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암언론협동조합 이사장 박 웅

통계청이 17일 발표한 ‘2017 쌀 예상 생산량’에 따르면 당초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예상한 399만5000톤보다 4만톤 줄어든 395만5000톤으로 조사됐다. 또한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취임 10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서 “쌀값이 15만원 선을 일단 넘었지만 아직 안심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쌀값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쌀값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이런 현실과 정부의 노력을 반영이라도 하듯이 현재 해남과 영암 간척지 수확 현장에서는 경기도 지역 미곡상들이 4만7000원에 원료곡을 대량 매입해 올라가고 있다.
지난 10일에서 17일 사이 올해 나락가격문제에 대하여 영암군농민회와 영암군농협통합RPC 간에 의견조율 과정이 있었다. 17일자로 결재된 공문형식의 통합RPC 답변서에는 “이번 결정은 법인 경영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농민회의 쟁점사항인 농협의 가격지지 역할 및 출하선급금을 4만5000원으로 결정함으로써 농민조합원들의 심리적 가격불안 요소를 해소하고자 전폭적으로 농민회의 요구사항을 수용하였다”고 밝혔다.
좀더 구체적으로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통합RPC의 영암군 벼 시장가격지지역할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시중가격 하락 시에도 최장 3일까지는 기존매입가격을 유지하여 시장가격지지역할을 수행한다. ▲장려품종 전량 매입시 40kg 35만 가마 기준으로 총 예산 3억5000만원이 소요되어 법인 경영여건상 장려금 확대편성은 어려움이 있어 추후 검토해 보겠다. ▲품종단일화 촉진을 통해서 영암쌀의 미질향상을 꾀하여 소비자들에게 영암쌀 이미지를 개선하고, 농협과 농민이 함께 노력해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도록 지자체 장려금 보조(1000원)를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을 지속적으로 찾아보겠다. ▲통합RPC 나락매입가격결정 과정에 농민조합원의 대표들이 제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절차상 구성원들의 협의와 규정마련, 운영계획 등을 준비하여 2018년에 조기 시행하겠다” 등이다.
중만생종이 본격적으로 수확되고 있는 지금 영암군농협통합RPC의 이러한 결정은 전남지역 다른 통합RPC들의 미온적인 대처와 비교했을 때 대단히 의미가 있는 결정이며, 정부의 쌀값안정정책에 선도적으로 대응하고 농민들의 가격하락에 대한 불안심리를 잠재우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측면에서 매우 높게 평가하고 싶다.
이제 지역농협의 이러한 노력에 대해서 농민조합원들이 화답해야 할 차례이다.
시중가격이 점차 올라가고 오랜만에 계절진폭이 생길 것으로 예측되더라도 해당 지역농협과 약속한 계약재배물량과 장려품종 수매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그 약속을 지켜야 한다. 통합RPC 본소와 위성시설 DSC에서 근무하는 직원들의 말에 따르면 대농(大農)들의 약정물량이 거의 들어오지 않아서 실적을 채우는데 큰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후문이다. 돈 몇 푼에 신의(信義)를 저버려서는 안된다. 농민조합원들 스스로 약속을 지키지 않고서 어찌 농협의 임직원들에게 혁신하고 봉사하라고 요구할 수 있겠는가? 전국에서 잘 나가는 농협들을 연구 조사해 보면 특별한 비법이 있는 것이 아니다. 농협의 주인인 조합원들이 얼마나 협동조합 본래의 정신을 제대로 이해하고, 주인의식으로 무장되어 이익을 따지지 않고 자신의 농협을 아끼고 전이용하는가가 비법이라면 비법이다.
벼를 비롯한 농산물은 조금만 생산량이 부족하면 가격이 폭등하고, 반대로 수요 예측량에 비해서 조금만 공급량이 초과되면 가격이 폭락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오랜만에 나락가격이 약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농민의 한 사람으로서 기분 좋은 일이다. 그러나 언제든지 가격이 폭락해서 농협에 의지해야 하는 경우가 또 생길 것이다. 품질이 좋은 농산물은 시장이나 상인들에게 판매하고, 본인 스스로 생각해도 좋지 않은 농산물은 만만한(?) 농협 직원들에게 악을 써서 떠넘기는 행위는 농민조합원 스스로 농협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장기적으로는 자신의 도덕성에도 흠집을 만들어 실리 또한 잃는 자충수(自充手)이다.
농협이 강해져야 농민이 살고, 농민들이 사회적으로 대접을 받고 잘 살아야 지역농협 또한 발전할 수 있다. 농협의 임직원과 농민조합원들은 한 배를 탄 공동운명체나 다름없다. 서로 처지조건과 입장의 차이로 인해서 작은 충돌이 있을 수는 있지만 장기적으로 크게 보고 상생할 수 있는 지혜를 찾아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