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한계를 뛰어넘는 기쁨으로 산다”
오는 30일까지 광주 무각사에서 ‘연필로 그린 부처님 이야기’ 특별 전시전을 개최하고 있는 지역 출신 이상호 작가는 그림 모퉁이에 새겨진 짤막한 글귀를 가리키며 자신이 좋아하는 의미 있는 말이라고 강조했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이해 작품전에서 만난 지난 22일, 이 작가는 자신의 삶이 한계에 봉착하고 이를 뛰어 넘는 연속된 과정이었다고 과거를 회상했다. 
어린 시절 삼호읍에서 양조장 집 아들로 자란 그의 어린 시절은 부족함이 없었다. 하지만 12살 나이에 홀로 타지의 삶을 감내해야 하는 어린 이상호는 외로웠다. 그는 어머니가 보고 싶을 때마다 펜을 들었다. 종이에 동네를 그려 넣으며 그리움을 달랬고 자연스레 재능은 나타났다. 그는 학창시절 여러차례 상을 받았고 어렵지 않게 미대에 진학했다.
시대를 잘 만났다면 그림을 업으로 삼으며 평온한 삶을 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시대는 어린 이상호가 그린 평범함과 거리가 있었다. 
이상호 작가는 “대학에 입학한 후 운동권 선배들이 싸우는 모습을 지켜봤다. 당시 나는 그것이 옳다고 생각했다”며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학생운동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무서운 시절이었다. 화염병을 투척하고 때때로 눈앞에서 피가 튀기는 장면도 목도했다. 폭력을 좋아하진 않았지만 그도 무기를 들었다. 그림이라는 이름으로 말이다. 그는 시위 현장에 쓰이는 만장, 걸개그림을 그리며 군사정권과 맞서 싸웠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뇌리에서 잊을 수 없는 사건이 발생했다. 시위를 하던 그가 당시 경찰들에게 끌려가 모진 고초를 당한 것이다. 무자비한 국가폭력에 멍이든 그날 그의 정신에도 지울 수 없는 상처가 짙게 드리웠다.
그날로 그는 정신병에 시달리며 힘든 세월을 겪게 됐다. 가까스로 정신을 추스르던 그는 87년도에 또 한 번의 풍파를 겪으며 ‘만담꾼 이상호’의 삶을 빼앗겼다.
군사정권의 끝자락인 당시 대학교 4학년인 이 작가는 ‘백두의 산자락 아래 밝아오는 통일의 새날이여’ 작품을 통해 미술인 최초로 국가보안법에 걸리는 전무한 사태에 직면했고, 이때 그 유명한 남영동 대공분실에 끌려가 모진 고초를 겪으며 또 다시 정신병에 시달리게 됐다.
아픈 그는 치료를 위해 영암에서 목포로, 나주로 다니며 89년도 조선대학교 서양학과를 졸업할 때까지 병원신세를 면치 못했다. 
이상호 작가는 “국가 폭력을 통해 많은 것을 잃어버렸지만 후회는 없다. 그렇게 살아온 대학생이 나뿐만이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그가 대학을 졸업한 후 독재정권은 무너졌다. 하지만 세상은 크게 바뀌지 않았고, 화가 이상호의 삶도 계속됐다. 그러던 93년 호암갤러리에서 우연히 보게 된 ‘고려 분화 불교그림’은 그의 삶을 다시 한 번 바꿨다. 그는 종교적 색채와 어우러진 천년 전 선조들의 섬세함과 아름다움에 반했다. 
그 후 그는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동네를 그리던 소년의 모습으로 다시 먹과 붓을 들었다. 그 까닭인지 이작가의 그림 속에는 초월적인 신만이 존재하지 않으며, 희로애락과 함께하는 민초들의 삶이 녹아있다.
이번 작품전을 채우고 있는 ‘지옥도’와 ‘관세음보살’도 다르지 않다. 과거의 작품 속에 현대를 그려 넣으며 반복되는 역사 속에 다른 형태로 되풀이 되고 있는 폭력과 억압의 실상을 탱화의 형태로 새겨 넣었다.
이 작가의 향후 목표도 이의 연장선이다. 수륙화라고도 불리는 ‘감로탱’으로 근현대사를 아우르는 그림을 그리는 것.
이상호 작가는 “동학농민운동, 4·19, 5·18은 물론이며 나아가 최근의 촛불혁명까지 모두 작품으로 만들겠다”며 “역사의 주인공은 멀리 떨어져 있는 사람들이 아니라 내 이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그들을 위한 작품을 그릴 것이고 분단된 민족이 통일되는 날까지 작품 활동을 계속하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