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홀로 외로운 죽음을 맞는 ‘고독사’ 사고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다.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한 여러 가지의 시책들이 마련돼 있지만 고독사를 예방하기 위해 활동하는 노동자들에 대한 시책은 전무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군에 따르면 지역 내 고독사 발생 건수를 파악한 자료는 따로 없다. 자살 통계를 바탕으로 성별, 나이별 분류 또는 자살률에 따라 고독사 발생 건수를 추산하는 정도다. 군은 지난해 6월 고화자 의원이 대표발의 해 ‘영암군 홀로 사는 노인 고독사 예방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해 고독사 예방에 힘쓰고 있다. 

우선 국고보조사업으로 지역 홀몸노인을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안부를 확인하는 노인돌봄기본서비스를 운영한다. 또 지역자활센터 생활관리사 46명을 통해 홀몸노인들을 전담 마크해 지속적으로 안부를 확인하는 활동도 진행 중이다. 이밖에도 거동이 불편한 노인들과 요양관리사 등을 연계해 안부확인 시스템을 운영하는 등 노인 고독사 예방을 위한 각종 정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고독사 예방에 대한 다양한 정책은 쏟아지고 있지만 정작 고독사 예방을 위해 현장에서 일하는 생활 관리사나 요양보호사들을 위한 정책은 전무하다.
지난 2015년 2월 설 연휴가 막 시작되기 전 평소 건강하게 생활하던 A 할머니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시골의 작은 마을에 살던 85세의 할머니는 차디찬 마당에서 생활관리사에 의해 숨진 채 발견됐다. 할머니의 주검을 처음 발견한 생활관리사 안이숙씨는 그 순간을 전하며 목소리를 떨었다. “연락이 되지 않아 할머니 집을 찾아갔는데 할머니가 마당에 꼬꾸라진 채 쓰러져 있었어요. 맨발상태로 쓰러져 있는 것을 보고 너무 놀랐고 어떻게 119에 신고를 했는지 기억이 안날 정도로 정신이 없었죠”고 당시를 회상했다.
생활관리사로 근무한지 1달여 만에 자신이 찾아 말벗도 되어주고 건강도 챙겨오던 정정했던 할머니가 어느 날 갑자기 연락이 안되다 자신에 의해 주검으로 발견된 것에 대한 정신적 충격도 컸다. 그리고 또 다른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 말 그대로 트라우마였고 한 달 이상 후유증에 시달려야 했다.
또 다른 생활관리사 이혜련 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올해로 7년 째 생활관리사로 일하고 있는 이 씨에게는 3년 전 일은 바로 어제처럼 선명하다. 이씨가 관리하던 할머니는 90살이 넘은 초고령자였다. 고령인 탓에 전화를 받지 않기 일쑤였고 휴대폰도 없었다.
건강이 좋지 않아 집밖으로 나오는 경우도 드물었다. 그래서 이 씨에게는 더욱 신경이 쓰일 수 밖에 없는 관리대상이었다. 유독 그날은 불안감이 찾아왔다. 며칠 전부터 연락이 닿질 않은 것이다. 불안한 마음으로 할머니 집을 도착했다. 대문을 굳게 닫혀 있었다. 담을 넘어 문을 열고 들어가니 할머니가 비스듬히 누워 있었다. 그리고 할머니 옆에 자그마한 놓여 있는 요강에는 검은 빛의 용변이 가득했다. 이 씨는 할머니가 돌아가신 것을 금세 알아차릴 수 있었다. 예전의 아버지의 임종을 지켜봤었지만 타인의 죽음을 눈앞에서 목격한 것은 처음이었다. 가슴이 벌렁벌렁하고 겁이 밀려왔다. 하지만 이 씨가 할 수 있는 것은 119에 신고하는 것 뿐 이었다. 그리고 그로 인한 트라우마와 경찰 조사를 받으면서 밀려오는 두려움으로 인한 직업에 대한 회의감이었다. 그러한 상처는 한 달이 넘게 계속됐다. 3년이 지난 지금도 언제 어떻게 다가올지 모르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억누르며 홀몸노인들의 안부 살피기에 나서고 있다.
지역자활센터에서 활동하고 있는 생활 관리사들 상당수는 고독사를 한번 쯤 경험했다. 그도 그럴 것이 현재 관리하고 있는 1200여명의 대상자들이 65세 이상 노인들로 그 중 고독사 위험이 높은 노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고독사를 한 번 목격한 이들의 정신적 충격은 상당하다. 한 달 혹은 그 이상 악몽과 가위눌림 등에 시달리는 것은 기본이다. 심한 경우에는 되레 우울증에 시달리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어르신들을 대할 때마다 죽음이라는 단어가 머리 속에서 지워지지가 않는다.
물론 센터 내에 나름의 대처요령이나 교육이 병행되지만 ‘유사시 2명이 함께 가기’ 등이 고작이다. 정신적 충격을 받은 생활관리사나 요양관리사의 정신적 충격을 제어해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은 사실상 전무하다.
한 생활관리사는 “저는 직업이라는 것을 떠나 저희의 활동을 통해 고독사를 예방할 수 있다는 것에 큰 보람을 느끼고 만족하고 있다”며 “다만, 동료들이 고독사를 목격했을 때 힘들어하는 것을 볼 때 마다 그것을 케어해 줄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화자 의원은 “고독사의 위험성이 높아지면서 생활·요양 관리에 종사하시는 분들이 현장에서 발생하는 불의의 사건으로 인해 겪는 고통이나 정신적 충격이 상당할 것으로 생각된다”며 “지금 당장 결과를 이끌어 낼 수는 없지만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지원 대책을 강구해나가겠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