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하던 시골마을이 불교 포교원으로 인해 시끄럽다.
지난 20일 신북면소재의 한 건물에서 할머니들이 대거 나왔다. 보성 천제산 일월사 포교원에서 나온 할머니들로 이들의 손에는 크고 작은 선물 꾸러미들이 가득했다. 주민들에게 따르면 신북면소재지에 일월사 포교원이 개설된 것은 약 2개월 전. 문화불교조계종 소속 일월사 소속 포교원이라고 밝힌 이들은 주민들을 대상으로 매일 출석 시 소정의 선물과 10일 이상 출석시 다른 상품과 바꿀 수 있는 보시권이라는 상품권을 나눠주면서 일종의 호객행위를 펼쳐오고 있다는 것이 주민들의 설명이다.
이러한 호객행위를 통해 불자들이 모이면 어르신들을 대상으로 위패를 강매하는 등의 방법으로 어르신들의 쌈짓돈을 뜯어내고 있다는 제보가 잇따랐다. 실제로 인근 금융권에 문의한 결과 최근 들어 50만원에서 100만원 가량의 거금을 인출하는 어르신들이 크게 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일월사 포교당을 찾아 존제산 일월사 포교회장 박모씨를 만났다. 박씨는 자신들의 행위가 “정상적인 포교활동”이며 “선물은 포교활동을 위해 신도들을 모으기 위한 마케팅이며 일정의 보시금을 받고 주고 있어 법적으로 문제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상주하는 스님은 없고 법회 중간중간 초대가수들을 불러 신도들에게 공연도 한다”고 설명하기도 했다.
특히 포교원의 역할에 대해 “1200년 역사를 지난 일월사의 재건을 위한 것으로 신도들의 자발적인 신청을 받아 위패를 모시며 재건비용을 마련해 나가고 있다”며 “포교원은 대한불교조계종만 안하는 것이지 우리와 같은 영세 종단에서는 정상적은 포교활동”이라고 해명했다. 또, 포교원 운영기간에 대해 “일월사를 더 많이 알리기 위해 6개월마다 옮기는데 신북에서는 4개월정도 더 운영할 것이며 일각에서는 출입을 막는다는 얘기가 있는데 남자분들이라도 언제나 환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취재 결과 한국불교종단협의회에 소속된 종단에는 ‘문화불교조계종’이라는 종단은 속해 있지 않았다. 특히 문화불교조계종은 총본산이라고 주장하는 일월사 외에는 단 하나의 사찰도 없고 대신 전남·북 지역에 포교당만 50개소를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군다나, 일월사 홈페이지 등에는 종정, 총무원장, 일월사 주지스님 법명 등 기본적인 사찰정보가 없고 포교원 운영은 스님이 아닌 원장 등의 직함을 사용해 일반적인 사찰과는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어 일월사 포교원이 비불교적 방식으로 돈을 벌고 있다는 의혹이 짙어지고 있다.
한 주민은 “일월사 포교원이 불교를 내세우고 있지만 한국불교종단협의회에도 소속되어 있는 종단이 정말 불교인지 의문이다”며 “위패를 팔아 순박한 불자들의 돈을 강탈하는 이른바 유사포교당이 아닌지는 더욱 고민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조계종은 전국에서 성행하고 있는 유사포교당과 관련해 지난해 6월 ‘유사포교당 단체의 상행위 근절에 대한 종단 지침’을 공고를 통해 유사포교당은 △법회·예불 등 기본적인 의식 없이 노래나 만담 등 유흥 위주로 운영되거나 법문 시 영가천도·위패의 필요성만 강조 △스님 없이 운영되거나 재가자가 원장·본부장 등의 직함을 사용 △과도한 천도재·위패 등 기도물품을 요구하거나 할부·분납을 유도 △가족과 상의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의 특징이 있다며 주의를 당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