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천 의원은 지난 6·13지방선거에서 영암군의회 다선거구 군의원으로 당선된 초선의원이다. 정의당이라는 군소정당 소속으로 당선된 그는 당선 이후 선거 때 만큼이나 바쁜 일과를 보내고 있다.
폭염과 회기가 없는 한가한 시간이지만 그는 특별한 약속이 없는 한 매일 9시부터 6시까지 의원실에서 일과를 보내고 있다. 얼마 전 일본 간자키 시 백제문 건립 행사에 초청을 받았지만 개인적인 사유를 들어 동참하지 않았다.
그 개인적인 사유는 다름 아닌 얼마 후 있을 제259회 영암군의회 임시회 준비였다. 초선 의원에게는 처음으로 맞이할 추경 심사 준비가 만만치 않다고 판단했던 김 의원은 하루의 대부분을 영암군에서 제출한 예산안을 훑어보는데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 의원은 “선배·동료들과는 달리 저는 초선인데다 정의당 소속 의원인 탓에 더 많은 준비를 해야한다고 판단해 공부를 하고 있는 것이다”며 “행정을 감시하고 견제하라고 나랏돈을 받는데 잘 해야지 않겠느냐”라며 웃었다.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정치에 발을 들여놓은 그는 ‘군민’과 함께 ‘사회적 약자’라는 말을 자주했다. 김 의원은 평생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삶을 살아온 평범한 사람이다. 그 어느 누구의 위에 군림하려 하지 않았고 특권을 누리고자 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김 의원은 정치인으로의 삶이 무척 조심스럽다. 군의원이라는 직책을 얻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따라붙는 적지 않은 프리미엄이 그동안 자신이 주장해왔던 평범한 삶과 상당부분 배치되기 때문이다.
이에 김 의원은 작은 곳에서부터 변화를 시키고자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부분이 바로 ‘의원재량사업비 폐지’, ‘외유성 해외출장 폐지’이다. 의원재량사업비는 군의회에서는 공공연하게 의원의 의사에 따라 집행되는 사업비로 의원 당 2억원 가량 책정되지만 비공개 사업으로 국회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특수활동비와 비슷한 성격의 사업 예산이다.
김 의원은 이러한 재량사업비를 잘못된 관습이 만들어낸 폐단이라며 폐지를 힘껏 주장하고 있다. 행정을 감시하고 견제해야 할 군의회가 행정으로부터 선심성 예산을 부여받아 본래의 권한 밖의 사업을 펼치는 것 자체가 지방의회 본연의 의미를 퇴색 시키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특히 이러한 선심성 예산을 통해 지역민을 줄 세우고 의원 자신이 부당한 거래 및 유혹의 덫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폐지를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초선이자 상대적으로 젊은 연령대 의원의 외침에 일부 동료 혹은 선배 의원들은 “건방지다”고 하지만 김 의원은 아랑곳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자신이 선거 때 공약으로 내걸고 군민들에게 약속했던 ‘밥 값하는 의원’이 되는데 ‘의원재량사업비’는 걸림돌이 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김 의원은 지금 당장은 힘들겠지만 의원재량사업비로 인한 실태와 폐단 등에 대해 면밀한 검토와 함께 주민참여예산제 등 다양한 방안도 마련해 나갈 방침이다. 이와 함께 그동안 지역 안팎에서 지적되어왔던 외유성 해외출장 폐지도 함께 추진해 나가면서 보다 깨끗하고 투명한 군의회로 변화하는데 일조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