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이름은 바보, 바보, 바보

▲ 윤 기 원 (영암낭주고)

나는 감히, 전태일을 닮았다.
이 글의 첫 문장을 읽는다면 나를 굉장히 ‘거만한 사람’이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아무래도 상관없다. 나는 전태일, 그와의 만남으로 말미암아 누군가의 평가를 개의치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다이어리를 몰래 본 적이 있다. 그곳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불의와 타협하지 말 것을 교육하기.’ 나는 이 가르침에 따라 살아왔다. 초등학생 때부터 나는 아닌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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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협하지 않은 채 살아온 결과는 흥미로움과 동시에 절망적이다. 나는 늘 눈초리를 받으며 살아왔고, 늘 비난받았으며 부모님은 매번 학교에 오셔야만 했다. 얼마 전 내가 겪은 일은 더 절망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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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아니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만을 생각하고, 자신의 아래라고 판단되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이용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내가 느끼기에 이런 사람들은 참 ‘잘’ 살아간다. 오히려 나와 비슷한 사람들은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며 ‘어렵게’ 살아간다. 내가 옳다고 믿었던 것들이 이 사회에서는 그른 것이라는 것을 피부로 느낄 때면 나는 이런 나에게 ‘그냥 좀 넘어갈 수 없겠어?’하며 불평했다. 또한 나는 이런 일들로 인해 점점 지쳐갔고, 이런 세상에 넌더리를 냈다. 만약 전태일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나는 내가 욕하던 사람들과 같은 길을 걸어가게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이제 그와의 첫 만남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내가 어릴 적 살던 곳은 중공업이 있던 곳이었다. 친구들의 아버지는 대부분 중공업에 다니셨다. 언니가 수학여행을 가는 날이었다. 중공업 공사장에서, 추락사고가 있었고 한 노동자가 즉사했다. 그 노동자의 딸은 친구들과의 여행에 들뜨고 신나 있던, 언니의 친구였다. 제대로 안전점검을 하지 않고 노동자를 현장으로 내몬 것이 노동자의 목숨뿐만 아니라 친구들과의 여행에 들떠있던 어린아이의 추억까지 잔인하게 앗아갔다. 이런 일은 한두 번이 아니었다. 부모님에게 들은 바로는 ‘사고를 당하신 분들은 대부분 하청 직원이나 비정규직이라 제대로 된 보상도 못 받는다’고 했다. 너무 큰 충격을 받았었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들은 후 노동법에 대해 알아보다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을 보게 되었다. 그것을 시작으로 나는 전태일을 알게 되었다.
사실 나는 그를 만났다고 표현한다. 그의 이야기가 담긴 영화와 책을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며 봤는지 모른다. 감정이 복받칠 때엔 숨도 잘 쉬지 못할 정도로 울었다. 눈물의 이유를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생각해보건대, 내가 겪은 외로움을 그는 몇 천배 아니 형용할 수도 없이 많이 느꼈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감히 내 외로움과 방황을 그와 비교할 수 있을까. 다만 그를 만나고 나는 분노하는 나를 더욱 사랑하게 되었다. 다만 더 큰 일에 분노할 수 있어야 함을 어렴풋이 느꼈다. 내가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그의 삶이 이야기해주고 있었다. 사람들이 무어라하든지 나는 내가 걷고자 했던 길을 계속 걸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나는 지치더라도 더 ‘바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이 글을 통해 더 많은 바보들이 필요함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아니, 나와 함께 바보가 되자고 이야기하고자 한다. 어쩌면 나에게 그가 살던 시대와 지금은 다르다고, 옛날이야기를 듣고 와서는 때늦은 분노를 하냐고 이야기할지도 모른다.
과연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이 그가 살던 때와는 다를까? ‘급식실 내부 온도는 조리 시 최고 섭씨 55도까지 올라가지만, 에어컨 등 냉방기구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조리실무사들의 탈진이 속출한다는 주장이다’, ‘이번 경부고속도로에서 사고를 낸 운전기사의 경우에도 전날 18시간 근무한 것으로 드러났다’ 2017년 기사의 일부분이다.
전태일이 “근로기준법을 준수하라!”,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고 외치며 죽어가던 1970년과 다를 바 없는 2017년이다. 우리는 전태일의 죽음을 헛되이 하였다. 여전히 노동자들은 열악한 환경과 낮은 임금을 받으며 감히 비유하건대 ‘노예’처럼 살아가고 있다.
나는 이 현실을 학생기자단으로 활동하며 학생교육뉴스에 싣고자 했으나, 노동자의 일은 우리 또래의 관심을 이끌기 부족하다며 보류하자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아니 우리는 노동자의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더 많은 사람들이 불합리한 대우를 받고 있는 노동자들의 이야기에 주목해야 한다.
노동자의 일은 수많은 우리 부모님의 일이며, 어쩌면 훗날 우리의 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디 홀로 죽어가던 그의 삶이 헛되지 않게 아니, 제발 더 이상의 전태일이 홀로 죽어가지 않게 우리에게는 ‘분노’가 절실히 필요하다. 우리들의 어머니, 아버지가 더 이상 노예처럼 살아가지 않게 우리는 마땅한 ‘분노’를 해야 한다. 우리에게 더 이상의 전태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
다만 우리에게는 그가 꿈꾸었을 ‘전태일의 세상’이 있어야 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