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영암여고서 특강
근로정신대 문제 재조명…피해 할머니에 관심과 응원 당부

지난 8일 오후 3시 영암여고 2학년 장미반. 수업이 한창인 교실에는 TV화면으로 동영상이 상영되고 있었다.
“어느 날 남편이 대번에 그러더라구요. ‘너 일본 갔다 왔다면서 몇 명이나 상대했냐?’ 이날 이후 평생을 가슴 펴고 큰 길 한번 다녀보지 못했어요. 죄인처럼 숨어서 뒷질로만 뒷질로만…” 일제강점기에 일본군수기업으로 동원돼 강제노동을 강요당한 어린 여공이 겪어야 했던 혹독한 피해 사례 중 일부다.
이날 영암여고에서는 특별한 수업이 진행됐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이 전라남도의 지원을 받아 ‘찾아가는 역사교육’을 진행한 것이다. 역사특강은 금정면 출신으로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대표를 맡고 있는 이국언 대표 등 5명의 강사가 초빙됐다. 
이국언 대표는 일제강점기 시절의 근로정신대 이야기로 시작했다.
또 정신대와 여자근로정신대, 일본군위안부 등 그동안 일반인들이 혼용해오던 용어들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이 대표는 “일본이 사용한 ‘정신대’라는 말은 남녀노소, 모든 계층을 포괄한 말인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직도 ‘정신대’와 ‘일본군위안부’를 같은 말로 오해하고 있다”며 “여자근로정신대는 아시아·태평양전쟁 말기 부족한 노동력 충당을 위해 군수공장으로 동원된 다수의 미성년 여성인력을 말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대표는 여자근로정신대 동원인력이 12세에서 15세의 어린 소녀들로 일본인 교장 및 담임선생 등이 거짓말로 속여 지원을 강요했다고 이해를 도왔다. 이 대표의 설명이 이어지자 교실의 분위기는 사뭇 진지해졌다. 특히 당시 여자근로정신대에 동원됐던 할머니들의 증언 동영상이 나오자 일부학생들은 때로는 깊은 탄식과 함께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여기에 근로정신대에 강제동원된 어린 여공들이 겪었던 노동착취와 인권유린의 증언들과 함께 전쟁막바지에 밤마다 공포에 떨며 미군의 공습을 피해 도망 다니고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던 당시의 상황, 심지어 나고야로 동원된 광주·전남 출신 소녀 6명이 지진에 목숨을 잃었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교실의 분위기는 엄숙해졌다.
또 광복 이후에도 사람들의 편견과 오해로 인해 죄인처럼 살았던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의 삶이 조명되면서 마치 자신의 일처럼 안타까워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다른 교실에서는 자신의 작은 할아버지가 강제징용으로 끌려간 뒤 유골도 찾지 못하고 있다는 한 학생의 증언도 이어지면서 학생들의 관심도 어느 때보다 높았다.
마지막으로 이대표는 일본 정부와 당시 일본군수기업이었던 미쓰비시에서는 피해자들에게 반성이나 단 한마디의 사과도 없이 외면하고 있으며 이에 맞서 피해 할머니와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에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해 승소판결을 받았으나 일본 기업들이 불복해 대법원 최종판단이 진행 중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학생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당부했다.  
이국언 대표는 “오늘 교육은 한국사회에서 거의 조명받지 못했던 근로정신대 문제를 학생들에게 제대로 알리기 위한 자리였다”며 “막막했던 문제가 그나마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데는 역사 정의를 위해 함께 나선 ‘시민들’과 ‘학생들’의 역할이 컸던 만큼 영암에서도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과 응원 부탁드린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