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제한적 공동학구제’가 전격 시행돼 영암지역 초등교육에 일대 혁신을 불러올 전망이다.
영암교육지원청은 지난 5월부터 추진해왔던 ‘제한적 공동학구제’ 계획이 의견수렴과 조정을 거쳐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으며, 조만간 행정예고 등을 거쳐 최종 고시될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기존에는 읍·면 지역 기준의 학구(통학구역)에 따라 지정된 초등학교로만 취학해야했지만, ‘제한적 공동학구제’가 시행되면 읍 지역 학생들이 면지역 학교로도 입학·전학할 수 있게 된다. 이런 ‘제한적 공동학구제’는 과밀학교를 억제하고 지역 내 학교들의 균형적 발전과 학생·학부모의 교육선택권을 확대하고, 학교 교육의 경쟁력 강화로 질적 향상을 극대화하기 위해 추진되었고 영암 지역은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지난해 화순·영광을 시작으로 올해 장흥·해남·여수·나주 등에서 시행된 ‘제한적 공동학구제’는 곳곳에서 성공 사례들이 발굴되고 있다. 특히 전교생이 30명 안팎이었던 나주노안남초등학교의 경우 제한적 공동학구제를 적극 활용해 올해 신·전입생 20여명을 유치했고 학생수 50명을 넘겨 활기 넘치는 학교로 변모하며 주목을 받고 있다.
영암 지역의 ‘제한적 공동학구제’는 총 학급수 18학급 이상인 학교(영암초·삼호중앙초·삼호서초)를 기준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해당 학교 학생들은 20㎞ 이내 거리의 소규모 학교로의 취학 선택이 허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현재 20학급 469명인 영암초등학교는 덕진초·구림초·도포초·금정초·장천초·시종초·신북초·학산초·독천초·미암초·서창초로도 입학·전학이 가능하고, 27학급 669명의 삼호중앙초등학교는 서창초·용당초·독천초·학산초·미암초·장천초, 23학급 530명의 삼호서초등학교는 용당초·서창초·독천초로도 취학이 허용된다. 또 대불초등학교는 현재 12학급 251명이지만, 인근의 대단위 공동주택 건설로 2019년부터 학생수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돼 2020학년도 이후 대상여부를 판단해 공동학구가 조정될 예정이다. 

■ ‘제한적 공동학구제’ 어떻게 준비했나
영암교육지원청은 읍·면 지역 간 학생배치 불균형의 심화로 교육과정 운영 등에 문제점이 발생됨에 따라 이를 해소하고 교육수요자의 교육 선택권을 확대할 방안으로 ‘제한적 공동학구제’에 대한 본격 준비를 시작했다. 
이후 통학구역 설정에 대한 기초자료 조사를 시작으로 계획안 수립, 조정위원회 구성 및 의견수렴, 학교·행정 의견수렴, 학부모 설문조사 등 만반의 준비를 거듭하고 검토·조정했다. 
관계자는 “당초 적용 기준거리를 10㎞ 이하로 두는 안을 유력하게 생각했지만 의견수렴과 조정 과정에서 수요자 등에 의해 파격적으로 바뀌었다”며 지역의 전반적인 기대치를 전달하기도 했다. 
또 대상학교(영암초·삼호중앙초·삼호서초)의 학부모·교직원·운영위원 전체에 설문조사한 결과, 제한적 공동학구제 시행에 대해 83%(응답자 932명 가운데 769명 찬성)의 높은 찬성률을 보였다고 전했다. 찬성 이유로도 ‘읍·면학교간 공동발전’을 우선에 꼽을 정도(52%)로 지역 교육에 대한 의식수준이 높아졌다고 밝혔다.
읍·면 지역 학교장 15명과 대상지역인 영암읍·삼호읍 읍장에 대한 의견 수렴에서도 읍장 1명의 반대 외에는 모두 시행에 찬성했으며, 교육선택권 확대와 특성화 교육에 따른 학교 경쟁력 강화에 기대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지역교육의 혁신으로 기대되고 있는 ‘제한적 공동학구제’는 오는 17일 교육미래위원회 자문을 거쳐 통학구역 설정(안) 행정예고를 진행하며 다음달 말까지 확정 고시되어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 기대 큰 만큼 우려 불식시킬 해법 나와야
의견수렴 등의 결과를 보면 ‘제한적 공동학구제’ 시행에 대해 전반적으로 지역 사회 분위기는 기대가 매우 크다. 
세부적으로 보면 학생의 학교선택권 확대, 소규모학교의 특성화 교육프로그램으로 학교 경쟁력 강화, 읍지역의 과밀학급과 면지역의 복식학급 해소, 개개인 특성에 맞는 맞춤형 교육, 협동학습 및 사회성 교육 등이 기대하는 이유였다. 그리고 교육현장에서도 그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이와 함께 면지역 학생들의 선택권이 없다는 주장과 특정학교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 등하교의 교통 불편과 소요시간, 통학 차량 지원 방안 미해결, 학교 간 갈등 등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러한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작은 학교가 학생·학부모의 선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학교별 특성화 프로그램을 개발해야하고, 우려를 불식시킬 지원책들이 필요할 것이다. 
이에 대해 영암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의견수렴 과정에서 제기되었던 통학 차량 지원 등의 문제를 선결 대처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수요자가 감수해야할 부분을 최소화하고 장점을 더욱 돋보일 수 있도록 준비해 영암에서 ‘제한적 공동학구제’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교육 시각 변화…인식 개선해야
특성화 교육으로 인구 유입까지 
학령기 인구가 줄면서 적정 인원에 못 미치는 소규모 학교를 통폐합하겠다고 정부가 나선지 한참이 지났지만, 여전히 통폐합 기준에 미달(읍지역 120명, 면지역 60명)하는 지역 초등학교가 절반이다.
이는 기존의 지정된 학구가 유지되면 제아무리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해도 면단위 학교는 자연 소멸될 수밖에 없다. 이런 측면에서 ‘제한적 공동학구제’의 전환은 그 기회가 될 것이다. 
2000년대 민선 교육감 시대로 접어들며 교육을 바라보는 시각에 대한 변화가 커졌다. 
이를 뒷받침하는 사례로 2003년 전교생이 5명까지 줄어 폐교대상 1순위 학교였던 해남의 송지초등학교 서정분교를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다양한 특성화 프로그램, 지역 주민·학부모의 참여 등 ‘교육공동체’의 철학을 실현하며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가 높아졌고, 소문은 금세 퍼져 10년도 채 안되어 재학생이 80명 이상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땅끝의 서정분교를 보내기위해 수도권 등에서 전학을 오는 경우도 많아졌다. 마침내 2015년 송지초등학교 서정분교는 당당히 서정초등학교로 승격됐고 재학생 수 역시 꾸준히 유지되고 있다.
서정분교 비롯해 작은 학교의 발전적 사례는 대체적으로 ‘특색 있는 교육’에서 출발했고, 그 완성도와 만족도로 전국적 롤 모델로 진출해 지역에는 인구 유입의 효과까지 불러오기도 했다.
영암교육지원청 안병창 교육장은 “과밀학급이 심각한 도시 학교보다는 낫겠지만, 읍지역의 학교는 예전에 하루 온종일 선생님과 눈 한번 마주치지도 못하고 하교하는 경우도 있었을 것”이라며 “이러한 부분이 해소되어 교육환경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또 “제한적 공동학구제 시행과 함께 내년부터 ‘특성화 프로그램’ 운용 예산을 더 많이 책정해 놓았다”면서 “작은 학교는 작은 학교다운 체험교육 등의 특별한 교육으로 학생과 학부모의 교육적 요구를 충족하도록 더욱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