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훈현 국수를 배출한 국수의 고장 영암. 정작 지역의 바둑 인프라는 그리 넓지 못한게 현실. 이러한 현실 앞에서도 묵묵히 바둑을 전파하는 박상태 사범은 ‘바둑 선생님’으로 지역 학생들에게 통한다.
30여명 남짓한 회원들이 등록되어 있는 영암바둑협회에서 사범으로 등록되어 있는 박 사범은 지난 2006년부터 영암교육지원청의 요청을 받아 지역 학교에서 방과후 수업으로 바둑을 가르치고 있다.
지난 2016년 이세돌 9단이 알파고와의 일전으로 바둑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하지만 초등학생들이나 바둑문외한들에게 ‘바둑’은 쉽게 접하지 못한 어려운 스포츠이다. 이에 박 사범은 단순히 바둑의 예절을 가르치고 두는 법을 가르치기 보다는 바둑판이라는 도화지 위에 두 사람이 함께 아름다움을 구현해가는 과정을 알려준다. 
잘 알려져있다시피 바둑은 ‘집’으로 승패가 결정되는 경기로 백돌과 흑돌은 마지막에 가서 각각 에워싼 땅의 크고 작음에 따라 승패를 알 수 있다. 각 집은 순간순간 바둑알을 어떻게 놓았는지, 즉, 매순간의 선택으로 완성되는 만큼 한수 한수가 예술인 셈이다.
그렇다고 정해진 바둑의 예절에 따라 둘 필요도 없다. 바둑을 처음 접한 학생들에게 틀에 박힌 룰을 머릿속에 주입을 한다면 아이들이 스스로 만들어가는 원동력인 흥미를 잃게 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에 박 사범은 되도록 아이들이 인지하고 어느 정도 틀이 잡힐 때까지 아이들이 바둑알과 바둑판에 친해지도록 기다린다. 그렇다보니 아이들의 실력이 늘어나기까지 시간은 더디다. 하지만 이러한 시간이 지나고 일정 수준에 다다르면 아이들이 바둑을 대하는 모습은 확연히 차이가 드러난다는 것이 박 사범의 설명이다.
이러한 박사범의 변함없는 활동과 노력에 최근에는 4명의 사범이 지역의 16개 학교에서 방과후 수업을 할 정도로 저변도 크게 확대됐다. 물론 함께 사범으로 활동 중인 정해민, 이흥표, 신복섭 사범이 함께 했기에 가능한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매주토요일마다 유치부 혹은 성인부 바둑교실을 추가로 운영하면서 바둑 저변확대에 여념이 없는 박 사범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아쉬운 것이 있다면 현재 시스템상 학교별로 주 1회씩 방과후 수업을 진행하고 있으나 바둑의 특성상 주 2회씩은 진행이 되어야만 아이들이 끊김없이 바둑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이다.
짧은 시간에도 불구하고 얼마 전 영암과 신안, 강진에서 치러진 국수산맥바둑대회에 방과후 수업에 참여했던 학생 다수가 출전하기도 했다. 물론 좋은 성적은 아니었지만 이제 막 바둑에 눈을 뜬 학생들이 더 큰 무대에서 많은 경험을 해본 것으로도 큰 성과라고 박 사범은 말했다.
박 사범은 “바둑 교육을 통해 아이들을 모두 바둑기사로 키우자고 하는 말이 아니라 바둑을 교육의 도구로 활용하고 흥미를 갖도록 환경이 마련됐으면 좋겠다는 것이다”며 “흔히 바둑을 손으로 나누는 대화라고 하는데 바둑을 통해 혼자만의 시간에 익숙한 아이들에게 보다 넓은 시야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능력을 키워주고 싶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