학급, 전기과 1학급, 한옥건축과 1학급으로 180명의 학생이 재학하고 있으며 3학년 전학생이 국가 기능사 시험에 전원 합격하는 등의 성과가 바탕이 돼 올해 도제교육 학교 평가에서 최우수학교인 S등급을 수상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