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에서 학생들을 가르쳐야 할 교사들이 거리로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이 스스로 한 약속을 저버렸다는 이유에서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영암지회 소속 30여명의 조합원들은 매일 영암읍 오거리와 삼호읍에서 피켓 시위를 펼치고 있다. 이들의 피켓에는 ‘법외노조 철회’, ‘노동3권 쟁취’ 등이 적혀져 있었다. 잠잠하던 이들이 이처럼 거리로 나오게 된 건 ‘문 대통령의 입’인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의 발언 때문이다. 지난달 19일 김영주 노동부 장관은 전교조의 법외노조 철회 요구에 대해 “대통령이 직권으로 취소할 수 있는지 법리를 검토하겠다”며 해결기미를 보이는 듯 했지만 김 대변인이 “불가능하다”고 밝히면서 전교조의 집단행동을 불러왔다.
전교조가 법적 지위를 잃은 것은 박근혜 정부 때인 지난 2013년 10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고용노동부는 전교조 조합원에 해직 교원 9명이 포함된 것은 교원노조법에 어긋난다며 법외노조를 통보했다. 전교조는 이를 취소해 달라며 행정소송을 냈지만 1·2심에서 모두 패소했고, 사건은 2년 넘게 대법원에 계류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부와 청와대의 법외노조 소송에 대한 재판거래 의혹이 나오면서 합법노조로 인정해 달라는 목소리는 더 커졌다. 여기에 김영주 고용부 장관도 직권취소에 대한 법률 검토를 해보겠다며 가능성을 엿보였지만 다음 날 청와대가 직권취소는 불가능하다고 선을 그으면서 물거품 됐다.
전교조 조합원들은 문재인대통령이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전교조 법외노조 철회를 약속한데 이어 청와대 고용노동비서관과 사회수석도 거듭 약속했음에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큰 울분을 토해내고 있다.
전교조 관계자는 “양승태 대법원장의 사법농단의 과정에서 전교조를 내친 것이 드러나고 있는데 아직까지 왜 전교조가 법외노조여야 하는가”라며 “세월호 교사 순직인정도, 국정교과서 폐기도 대통령 직권으로 해낸 일로 전교조 법외노조도 지금당장 취소해야 한다”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