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이상 어부 생활했는데 배스랑 블루길 때문에 죽을 맛이에요”
지난 4일 영암군이 올해 처음으로 실시한 외래어종 수매현장에서 만난 주민 박준호씨는 컨테이너 박스 가득 담겨진 블루길과 배스를 보며 푸념을 했다. 
외래어종 수매는 영암군이 토종 민물고기를 마구잡이로 먹어치우면서 내수면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는 외래어종 큰입배스와 블루길(파랑볼우럭)퇴치를 위해 지난 4월부터 총 4차례에 걸쳐 사업비 3000만원을 한도로 ㎏당 4000원에 수매하는 사업이다.
이날 수매는 마지막 수매현장이었다. 지역 내 30여명 남짓한 내수면 어업인들 중 고홍윤 씨와 박준호 씨만이 수매현장에 참석했다. 
1990년대만 하더라도 영산강을 중심으로 한 지역의 내수면 어업은 활황기였다. 그러나 영산강 수질이 악화되고 배스나 블루길과 같은 생태계교란 어종이 늘어나면서 붕어와 쏘가리, 메기, 가물치와 같은 토종 어종의 개체가 크게 감소했다는 것이 어민들의 설명이다.
이날 수매현장에서 나온 배스는 크기부터가 어마어마했다. 얼핏 보기에도 50㎝는 훌쩍 넘을 듯한 크기였다. 특히 입은 어른 주먹이 들어갈 수 있을 만큼 큼직했다. 
박씨는 배스를 들어보이며 “이것보다 더 큰 것들이 부지기수고 이런 것들이 물 속을 헤집고 다니니 토종어류들이 버텨낼 재간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날 보여준 배스는 외래어종 가운데 포식성이 가장 강해 토착어종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데다 초기 생존률이나 성장속도가 빨라 어민들에게는 골치 대상이다. 특히 토종 어류이자 포식어종인 쏘가리나 메기, 가물치마저도 배스나 블루길에게는 좋은 먹잇감이 될 정도이다.
설명이 이어지는 동안 고 씨와 박 씨가 약 1주일 동안 잡아 냉동 창고에 보관해둔 배스와 블루길이 컨테이너 박스가 쉴 새 없이 나왔다. 
이날 수매에 나온 배스와 블루길만 1490㎏이었다. 컨테이너 한 박스에 평균 30㎏이라고 가정했을 때 약 50박스를 배스와 블루길이 가득 채워 나온 셈이다. 이번에 수매된 외래어종들은 여수에 소재하고 있는 자라 양식장 먹이로 반출됐다. 
어민 고 씨는 “많은 양 같지만 한 번 그물을 치면 90% 이상이 배스와 블루길로 마음만 먹으면 이정도 양은 며칠이면 다시 채울 수 있다”며 “영암군에서 처음으로 외래어종 수매를 해줘 감사하기는 한데 이 정도로는 어림도 없고 예산을 더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들의 생계터전인 물속에는 계속해서 블루길과 배스가 늘어나고 있는데 이같은 외래어종은 상품성이 없어 어민들의 소득은 점차적으로 줄어들 수밖에 없어 전업을 심각하게 고려하는 어민들도 크게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라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영암군 해양수산팀 김미숙 팀장은 “이번 수매사업은 급속도로 개체 수를 늘려가고 있는 외래어종이 고유 생태계를 교란시킴에 따라 토종어종을 보호가 건전한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 진행됐다”며 “이번 사업이 군에서 최초로 시행되다 보니 부족한 점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어민 소득증대 효과나 생태계 보전효과가 클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