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암언론협동조합 이사장 박 웅

“저는 타인을 공천할 생각도, 이를 실천한 적도 없기 때문에 대법원에 상고해 공정한 판단을 구하겠습니다. 재판이 진실에 바탕을 두고 공정하게 이뤄진다면 제가 승리할 것입니다.”
항소심에서도 1심과 같은 형량을 선고받았던 국민의당 박준영 국회의원이 선고공판이 끝난 후 당원들에게 보낸 메시지의 주요 내용이다.
공직선거법이나 정치자금법을 위반한 국회의원은 징역형이나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게 되어 있다. 
지난달 27일 서울고등법원에서는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박 의원의 혐의를 모두 인정해 1심과 같은 징역 2년6개월의 실형과 추징금 3억여원을 선고했다. 다만 국회가 회기 중이기에 국회의원 불체포 특권에 따라 법정구속은 면할 수 있었다.
이 결과를 두고 현재 지역 내에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설왕설래하고 있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모두 비공식적인 이야기일 뿐 국민의당을 비롯한 어느 정당도, 100여개에 이르는 사회단체나 여론 주도층 그 누구도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어떤 이유에서든지 모두 공론화시키기를 꺼려하고 서로 눈치만 보며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20대 총선이 치러진지 1년 7개월째이지만 국회의원이 연루된 선거법 위반 사건의 재판 중 절반인 17건이 아직도 진행 중이다. 공직선거법상 범죄의 공소시효는 6개월이고, 1심은 기소 후 6개월, 2·3심은 각각 1·2심이 끝난 뒤 3개월 내로 마무리 짓게 돼 있다. 하지만 사법부는 늑장재판을 거듭하면서 ‘6·3·3’ 규정을 사문화(死文化)시키고 있다.
선거사범 신속재판 제도는 1994년 통합 공직선거법이 만들어지면서 처음 시행되었다. 당선 자격이 없는 의원을 가능한 한 빨리 국회에서 배제하는 것이 그 목적이다. 이런저런 핑계로 재판을 질질 끄는 국회의원 피의자도 문제지만 이를 적절히 통제하지 못하는 재판부의 잘못도 크다고 판단된다. 재판부가 강제구인이나 결석재판 등의 법적 권한과 집중심리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정해진 기간을 넘긴다고 재판이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자격을 상실할 당선자가 임기 절반을 넘기도록 국회에 머물게 하는 것은 사실상 불법선거에 면죄부를 주는 꼴이다. 이래서야 어떻게 공명선거가 보장될 수 있겠는가?

현재 우리 지역은 국회의원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닌 정치공백 상태이다.
도지사를 세 번이나 지낸 그가 1심과 2심에서 일관된 당선무효 판결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결백을 주장하며 상고한 것을 보면 ‘정치권력’이라고 하는 것이 한낱 미물에 불과한 인간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지 깊이 사색하게 된다.  
필자는 내년 치러지는 7대 지자체 선거에 그 어떤 영향을 주고자 하는 의도도 없다. 박준영 국회의원의 명예를 실추시키고자 하는 생각은 더더욱 없다. 하지만 국회의원 임기의 절반이 가까워진 시점까지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으면서 국회의원 본연의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한 피의자에게 공식적인 입장 표명 하나 하지 못하고 있는 우리 지역의 정치인들과 정치문화가 안타까울 뿐이다. 

박준영 국회의원의 정치적 결단을 촉구한다.
더 이상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 들지 말고, 지역민에게 심려를 끼친 것에 대해 정중히 사과하고, 정치 일선에서 물러나 후학을 양성하며 지역의 어른으로서 책임과 역할을 다해주길 감히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