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담처럼 내뱉은 선배의 말 한마디…후배들 자동차 제작 의기투합
쉬는 시간 반납하며 자동차 제작…회원 간 힘 모아 설계 완성

자동차산업이 빛의 속도로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영암고의 자율동아리 학생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자동차 제작에 나서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9일 영암고등학교의 한 교실. 자율동아리 시간을 맞아 학생들이 열띤 토론에 임하고 있었다. “지금 우리가 만드는 차의 속도가 10~20㎞정도 밖에 안되니깐 모터에 자전거 체인을 연결해도 안전에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 너희는 어때?”, “회장님 근데, 자전거 체인이 자동차 프레임을 비롯해 모터 등의 무게를 견뎌낼 수 있을까요? 그것보다는 컨베이어 벨트가 더 안전하지 않을까요?”
아직 앳된 얼굴의 고등학생들이었지만 대화의 내용은 사뭇 진지했다. 이들은 자동차 제작 동아리 학생들로 물리 담당 김영석 교사의 지도를 받아 올해부터 자동차 제작에 몰두하고 있다. 동아리 회장인 영암고 2학년 이창훈 학생을 중심으로 같은 학년 부회장 박찬영 학생, 신입 회원 1학년 이재강, 김준희 학생으로 구성돼 있고 2학년 이찬양 학생과 1학년 강범석, 양하늘 학생은 서포터 역할을 맡아 이들의 든든한 지원군이 되고 있다.
이들이 갑작스럽게 자동차 제작에 의기투합한 것은 동아리 선배의 아이디어가 시초가 됐다. 하지만 아이디어를 최초로 제시한 선배는 수능 준비 관계로 동아리에서 자연스럽게 탈퇴하면서 유야무야 될 상황이었지만 공학도가 꿈인 이창훈 학생이 회원들의 의기투합을 이끌어내며 쓰레기통에 들어갈 뻔 했던 프로젝트가 시작됐다.
아무런 사전지식이 없던 이들에게 수 만 개의 부품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야 비로소 굴러가는 자동차를 설계하고 제작하는 쉽지 않은 일이었다. 이에 처음에 동아리 학생들은 비교적 수고가 적은 RC카를 제작할까도 고민했지만 그보다는 직접 탈 수 있는 카트형태의 자동차를 제작키로 했다.
자동차제작에 필요한 정보는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인 유튜브와 물리 시간에 배운 각종 과학 원리를 총동원해가며 빈칸을 조금씩 채워나갔다. 그래도 부족한 부분은 지도교사인 김영석 교사를 찾아 물었다. 특히 부회장인 박찬영 학생은 폐차장을 돌며 자동차의 구조나 부품에 대한 정보를 사진으로 찍어 회원들과 공유했고 이창훈 학생은 회원들이 제시한 의견들을 적극 반영해 설계도면 제작에 들어갔다. 그 결과 6개월여 만에 자신들이 생각했던 카트의 설계 도면이 완성됐다.
문제는 예산이었다. 30만원에 불과한 예산으로 카트를 완성할 만한 재료를 구입하기는 현실상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6개월 동안의 노력을 수포로 날릴 수는 없는 일이었다. 
이에 이들 학생들이 내린 결론은 최대한 주변 재료를 활용키로 의견을 모았다. 자동차 엔진 역할을 할 모터는 중고로 구입하고 차량의 척추 역할을 할 프레임은 나무로 제작하기로 했다. 또 바퀴는 수레바퀴, 시트는 못 쓰는 책걸상을 활용하기로 했다.
물론 아직 브레이크와 핸들 등 풀지 못한 난제와 함께 본격적인 제작에 들어가면 더 많은 어려움과 난관에 봉착할 것은 자명한 사실이지만 이들 학생에게는 두려움 따위는 없다. 왜냐하면 지금까지의 과정에서도 쉬운 일은 없었지만 악착같이 해결해왔기 때문이다.
이들의 목표는 겨울방학이 시작되기 전까지 자동차 제작을 완료하는 일이다. 그리고 시범운행을 마치면 학생들에게 인기가 떨어지는 물리동아리 홍보를 위해 학교에 기증할 생각이다.
동아리 회장인 이창훈 학생은 “우리의 지금의 도전은 누구에게 보여주고 입상을 위한 것이 아니라 자동차의 구조와 원리, 법칙을 우리 두 눈으로 보고 배우고 싶어 시작했다”며 “앞으로 3개월 동안 회원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아 포기하지 않고 자동차 제작을 마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