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도를 넘는 폭염이 계속되던 지난 8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는 ‘일본군 성 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집회’가 열렸다. 1347번째로 열린 이날 수요시위 단상에는 낯익은 한 여학생이 단상에 올라 마이크를 잡았다.
영암여고 2학년 이다은 학생이었다. 300여명의 시민들 앞에서 자유발언에 나선 이다은 학생은 “국정농단, 탄핵, 미투 등을 보며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는 것을 체감해 알고 있다”며 “지난달 위안부 피해자 김복득 할머니가 별세해 이제 남은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 숫자는 27명 뿐으로 꽃이 다 아스러지기 전에, 숨소리가 멎기 전에, 일본 정부가 죄송하다고 청춘에 사과드린다고 말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이날 수요집회 참여는 오래전부터 계획했던 일이었다. 이다은 학생이 중학교 3학년 시절 우연한 기회에 듣게 됐던 위안부 할머니 피해자들에 대한 수업으로 가슴 한 곳에 먹먹함을 느꼈던 것이 첫 시작이었다.
방학을 맞아 서울에 사는 언니에게 가는 김에 수요집회 현장을 찾은 이다은 학생은 도착하자마자 자유발언을 신청했다. 자유발언 내용은 몇 날 며칠을 고민하고 스스로 작성했다. 
자유 발언 중간에는 방송장비 문제로 1분가량 공백이 있었지만 폭염에도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300여명 남짓의 청중들과 역사의 단편으로만 치부되어왔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아픔을 자신의 목소리로 전할 수 있다는 생각에 끝까지 발언을 이어나갔고 당찬 목소리로 외쳤다.
이다은 학생의 이러한 모습이 알려지면서 지역의 어른들마저 이런 저런 이유로 관심을 두지 못했던 피해 할머니들의 역사를 여고생 혼자의 힘으로 올바르게 기억할 수 있는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점에서 지역사회에 큰 울림을 전했다.  
이다은 학생은 “올해가 광복 73주년이지만 할머니들에게는 아직 광복이 오지 않았다. 일본은 역사를 잊고 있지만 진실은 기억된다고 생각해 수요시위에 참여하게 됐다”며 “물론 저의 작은 목소리가 역사를 바꿀 수는 없겠지만 지치지 않고 함께하면 해결의 그날이 언제가 올 것이라고 믿고 있고 기회가 되면 또 다시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