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자! 몸에 맞는 옷을 하나씩 고르기 위해 차례대로 줄줄 서서 기다리세요 ”
천연 염색 체험전에 참여한 어르신들이 예담은규방문화원 체험관에 중앙에 한곳에 모였다.
“옷에 이쁜 무늬를 많이 내고 싶으면 촘촘히 줄을 묶으세요”
“무늬를 적게 내려면 줄을 느슨히 묶으면 돼요”
천연 염색 체험전에서 도움을 주고 있는 한 강사는 힘주어 옷에 무늬를 내는 방법들을 어르신들에게 일일이 다가가 세심하게 알려줬다.
지난 6일 봄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화창한 날씨 속에 군서면에 위치하고 있는 예담은규방문화원 체험장에는 이른 아침부터 150여명의 어르신들이 염색 체험에 한창이다.
예담은규방문화원은 4년 전부터 독거 어르신들을 초청해 천연 염색 놀이마당을 매년 펼치고 있다.
이 천연 염색 놀이마당은 영암지역자활센터의 도움으로 45명의 돌보미 봉사자들이 11개 읍.면에 거주하고 있는 3명의 어르신들을 직접 자기 차로 모시고 와서 진행했다.
조덕임 돌보미 봉사자는“거동이 불편하신 어르신들은 혼자 스스로 움직여서 올 수가 없어 직접 집을 방문해 행사장에 모셔왔다”며 “천연 염색 체험전에 모셔 와서 즐겁고 보람됐다”고 설명했다.
본격적인 체험은 체험관 마당에 쪽물이 들어있는 수십 개의 물통이 가지런히 놓여 있는 가운데 줄을 묶어 옷에 여러 가지 무늬를 낸 어르신들이 물통에 천천히 담그는 것부터 시작됐다.
10분 동안 담겨진 옷을 보고서 어르신들은 노란색으로 이후 파랗게, 그리고 짙은 청색으로 자연스럽게 물들여지는 것을 보고서 매우 즐거워 했다.
또한 영암지역자활센터 어르신돌보미들과 함께 하면서 즐거운 대화도 나눴고, 화학 연료가 없던 예전에는 천연 염색으로 옷에 물을 들었던 옛 추억들을 잠시 떠올리며 회상에 젖기도 했다.
배란희(금정면·82세)씨는 “예전에는 쪽을 많이 심어서 딸들이 시집갈 때 쪽물에 물들인 혼수 이불을 주곤 했다”며 “쪽물은 향균성이 강해 몸에도 좋은 것으로 알고 있어”라고 말했다.
실제로 쪽 염색을 한 천염염색 옷을 입으면 향균과 살균력이 있어 상처나 악종 종기 혹은 무좀 등 피부질환에 효과가 있고 몸에 열을 식혀주는 등 건강에도 상당한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독거 어르신을 대상으로 천연염색 체험전을 연 예담은규방문화원은 지난 2008년 설립됐으며 천연염색 원단과 쪽 염색 침구세트를 만드는 기업이다. 지난해 사회적 기업으로 승인되고 지역 사회에 공헌하고자 매년 이같은 천연염색 체험전을 열고 있다.
이혜숙 대표는 “지역 사회 주민들의 문화적 삶의 질 향상과 더불어 함께 숨쉬고 호흡하는 기업을 만들고 싶다”며 “상대적으로 소외돼 있는 지역 어르신들을 위해 천연 염색 체험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칠 것이다”고 다짐했다.
이삼행 영암지역자활센터장은 “노인돌보미 연계차원에서 이같은 봉사활동을 예담은규방문화원과 함께 했다”며 “예담은규방문화원이 지역 내 봉사 활동을 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서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