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영암군보건소 2층 회의실에서는 왁자지껄한 소리가 새어나왔다.
올해 2월부터 경증 치매환자 및 치매 전단계 인지 저하자를 대상으로 한국치매예방협회 영암군지부와 연계해 운영 중인 ‘치매예방 실버건강학교’ 수업이 한창 진행중이었다.
‘친구야 손잡고 학교가자’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운영 중인 이번 수업에는 바쁜 영농철임에도 불구하고 30여명에 가까운 어르신들이 빠짐없이 이곳을 찾아 생활의 활력을 찾아가고 있다.
수업은 먼저 몸 풀기로 시작한다. 강사의 시범에 따라 몸을 좌로 틀고 우로 틀고 뒤로 젖혔다 앞으로 구부렸다를 반복하다보면 힘이 들지만 어르신들의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이다. 준비운동이 진행되는 동안 한 어르신은 “이거 재밌구만”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이곳에 하는 수업은 간단하다. 흔히 스도쿠라고 불리는 수학퍼즐을 비롯해 초등학교 저학년 수준의 연산, 낱말 맞추기 등의 학습과정과 비즈공예, 음악수업, 컵쌓기 놀이 등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다. 모두 뇌를 자극하고 기억력과, 집중력을 높이는 프로그램들로 어르신들의 성취감과 인지능력을 높일 수 있도록 난이도가 높지 않다는 것이 특징이다.
수업은 영암읍권과 삼호읍권으로 나눠 각각 매주 2회씩 2시간 30분씩 진행되지만 어르신들에게는 너무나 시간이 짧다. 이것 저것 조금씩 하다보면 시간이 금새 지나간다는 것이다.
물론 처음부터 실버건강학교에 대한 인기가 이처럼 높지는 않았다. ‘치매’에 민감한 어르신들이 수업에 참여하기를 꺼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어르신들의 기호에 맞는 프로그램들로 수업이 진행되면서 치매에 대한 거부감도 크게 줄어들었다.
다만, 교육생들의 연령대가 워낙 높다보니 교육이 진행되는 동안 돌아가시거나 요양병원에 입원하는 경우로 인해 교육생들이 자연스럽게 감소하는 부분은 교육을 주관하는 군이나 한국치매예방협회 관계자들에게는 가슴아픈 일이다.
보건소 관계자는 “올해 처음으로 실버건강학교를 운영했는데 어르신들의 반응이 기대보다 좋다”며 “내년 치매안심센터가 완공되면 보다 효율적인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