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편집국장  우 용 희

한 중견 기업인이 스스로 목숨을 끊으며 남겼던 메모로 더럽고 흉측한 정치권의 진면목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정상적인 민주국가라면 박근혜 대통령은 임기 초의 국정원 관권부정선거에 이어 드러난 이 사건으로 정권을 포기해야 할 상황이다. 이완구, 김기춘, 허태열, 홍준표, 홍문종, 유정복, 서병수, 이병기 등 모두 박근혜 정권의 전·현직 실세들이다.
하지만 역시 당사자들은 예상했던 대로 모두 발뺌들이다. “소설이다”, “1원 한푼 받은 일 없다”는 등 매번 정치인들의 반응은 이런 식이었다.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사람은 단 한 명도 없다. 모두가 비겁하고 뻔뻔스러운 이러한 현실은 우리 정치의 천민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으며 이 땅의 정의가 그만큼 먼 곳에 있음을 보여준다.
박근혜 대통령이 검찰에 ‘성역 없는 엄정한 대처’를 주문했지만 자주 들었던 진부한 언어일 뿐이며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국민은 많지 않다. 물론 검찰은 이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겠지만 그 결과에 대해 국민은 별반 기대하지 않는다.
또 한편으론 이번 폭로의 내용이 사실로 밝혀진다면, 돈의 전달시기 및 성격으로 볼 때 박근혜 대통령 스스로도 이 사건에 어떤 형태로든 관련되어 있을 수 밖에 없을 것이며 책임을 모면할 여지가 없을 것이다.
유유상종이라고 했다. 비슷한 사람들끼리 몰려다니는 법이다. 매번 국정의 인사 때마다 온갖 불법, 탈법, 비리의 인사가 터져 나온 것은 우연이거나 검증이 미흡했거나 인사권자의 잘못된 판단 때문이 아니다. 대통령 주변 인물들의 면면이 곧 박근혜 정권의 정체성을 나타낸다.
엄청난 전과를 자랑했던 지난 대통령부터 시작해 도덕성에 대한 가치를 땅에 떨어지는 것으로도 부족해 땅 속 깊이 묻어버리는 정치인들, 스스로 양심적인 선택을 하길 바란다.
지난해 한 개그맨이 라디오 프로에서 여성 비하 발언과 자신의 코디네이터에 대한 지나친 욕설을 했던 것이 드러나 CF 계약이 취소됐었고 최근 공중파의 인기 프로그램 출연이 예상됐지만 당시의 논란이 재점화되며 프로그램에서 자진 하차했다.
연예인들에게도 이처럼 도덕성이 중요시되는 시기에 국정을 이끌어가는 공직자들은 여전히 구시대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함에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음을 인지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