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의 과잉 공급을 막기 위해 정부가 논에 벼 대신 밭작물을 재배하도록 하고 있지만 농지의 특성상 대체작물을 키우는 게 쉽지 않아 농민들이 피해를 입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4일 덕진면에서 올해 처음으로 서리태 농사에 도전하는 박중재씨는 최근 부쩍 한숨이 늘었다. 귀농 5년 차인 그는 정부의 논 타작물재배지원사업 정책에 맞춰 올해 8㏊규모의 논에 벼를 재배하는 대신 서리태를 심기로 하고, 타작물재배지원사업 신청을 했다. 평균 1평당 1kg가량이 생산된다는 계산 하에 정부지원금을 합치면 그럭저럭 벼농사보다는 낮겠다는 판단에서다. 또 쌀전업농으로써 생산조정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정부의 지원이 전업농으로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됐다는 점에서 정책에도 적극 참여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농사가 채 시작하기도 전에 박씨는 실패를 고민해야할 처지에 놓였다. 현재 서리태를 심은 논의 특성상 배수시설 등이 벼를 기준으로 설치돼 다시 공사를 진행해야 했다. 또 서리태 모종이나 육묘관리 재배 등에 대한 정보가 태부족해 박씨는 그냥 벼농사를 하는게 나을 뻔 했다고 후회를 하고 있다.
특히 사업 추진을 염두에 두고 행정에서 사전에 논 타작물재배지원사업을 중심으로 농기계임대사업이나 농지기반정시사업 등의 관련 농정사업을 개편하는 준비가 필요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영암군의 행정적 지원은 전무하다는 것이 박씨의 주장이다.
박씨가 선택한 서리태(검은콩)에 대해서는 종자를 구하기도 어려운데다가 파종·수확을 위한 농기계가 없는 실정이다. 종자의 추가적인 공급은 재배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차지하더라도 중앙정부와 지자체 예산을 합쳐 운용하고 있는 농업기술센터의 농기계임대사업에 대한 아쉬움이 큰 상황이다.
그렇다고 수천만원에서 억 단위에 달하는 농기계를 농가가 사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이를 임대해 사용할 수 있도록 행정의 꼼꼼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 박씨의 입장이다. 
박씨는 “지금이라도 지역별 신청면적 등을 고려해 농기계를 지원해주는게 가장 필요한 지원책”이라면서 “내년에는 올해보다 2배나 되는 면적에서 타작물재배지원사업이 실시된다고 하는데, 이를 성공적으로 진행하기 위해서는 전환작물에 대한 직접적인 지원은 물론 영농에 필요한 것들이 무엇인지 꼼꼼히 점검해서 준비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이 사업이 2년간 예정이 돼 있는데, 장기적으로 지원이 된다면 논의 형상을 바꿔서 콩재배에 적합하게 바꿀 용의도 있다”면서 “계획된 지원기간이 짧다보니 작목전환에 고민하는 농가들도 많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