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정당당 정책선거…어른보다 나은 ‘초딩’들의 선거현장

“애들아 기호 00번이야 열심히 할게 꼭 뽑아줘”
지난 13일 찬바람이 감도는 이른 등교시간. 영암초등학교 정문에 형형색색 다양한 문구와 팻말을 들고 있는 아이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냈다.
제법 찬 공기에 입김도 나오지만 아이들의 모습에서 추위의 그림자는 찾아볼 수 없다. 또 휴대전화에서 울려 퍼지는 흥겨운 최신가요에 맞춰 외치는 목소리에 간절함과 더불어 기대감이 묻어난다.
이처럼 영암초 아이들이 이른 아침부터 교문 앞에 모인 까닭은 16일에 열리는 1학기 학생회 회장·부회장 선거 때문이다. 
김아린 학생은 “선거운동 때문에 6시에 일어났어요. 준비할 것도 많고 학교도 일찍 와야 하지만 재미있어요”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어느새 등교시간이 다가오자 영암초 학생들이 하나 둘 모습을 보였고, 학생 후보들은 아직은 어색한 목소리로 지지를 호소했다. 하지만 잠시 시간이 지나자 입에서 잘 떨어지지 않던 목소리도 제법 익숙해졌고, 몇 번의 시도가 끝나자 유명 정치인 못지않은 인사성을 뽐냈다.  
또 선거에 있어 조력자의 노력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홍보전이 한창인 교문 한편에서 한 후보는 참모진(?)들과 회의가 한창이다. 특히나 한 학생후보는 평소 활발한 성격으로 많은 친구들과 어울리고 있다고 자신을 소개했고, 또 다른 후보의 선거캠프에서는 정문과 후문을 나눠 홍보를 하자는 의견과 정문에서 집중하자는 의견이 제시되며 토론에 한창이었다. 결국 아이들은 선거기간 동안 이것저것 해보자는 의견에 극적으로 뜻을 모았다.
후보들의 호소방법도 제 각기다. “꼭 뽑아줘 부탁이야”와 같은 애교형 “화장실을 깨끗하게 만들께”와 같은 공약형까지 한 표라도 더 받기 위한 후보들의 각축전은 뜨겁게 진행됐다.
또한 후보들은 시각적인 효과를 위해 참신함이 돋보이는 머리띠와 홍보 풍선을 제작하며 등굣길 학생들의 발길을 사로잡았고, 어른들의 선거에서나 볼 수 있었던 명함까지 제작하며 열성을 다했다.
이처럼 열띤 홍보 속에 약 30여분동안 정문과 후문에서 펼쳐진 학생회장 선거운동은 등교 시간이 끝나자마자 썰물 빠지듯 끝났다. 하지만 계단을 올라가는 와중에도 쉬는 시간동안 진행하게 될 연설을 준비하는 어린이 후보들의 선거전은 이제 시작이다. 
아침부터 선거운동을 하는 게 힘들 법 하지만 정우진 학생은 “평소 학교생활을 하면서 불편했던 점이나 친구들이 원하는 점을 저의 의견을 통해 바꿔보고 싶고 그렇기 위해서는 학생회장이 되어야 하기 때문에 힘들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아직 어릴 것만 같은 초등학교 학생회장 선거이지만 어른들의 선거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은 공약이다. 올해 영암초등학교 학생회장 후보들은 ‘화장실의 쾌적한 환경’, ‘겨울철 여름철 냉·난방기 온도 유지’ 등의 실용적인 공약부터 ‘다양한 맛의 우유 제공’, ‘아침 시간 음악 청취’ 등의 이색공약까지 후보 각자의 개성이 돋보이는 공약을 내걸고 자신을 어필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학교 측에서 후보 어린이의 연설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뒤 방영하는 방안을 마련하며 선거에 참여한 아이들이 자신의 목소리를 공정하고 평등하게 낼 수 있도록 배려했고, 이를 통해 투명하고 깨끗한 선거를 학교에서부터 배울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을 세우며 학생선거에 애정을 쏟고 있다.
한길승 교장은 “미래의 민주시민으로 거듭나게 될 아이들이 선거운동을 하면서 또 자신의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는 경험을 통해서 성숙한 모습으로 성장하게 될 것이다”며 “물론 당선된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들 간에 희비가 엇갈리겠지만 그 경험을 통해 모두 멋진 어른으로 성장하게 되길 기원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