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역사 간직한 전통민속놀이, 인구감소로 계승 어려움

“어따 야들아 줄 걸어 매라~ 힘차게들 소리를 맞소”
반세기가 넘는 세월이 흘렀지만 500여명이 넘는 마을 주민들이 외쳤던 노랫소리가 아직 귓가에 생생한 박판남 도포제줄다리기 민속보존회 회장(67)은 잠시 상념에 빠지며 어린 시절 동네 어르신들과 함께 불렀던 노래를 추억했다.
4년 연속 국가 유망축제로 선정된 왕인문화축제의 행사장을 매년 향토 풍속과 예술의 물결로 수놓고 있는 도포제 줄다리기는 서도포 마을 주민들에게는 인생과 함께한 동반자다. 
아직 농업이 국본(國本)으로 국가의 한해농사가 국민의 생존과 직결되던 시절 도포제 줄다리기는 정확히 기원을 알 수 없을 정도로 오랜 시간을 함께했다.
음력 정월 닷새와 칠월 칠석에 제를 지낼 때 동도포와 서도포로 편을 갈라 펼쳐졌던 도포제 줄다리기는 매년 이맘 때만 되면 누가 뭐라 하지 않아도 마을사람들이 새끼를 꼬았고 마을 사람들의 입에서는 자연스럽게 노랫말이 흘러나왔다.
마을간 신경전도 치열해 가끔 사람이 다치거나, 얼굴이 빨개지며 언성이 높아질 때도 있을 만큼 도포제줄다리기는 행사는 행사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을사람들에게 도포제줄다리기 행사는 제를 지내며 지역의 화합과 한해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는 뜻 깊은 자리이기도 했고, 이촌향도 시대에 고향을 떠나 타지로 발걸음을 옮기는 지역민들의 무사 안녕을 기원하는 의식이기도 했기에 주민들의 애착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컸다.
박판남 회장도 학업을 위해 잠시 마을을 떠나 서울로 올라갔지만 지역에 대한 향수와 그리움이 커 나이 서른부터 서도포의 이장으로 23년간 마을을 이끌었다.
또한, 박판남 회장은 소리를 배우기 위해 여수까지 가며 먼 길을 마다하지 않으며 매년 3월이 되면 우렁찬 선소리로 온 마을을 채웠다. 이러한 노력이 더해지면서 지난 1991년에는 전국 민속 예술 경연 대회에서 문화공보부 장관상을 수상하며 전국적인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에 군도 도포제줄다리기 마을회관 건립에 9000여만 원을 지원하며 도포제줄다리기의 보존에 힘을 보태며 각종 행사에서 지역을 대표해 전국적인 입지를 구축했지만, 최근 고령화의 현실 속에 해가 갈수록 그 세가 줄어들며 존폐의 위기에 처해있다.
현재 인력과 힘이 필수인 행사의 특성상 마을에 인구가 지속적으로 줄어들면서 수줄과 암줄을 메거나 뒷소리를 부를 수 있는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마을 내부에서는 이제 그만 할 때가 되었다는 의견이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하지만 목청만큼은 타고 났다며 아직도 예전 못지않은 소리를 낼 수 있다는 박판남 회장은 지역민들의 관심과 지원이 있다면 앞으로도 계속해서 보존될 수 있지 않겠냐며 기대감을 보였다.
박판남 회장은 “우리 마을은 도포면의 입구이자 도포제줄다리기의 역사와 전통을 가지고 있는 마을로 이것을 타지 사람들에게 제대로 알려야할 사명감을 갖고 있다”며 “지금은 힘들지만 계속을 힘을 내 도포제 줄다리를 알리는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