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충 원 영암고등학교 학생회장

나는 대학입시라는 현실의 틀에 갇힌 고3이다.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루하루가 힘들다싶으면 학교 앞 ‘우리문구’를 간다. 그 곳은 매운 간장 맛 돈가스가 일품이다. 
얼마 전 친구 한 녀석이 주인 이모께 물었다. “이모, 우리 졸업하고 계속 있을 거죠?” 이모는 답했다. “난 정말 이 일이 좋은데, 애들이 줄어서 계속 못할 것 같아. 졸업해도 꼭 기억은 해줘.” 
순간 머릿속에 알 수 없는 소용돌이가 치기 시작했다. 보통의 소용돌이가 아니었다. 
며칠 후, 집으로 가던 중 우연히 한 의상실을 보게 되었다. 하지만 화려한 옷과 장신구의 아름다움은 보이지 않았다. 오로지 그 가게의 거울에 비쳐진 우려스러운 내 눈빛만 보였다. 순간 이발사 아저씨가 해주셨던 말이 떠올랐다. “영암은 살아날 수 없어. 집값 비싸지, 일자리 없지. 교육여건도 평범하지. 이래서 누가 여기서 살겠어. 그래도 길고양이는 계속 여기서 살아주려나?” 나는 주위를 살피며, 길거리를 천천히 걸었다. 대다수의 상가의 유리창에는 ‘임대’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적막한 분위기와 함께 말이다. 
나는 왜 이런 상황까지 왔는지, 왜 아무도 위기라고 생각하지 않는지, 왜 아무도 나서지 않는지에 관해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주위에는 이런 의문을 해결해 줄 사람은 없었다. 이러한 문제에 관해 적극적으로 관심 갖는 시민단체는 드물었고, 지역신문은 이러한 문제를 소극적으로 보도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상황의 모든 원인을 단순히 정치인에게 치부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에게도 어느 정도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투표만 하면 되지. 또 뭘 하냐’ 라는 생각으로 정치에 무관심했고, 제대로 된 의사 표출을 하지 않았다. 또한 남들에게 튀어 보이는 것을 싫어했다. 그냥 남들이 하는 것처럼 ‘적당히만 하면 누군가가 하겠지’ 라는 생각으로 줄곧 살아 왔다. 
그 결과, 이 도시는 성장하기는커녕 퇴보하기 시작했고, 청년은 꿈이라는 이유로, 엄마는 아이라는 이유로, 노동자는 가정이라는 이유로 이곳을 떠나 버렸다. 그리고 아무도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적막했다. 활기를 잃었다. 오직 고요 아닌 고요만이 이 도시를 메운 것 같았다. 
물론 지역의 정치인도 이 문제에 대해 각성해야 한다. 산업시설만 세우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된다는 인식을 전환해야 한다.
하지만 그보다는 우리가 주체적으로 똘똘 뭉쳐 다채로운 생각을 제시하며, 이러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도시는 누군가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 내 자신이 능동적으로 만들어 나가는 것이다. 애착감과 변화의 의지를 가져야 한다, 내가 속해 있는 이 공동체가 더 발전할 수 있도록, 사람 냄새가 더더욱 풍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방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온다. 단순히 대표자 한 명이 바뀐다고 해서 이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없다. 전에 언급했듯이 똘똘 뭉쳐, 내 자신이 먼저, 제대로 된 가치를 추구하며 변화의 의지를 표출해야 한다.
나는 ‘우리’에게 간절히 바란다. 밝은 미래와 함께 내 일말의 희망이 거대해 지길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