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하정웅 미술관에 특별한 손님이 찾아왔다. 일본인 마쓰다(66), 야마카와(65), 가야누마(78)씨가 그 주인공이다.
한국 직장인을 대상으로 일본어 강의를 하고 있는 ‘일본어 쌤’ 가야누마 씨와 한국영화광으로 부산국제영화제, 전주국제영화제에 매년 참석하고 있다는 ‘코리안 무비홀릭’ 야마카와 씨, 그리고 하정웅 미술관과 특별한 인연이 있다고 자신을 소개한 마쓰다 씨는 초행길에도 지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이들은 ‘영암 100년의 기록’ 전시관에 한참이나 머물며 놀라움을 표했고, 특히나 마쓰다 씨는 영암의 옛 사진에 눈을 떼지 못하며 연신 감탄사를 연발했다.
오래된 흑백사진을 한참이나 바라보던 마쓰다 씨는 자신이 경험했던 1988년의 대한민국을 회상했다. 당시 마쓰다 씨는 일본 방송국의 서울 특파원으로 근무하게 된 남편을 따라 서울에서 4년가량 거주했다. 그녀는 타국의 낯설음도 잠시. 눈앞에서 펼쳐지는 6월 항쟁 등 격동기를 겪고 있는 한국의 상황을 직·간접적으로 지켜보며 한국을 깊이 이해하고자 한국 대학의 어학당을 다니며 한국어 공부에 매진했다고 한다. 
마쓰다 씨는 “당시 한국은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었다. 한국에 살기 전에는 한국에 대해 아는 것이 전혀 없었지만 한국어를 배우며 자연스레 한국에 대해서 알게 됐다”고 말했다. 
우연한 계기를 통해 한국문화에 관심을 갖게 된 마쓰다 씨는 귀국 후에도 한국과 각별한 인연을 이어 갔다. 2018년 현재 전세계에 뿌리내린 한류붐으로 한국어를 구사하는 외국인의 모습이 낯설지 않지만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일본에서 한국어와 일본어를 동시에 구사할 수 있는 사람이 드물었고, 한국어에 능통했던 마쓰다 씨는 자신의 능력을 살려 한국 대사관 문화원 일을 돕게 됐다.
이때부터 문화원의 각종 행사의 사회를 보며 한국에 애정을 더한 마쓰다 씨는 이를 계기로 만나 지금까지 교류하게 된 하정웅 선생의 모습을 회상했다.
“하정웅 선생의 모습을 잊지 못한다. 그는 일본 내에서 말로 하지 못할 어려움을 겪었다. 그런 어려움을 극복하고 다양한 컬렉션을 만든 선생의 모습은 대단하다”고 말했고 이어 “하정웅 선생의 고향이 영암이라고 하지만, 영암에서 긴 시간을 보낸 것은 아니기 때문에 고향에 대한 기억이 희미할 수도 있었다”며 “한국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을 잃지 않고 고향에 대한 변함 없는 애정으로 열심히 활동한 그의 모습을 존경한다”고 말했다.
영암과의 짧은 만남을 뒤로하고 전주로 발길을 돌린 마쓰다 씨와 일행들은 “한적한 농촌에 수준 높은 미술관이 있어 놀랐다. 이번에는 짧은 일정으로 영암에 방문했기 때문에 지역을 모두 둘러볼 수 는 없을 것 같다”며 “기회가 된다면 그때는 영암에 대해 많이 알아가겠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