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짝 타 들어가는 고추밭에서 한 농민이 애처롭게 고춧잎을 정리하고 있다.

▲ 밭을 해갈하려는 스프링클러의 물줄기 앞에서 농민들도 뜨거워진 몸을 식히고 있다.

“7월 중순인데 40도 가까운 폭염이라니…하늘이 원망스럽습니다”
지난 17일 시종면 구산리에 위치한 한 고추밭에서 만난 김복심 씨는 살을 태울 듯이 내리쬐는 하늘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해 고추 풍년으로 재미를 본 까닭에 올해 900여평 남짓의 밭에 7000여주의 고추를 심었지만, 최근 계속되는 폭염으로 김 씨의 밭은 이미 40% 가량이 고사상태였다.
임시방편으로 스프링클러를 돌려보지만 이미 말라 죽어버린 고추를 되살리기에는 역부족인 상태였다. 김씨는 “300m 가량 떨어진 하천에서 물을 끌어올리고 있지만 쉽지 않다”며 “지하수 관정이라도 파보려 했지만 지하수가 없다하니 앞으로 비가 적당히 내려주기만을 바랄 뿐”이라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고구마 밭도 상황은 매한가지이다. 약 1만여평 정도의 고구마 밭도 계속되는 폭염으로 이파리가 축 늘어진 상태이다. 이에 농가에서는 급하게 스프링클러를 설치해 수분공급에 나서고 있지만 1만여 평에 달하는 밭을 모두 커버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태다. 앞으로 10여일 정도 폭염이 지속될 경우 올해 농사는 이대로 끝날 수도 있다는 것이 농가들의 설명이다.
고구마 농가 관계자는 “보통의 경우 한줄기에 6알 정도의 고구마가 달려 있다면 앞으로 폭염이 계속될 경우 잎이 노랗게 말라 2~3개 정도밖에 안 달린다”며 “심지어 그것도 제대로 자라지 않아 지난해보다 50% 정도 수확이 줄어들 것 같다”고 말했다.
가축 농가들의 상황도 심각하다. 전남도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계속되는 폭염에 가축폐사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16일 기준으로 영암 지역의 닭 7개 농가, 오리·돼지 각각 1개 농가 등 총 9개 농가에서 2만2000마리가 폐사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손해보험에 접수된 폐사량을 집계한 것으로 아직 신고 되지 않은 사례까지 더하면 피해는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농가에서는 대형 팬을 가동하고 안개분무까지 실시하면서 실내온도를 조금이라도 낮추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지만 이번 폭염이 최장 한 달가량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폐사 가축 수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여 농가들의 위기감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농장 대표는 “닭이 산란하기 위한 최적의 실내 온도는 23~24도지만 외부 기온이 높아 30도 가까이 오르고 있어 계란 출하량이 감소할까 걱정”이라며 “지난해 살충제 파동 이후 계란 값이 계속 떨어지는 상황에서 폭염까지 몰려와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말했다. 
최근 계속되는 폭염에 대해 기상청에서는 “최근 한반도 부근의 공기 흐름이 느려진 가운데 이러한 기압배치는 당분간 계속 유지되겠고, 다음 주까지도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낮에는 무더위, 밤에는 열대야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하며 “고온현상과 함께 습도도 높게 나타나 불쾌지수와 더위체감지수가 높아 낮 동안의 야외활동을 가급적 자제하기 바라며, 수분을 충분히 섭취하고 휴식을 취하는 등 건강관리에 각별히 유의하기 바란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12일 폭염주의보가 발효되었던 영암군 지역은 지난 19일 11시를 기해 폭염 경보로 격상 발효되었고 당분간 비 소식이 없어, 건강관리와 작물·축산시설 관리에 더욱 세심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