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국장  우 용 희

‘영암우리신문’ 23호가 발행된 5월 8일, 몇 통의 전화를 받았다.
2면에 게재된 ‘우수학생 해외문화 탐방… 관행 버려야’라는 기사에 대한 의견들이었다. 해당 기사는 4월초 영암우리신문이 정보공개 청구를 하며 우수학생 해외문화 탐방에 대한 실태를 조사하고 지역민들의 의견을 들어가며 준비했다. 지난달 말 정보공개에 대한 답변이 받고 현황을 파악한 뒤 23호 지면에 기사를 게재했다.
이후 관계자로부터 기사에 대한 해명과 더불어 향후 개선될 ‘우수학생 해외문화 탐방’의 방향 등을 듣게 되었다. 또 독자들로부터는 ‘정확한 지적으로 속 시원한 기사였다’라는 내용도 들을 수 있었고, ‘본인 자녀가 작은 학교의 2등인데 선정되지 못했다며 기사 내용과 일치하는 사례’라는 말과 함께 의견과 조언을 묻는 분도 있었다.
후속 보도에 대한 계획이 없었기에 ‘우수학생 해외문화 탐방’에 대해 잠시 잊고 지내고 있었는데, 다시 관련된 전화들이 오기 시작했다.
“작은 학교에 다니는 자녀가 전교 2등인데 이번에 학교 측 추천에 의해 ‘해외문화 탐방’에 갈 수 있게 되었다”며 고마움을 전해왔다. 변화가 생겼음이 감지됐다.
관계자를 만나 자세한 내용을 전해 듣고 우려스러운 부분이 생겼다. 그 변화로 인해 여러차례 항의 민원도 발생했다는 것이다.
어떤 통로에 의해서인지 이후 ‘영암우리신문 기사 때문’에 ‘해외문화 탐방’의 계획이 바뀌었다며 해당 민원들의 목적지가 ‘영암우리신문’으로 옮겨왔다. 심지어 지난 20일에는 몇 시간 동안 전화만 붙들고 있을 정도여서 여타 업무처리에 어려움이 따랐다.

‘해외문화탐방’
올바른 방향으로 전환 노력 돋보여
그럼 처음부터 다시 되돌아보자. (이해를 돕기 위해 해당 기사를 다시 게재함)
해당 기사에서는 ‘성적지상주의를 행정에서 조장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 ‘3학년생이 10명 안팎인 소규모 학교는 1등만 선정되는 문제’, ‘지역 학교 진학을 거짓 서약하게 되는 문제’, ‘업체 선정 방식의 문제로 과다 경비가 지출되는 문제’ 등 크게 4가지 정도를 지적했다.
이 부분에 대해 관계자는 작은 학교에서의 선정인원을 추가하고, 성적뿐만 아니라 재능우수·학교추천·다문화가정 등 구성의 변화를 주겠다고 했다. 또, 기존의 영암군청 홈페이지 공고를 통한 입찰에서 통합전자조달 시스템인 ‘나라장터’ 입찰로 변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올바른 방향을 찾으려는 노력에 박수받아 마땅하다.

선정 기준의 변경 적용에 이해당사자 혼란
하지만 간과하고 실수했던 부분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전수조사라는 명목으로 이미 인원 선정을 위해 성적기준 20%의 학생들에게 참가신청서와 함께 지역학교 진학의 서약까지 받았던 것이다. 물론 참가신청이 모두 확정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 그렇지만 서약서까지 받아가며 신청서를 받는 경우 참가신청자의 기대는 충만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지난해 성적 20%로 선정됐으니 올해도 상위 20% 안에 들면 해외문화 탐방을 갈 수 있을 것이다’는 기대로 학업성적 올리기에 열중했던 학생들이 느끼는 상실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실제 영암군청 홈페이지의 자유게시판에는 이런 내용과 함께 “선정 기준 적용을 내년의 미뤘어야 하지 않냐”는 주장의 글도 게시됐다.
 

적극적인 소통을 이끌어
‘참여하는 행정’으로 변화할 계기
이미 공지되었기에 변경될 수 없는 사안이라며 관철시키기에는 논란이 크다. 이런 논란은 오히려 군민들과 함께 소통을 폭넓게 할 수 있는 기회이다. 법적 의무가 있는 사안도 아닌만큼 의견 개진으로 결과를 새로이 만들어 낼 수도 있는 문제이다.
아직 시간도 많이 남아있고 확정되지 않은 부분도 많은 만큼 의견을 모아낼 방법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일정을 조율한다거나 경비를 절감해서라도 당초 선정이 될 것으로 생각했던 학생들을 모두 수용할 수도 있을 문제이다. ‘행정’이 번복되는 것으로만 받아들이는 고리타분한 사고에서 탈피하자.
‘일방적인 행정’보다 ‘적극적인 소통’을 만들어 ‘참여하는 행정’으로 바뀌는 좋은 선례로 만들어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