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자 명단에서 제 이름을 봤을 때 눈물이 핑돌았죠”
2017년 전라남도 소방공무원 임용 시험을 통해 지난 15일 영암 소방서의 새 일원이 된 새내기 소방관 손상원 소방사. 
한해에도 수많은 수험생들이 합격의 눈물과 슬픔의 눈물을 흘리며 희비가 명확히 갈리는 공무원 시험의 특성상 그가 기쁜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손상원 소방사의 눈물이 특별한 것은 단순히 합격이라는 표면적인 이유 때문만은 아니다. 무술년 새해 불혹을 맞이한 그는 2016년 30대 후반의 나이로 20대 청춘들이 주류를 이루는 공무원 시험에 도전했다. 
흔히들 공무원 시험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공정한 시험이라고 일컫지만 직업의 특성상 극한의 체력을 요하는 소방공무원 시험은 필기시험, 체력시험 등 어느 것 하나 쉬운 것이 없었고 특히나 30대 후반 수험생에게는 더더욱 도전하기 쉬운 영역이 아니었다.
뿐만 아니라, 20대와는 다르게 혹여 좋은 결과를 거두지 못한다면 경제적 부담과 시간의 소모가 그에게 배로 다가올 것도 자명했다.
이처럼 시작부터 불리한 싸움. 어쩌면 무모해 보일 수도 있는 상황에서 그가 택한 판단은 어떤 말로도 형용할 수 없는 노력이었다.
“처음 모의 체력점수가 나왔을 때 60점 만점에 0점을 맞았습니다. 힘들 거라 예상은 했지만 결과가 눈앞에 다가오자 정말 눈앞이 깜깜했습니다” 힘든 수험생활이 기억난 탓인지 손상원 소방사는 찰나의 침묵을 가진 후 입을 떼었다. “절박한 상황에 처하니까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더라고요. 처음에는 몰랐는데 어느 샌가 정말 미친 듯이 공부하게 됐습니다. 꿈이 있다는 게 그런 거 같아요. 힘들어도 멈추지 않고 계속하게 되는 것”
이러한 불안함과 더불어 혹여 지인들이 걱정할세라 손상원 소방사는 가족을 제외한 지인에게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한다는 사실을 말하지 않았고 심지어 현직 소방관인 그의 친구에게까지 알리지 않아 최근에 임용이 되고 나서야 그가 소방관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소방관의 꿈을 이루기 위해 1년 동안 누구보다 열심히 노력하며 고된 수험생활을 감내한 그의 선택은 사실 10여년 전 아주 우연한 곳에서부터 시작됐다.
사회생활을 줄곧 건설현장에서 근무한 젊은 날의  손상원 소방사는 건설현장의 특성상 가끔씩 안전사고가 발생했고, 그때마다 쏜살같이 달려와 동료를 살피는 소방관의 모습에 자연스럽게 매료되며 주황색 근무복을 입게 되길 고대했다고 한다.
공직자로서의 제2의 인생을 시작하게 된 손상원 소방사의 눈에 비친 영암의 모습은 아직은 낯설다. 하지만 평소 대불공단 등 단순히 공업지역으로만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아름다운 영산강과 멋진 월출산이 있는 정겨운 곳이라며 벌써부터 지역사랑에 열성이다.
이에 평소 자전거 타기와 등산을 좋아하는 손상원 소방사는 앞으로 시간이 허락한다면 영암 곳곳을 라이딩하며 영암과 친해지겠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한편 인생의 먼 길을 돌아 새로운 지역에서 새로운 직업을 찾게 된 그의 소망은 짧지만 분명했다. 
그는 “제 손으로 위급한 상황의 놓인 사람을 구할 수 있다는 게 아직 믿겨지지 않습니다. 소방관으로서 남은 생은 정말 의미 있는 삶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간절히 꾸던 꿈이 현실이 됐고 저에게 남을 직접 도울 수 있는 기회가 왔습니다. 처음 소방관을 꿈꿨던 그때의 마음 절대 잊지 않고 앞으로 제 손을 통해 지역민들이 안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목표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