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역 내 친환경 농업 단지를 중심으로 먹노린재 피해가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행정의 안일한 대처가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농민들에 따르면 최근 군서면 마산리와 영암읍 망호리 일대, 덕진면 백계리 등 친환경 농업 단지를 중심으로 먹노린재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이로 인해 농민들은 급히 방제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인 상황이다.
상황이 악화일로에 놓여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정은 마땅한 대응책을 찾기는커녕 부서간 책임을 떠넘기며 피해를 확산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농업기술센터의 경우 올해 예산으로 돌발병해충 긴급방제 예산을 책정해놓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필요한 시기에 사업비 지출을 하고 있지 않다.
영암군 2018년 예산에는 농업 기술개발 항목에 돌발병해충 긴급방제비로 400만원을 책정해 놓고 있다. 1㏊당 10만원씩 40㏊를 방제할 수 있는 금액이다. 현재 영암군의 친환경 농업 면적이 2800㏊라는 점을 감안하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지만, 예산 항목에는 책정되어 있는 셈이다.
하지만, 정작 먹노린재라는 돌발 병해충으로 농가들이 피해를 호소하고 있지만 예산은 사용되지 않았다. 지난해에도 200만원이 책정되어 있었지만 사용하지 않아 반납됐다. 지난해에도 덕진면을 비롯해 지역 친환경 단지에서 먹노린재 피해가 적지 않았다.
농업기술센터에서는 “돌발 병해충 긴급방제 예산은 4월이나 5월 방제 적기에 돌발병해충 피해가 발생할 때를 대비해 책정된 예산이다”며 “솔직히 예산에 대한 신경을 제대로 쓰지 못한 점에 대해 인정하고 앞으로 더 신경 쓰고 챙기겠다”고 말했다.
터무니없이 낮게 책정된 예산도 문제다. 현재 피해를 호소하는 곳만 군서면 마산리, 영암읍 망호리, 덕진면 백계리, 시종면 일대 등 광범위하다. 방제를 위해서는 적어도 500㏊ 정도를 커버할 수 있는 5000만원 가량의 예산이 책정되어야 했지만, 실상은 40㏊ 가량 방제할 수 있는 정도에 그쳐 농업 업무를 맡아보고 있는 부서가 얼마나 농촌현실에 둔감한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더군다나 친환경 농업의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해야 할 친환경농업과와 친환경농업 뿐만 아니라 영암농업의 핵심역할을 맡아보고 있는 농업기술센터가 서로 책임을 놓고 핑퐁게임을 벌이고, 정작 책임은 농가에 전가하는 전형적인 안일한 행정의 작태를 보이면서 주민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친환경농업과에서는 “방제는 농업기술센터의 업무로 관련 예산이 무엇인지 알지 못한다”며 책임을 농업기술센터에 넘겼고, 농업기술센터에서는 “방제 업무가 우리에게 있는 것은 맞지만, 친환경 농지에서 발생한 문제이기 때문에 절차상 친환경농업과에서 긴급방제 협조공문을 보내야 우리도 예산을 사용할 수 있다”고 책임을 친환경농업과에 전가했다.
더 큰 문제는 책임을 서로 떠넘기면서도 어느 부서 하나도 현장을 찾아 피해상황이나 실태를 파악하고 전수조사를 하려는 움직임조차 없다는 점이다. 즉, 피해보상이든 긴급방제든 간에 정확한 피해상황을 인지해야만 가능한 조치를 취할 것인데, 가장 기본적인 행정절차도 없었다는 것이다. 특히 일부 공직자는 이번 노린재가 행정에서는 방제와 예방을 위해 지속적인 홍보활동을 펼쳤지만, 농민들이 방제적기를 놓쳤고 방제업체가 꼼꼼하게 방제를 하지 못해 먹노린재가 확산됐다는 식으로 답변해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에 대해 한 주민은 “영암군 공직자 모두는 아니겠지만 대체적으로 주민들이 보는 영암군 공직자의 모습은 무사안일주의에 젖어 있다는 것이다”며 “군수가 현장중심의 행정을 펼치겠다고 공언을 해봐야 뭐하겠는가. 일선 공무원들은 책상에 앉아 서류만 쳐다보고 앉아 있어 이런 사태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성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