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 벽에 벽화가 하나 둘 그려지자 마을 사람들의 얼굴에도 자연스레 웃음이 그려졌다.
보슬비가 내리던 지난 12일 한적한 군서면 백암동마을 외벽에 알록달록한 벽화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앳된 얼굴로 그림 삼매경에 빠진 이들은 영암여고 학생 20여명과 두드림 봉사단 회원들로 주민들에게 기쁨을 선사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붓 끝에 정성을 쏟았다.
영암여고 학생은 “그림을 잘 그리는 것은 아니지만 그림으로 봉사활동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매력을 느낀다. 꼼꼼하게 색칠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이날 백암동 마을회관 건너편 외벽에 그려진 벽화는 커다란 한 여성이 오이를 먹고 아이를 잉태해 대나무 숲에 버리자 비둘기가 아이를 감싸주며 사람들을 놀라게 했고, 범상치 않던 그 아이가 훗날 도선국사가 되었다는 도선국사의 탄생설화에 기반한 것으로 그림과 함께 설명문구도 써넣으며 단순히 외벽을 그림으로 채워 넣는 것이 아니라, 마을의 이름부터 도선국사 설화에서 따온 백암동의 정체성과 부합하게 만들어 벽화의 의미를 배가 시켰다.
또한, 그림을 통해 재미있는 이야기가 만들어지자 마을어르신들은 도선국사가 옷을 벗어 덮어 놓고 떠났다는 백암동마을의 백암바위도 벽화에 그려지면 좋겠다며 들뜬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백암동 김광철 이장은 “삭막했던 마을에 그림이 그려져 마을 어르신뿐만 아니라, 백암동을 지나가는 지역민에게 볼거리를 제공할 것 같다. 고생한 봉사단 분들께 감사함을 느끼고 앞으로도 지역 곳곳에 벽화가 그려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두드림 봉사단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지역 마을에 활기를 불어넣어줄 수 있는 벽화를 그릴 것 이라는 뜻을 밝혔고 벽화를 그리기 전 해당 마을 주민과 충분한 상의를 거쳐 마을만이 간직하고 있는 이야기를 벽화로 만들어 마을에 생기를 불어넣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