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무화과유통센터 대표 이 기 정

난초의 향기에는 ‘두터운 우정’이라는 꽃말이 있다고 한다.
이 꽃말은 중국에서 유래된 것이라고 한다.
중국 사람들이 아주 친한 친구와 의형제를 맺을 경우에 사용하는 금란보(金蘭譜,金蘭溥)라고 하는 진기(珍奇)한 조그마한 책자가 있는데 의형제를 맺은 쌍방이 각자 이 책자에 자기의 생년월일이나 출신지 가계도(家系圖: 우리의 族譜나 家乘) 등을 기입하고 비록 대해(大海)의 물이 마를지라도 우리 두 사람의 우정은 영원히 변치 않는다 맹세(盟誓)하고 서로 교환하였다는 것이다.
대개 홍색표지에 금란보(金蘭譜)라는 문자와 난초 그림이 그려져 있는 것이 보통이라고 한다. 금란(金蘭)이라고 하는 말은 역경(易經)에서 ‘두 사람이 마음을 같이하면 황금(黃金)처럼 변치 않고 빛날 것이며 마음이 같은 사람의 말은 그 향기가 난초와 같다(同心之言 其臭如蘭)’라고 한데서 유래했다한다.
죽림칠현(竹林七賢)의 한 사람으로 유명한 산도(山濤)는 친구인 혜강(嵇康)원적(院籍)과 한번 만난 것만으로 금란지교(金蘭之交)를 맺었다고 한다.
그래서 난초는 그 푸르름과 고고한 자태와 그윽한 향기와 가녀린 소박함이 청빈과 지조와 고결한 품성 그리고 우의와 신의를 상징한지도 모른다.
난초(蘭草)는 사계절 푸른 잎을 자랑하는 고고한 선비 같은 꽃이요, 단풍이 들지 않는 푸르고 절개 있는 꽃이며 그 향기가 고결하여 품위가 돋보이는 꽃이다.
그래서 예로부터 화가들에겐 그림(四君子)의 좋은 소재가 피었고 절개와 지조가 있어 문방사우와 어울려 선현들에겐 좋은 벗이 된 것이다.
아름답고 순결한 규수 같은 꽃이며 그 향기가 지순하고 고결하여 스스로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꽃이다.
뿌리는 도톰하고 둥글둥글하게 후박하여 물을 듬뿍 머금고 건조한 환경에 대비할 줄 아는 슬기와 지조의 상징이다. 뿌리를 감싸 도는 란 흙은 깨끗하고 슴벅슴벅 구멍이 뚫리고 가볍고 딱딱하여 탐욕을 멀리하고 근검하면서도 오염되지 않는 정갈함의 상징이다.
그 잎은 짓 푸르고 윤기가 있어 붓으로 먹물을 흠뻑 묻혀 힘 있게 솟구치는 듯 기백 있는 잎은 충직한 선비같은 꽃이다.
꽃은 꽃대가 쏘옥 고고하게 솟아나고 그 끝에 닭의 혀를 닮은 좌우 대칭형의 꽃잎이 아름다워 가히 꽃 중의 꽃이라 할 것이며 은은한 향기는 여느 꽃으로 견줄 것인가!
신비롭고 그윽한 향기와 자태는 가히 선비의 꽃이요 군자의 꽃이라.
그래서 평생 변하지 않는 굳은 교제를 뜻하는 금란지교(金蘭之交)의 꽃이요, 두터운 우정과 우의를 뜻하는 금란지의(金蘭之誼)의 꽃이라 했던가.
이제 년 말과 새해가 오면 정부 각 부처 및 국영기업과 정부투자기관,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에서는 승(특)진과 전보(근) 및 인사발령이 있을 것이고 형형색색 사연을 단 난분이 새 책상 위에 놓일 것이고 새 주인의 출근을 기다리고 주인은 산뜻한 난향에 기분도 상쾌하게 업무를 시작할 것이다.
별것 아닌 기분전환 정도의 선물로 치부하지 말고 그 난 선물의 뜻을 새기고 새 업무에 정신을 가다듬어, 난처럼 지조가 굳고 우의와 선비정신을 가다듬어 바르고 고결한 향기처럼 올곧게 일하고, 민을 하늘처럼 섬기며 사랑하는 공인이 될 것을 다짐하는 아름다운 선물이 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