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다 은 (영암여고 2학년)

2014년 4월 16일, 삶을 영위하던 사람들의 일상이 한 줌의 재가 되었다. 누군가의 가장 사랑했던 사람들이 사건의 진실과 함께 깊은 바닷속으로 가라앉았다. 
단원고 학생들의 부모님들은 모두 입을 모아 말한다. “처음에 아들한테 전화가 왔을 때는 별거 아닐 거라고, 그렇게 생각했어요. 아무 일 없겠지. 설마 우리 아들한테.” 모두가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사고였다. 그런데 세월호에 대한 뉴스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학부모들은 학교로 모여들었다. 체육관에서 다 같이 들은 소식은 ‘전원구조’로 모든 부모님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그들의 옷가지와 음식을 싸, 버스를 전세해 팽목항으로 향했다. 
하지만 그들의 아이는 뭍에 있지 않았다. 태양의 품에 있지 않았다. 모두 차가운 바다가 삼켜버렸다. <가만히 있어라>. 말 잘 듣고, 착한 우리 아이들은 모두 가만히 있었다. 어른들 말만 잘 들으면 살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렇게 믿었으니까. 이제까지 그렇게 배웠으니까. 구조를 기다리며 그들은 서로의 손을 놓지 않고 있었다. 친구가 구명조끼가 없으면 자신의 것을 벗어주고, 친구가 무서워 울고 있으면 같이 손잡아주고. 기울어진 배에서, 구조를 기다리며 서로를 믿고 의지하던 고결했던 아이들은 침몰해가는 세월 속에서도 의연하고 고귀했다. 하지만, 이 아이들의 살 수 있다는 믿음과, 멋진 어른이 되겠다는 열렬한 꿈들은, 철저히 배신당한 체 깊은 수렁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4년이 지난 오늘, 2018년 4월 16일. 많은 사람은 이제 그 수렁을 ‘잊자’고 한다. 잊는다는 것, 잊음의 무게. 한 단원고 학생의 어린 동생은 “죽으면 형한테 빨리 갈 수 있어요? 그럼 나도 빨리 죽을래요.”라고 했고, 한 어머니는 운전 중 마주 오는 차에 자신도 모르게 돌진했다. 그 날 이후 그들은 더 이상 삶을 영위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한 작가는 세월호 사건에 대해 ‘일상이 무너졌다’라고 표현하며 다음과 같은 말을 덧붙였다. 
‘일상이 모여 일생이 되고 일생이 모여 인생이 되고 인생이 모여 영원이 된다. 그런데, 일상이 무너졌다. 이 말은 곧 그들이 영원을 잃었다는 것이다. 잊으라는 말은 함부로 꺼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세월호에 담긴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의 아픈 사정들이 있다. 이사를 가던 일가족 네 명 중 10살의 어린 오빠가 6살의 여동생에게 자신의 구명조끼를 벗어주곤 안타깝게도 그 어린 오빠와 부모님은 차가운 물속에 가라앉은 이야기, 60대 할아버지들의 삶에 치여 미루던 우정 여행, 자신들의 제자를 구조하기 위해 스스로 구명조끼를 벗고 다시 들어간 선생님들, 가만히 있으라는 어른들의 말을 들으면서도 다른 친구를 돕는 것을 주저치 않던 아이들. 모두 물속으로 사라져버렸다. 억울하게, 이 세상 한 서리게, 몸이 퉁퉁 불도록 헤매다 결국, 우리 곁을 떠났다. 
세월호는 어쩔 수 없었던 사고가 아니다. 인재(人災)이다. 말도 안 되는 적재량과 그를 지탱한 일본산 싸구려 배. 9시간의 공백을 남긴 채 사라진 박 전 대통령, 그리고 그 배후의 사이비 교단, 모든 악이 만들어낸 인재이고, 교향곡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가라앉아가는 진실을 그대로 둬서는 안 된다. 유가족이 아니더라도, 아는 이가 아니더라도, 역사는 반복되고 깨닫지 못하는 국가는 멸망한다. 녹슨 세월호는 대한민국, 우리의 자화상이다. 그 와중에도 유골을 은폐한 고위층들은 우리나라의 썩은 폐단이며 그럼에도 나라의 빛이 꺼지지 않는 것은, 그 속에서 진실을 알고자 하는 작은 발전기들이 미약하게나마 끝없이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대로 세월호가 어둠에 잠식되어버린다면 언제 또다시, 세월호가 출항할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