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암언론협동조합 이사장 박 웅

프랑스 협동조합 지도자인 보와브(De Boyve)의 제안으로 1895년 8월 19일 런던에서 창립된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은 각국의 협동조합을 대표하는 세계 최대의 비정부기구로 전세계 94개국 268개 협동조합이 소속되어 있고, 10억명 이상의 조합원을 거느리고 있다. 우리나라는 1963년 농협중앙회가 가입하여 1972년 정회원으로 승격되었으며 이후 수협, 신협, 새마을금고, 산림조합중앙회, 아이쿱생협이 가입하였다.
국제협동조합연맹(ICA)의 7대 원칙은 ▲자발적이고 개방적인 조합원 제도 ▲조합원에 의한 민주적 관리 ▲조합원의 경제적 참여 ▲자율과 독립 ▲교육, 훈련 및 정보의 제공 ▲협동조합 간의 협동 ▲지역사회에 대한 기여로 정하고 있다.
협동조합은 본래 경제적으로 약한 처지에 놓여 있는 농민이나 중소 상공인, 일반 소비대중들이 상부상조(相扶相助)의 정신으로 경제적 이익을 추구하기 위하여 물자 등의 구매·생산· 판매·소비 등의 일부 또는 전부를 협동으로 영위하는 조직이다.
이런 이유로 협동조합의 한 형태인 지역농협들은 다음과 같은 조직운영 원칙을 지켜야 한다.
첫째, 사업의 목적이 영리에 있지 않고 경제적 약자 간의 상호부조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둘째, 임의(任意)로 설립되며 조합원의 가입·탈퇴가 자유로워야 한다. 셋째, 조합원은 출자액의 다소에 관계없이 일인일표(一人一票)의 평등한 의결권을 가진다. 넷째, 잉여금을 조합원에게 분배함에 있어서는 출자액의 다소에 의하지 않고 조합사업의 이용분량에 따라서 실시한다.
협동조합의 특징은 자본구성체(資本構成體)가 아니고 인적구성체(人的構成體)이기 때문에 진정한 민주적 운영을 구현해야 하며, 이는 영리를 목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아니므로 조합운영은 실비주의를 원칙으로 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약간의 위험부담을 위한 비용이 가산되기 때문에 잉여금이 발생한다. 이것은 따져보자면 실비보다 많은 이익을 남긴 것이므로 조합사업의 이용분량에 따라 쓰고 남은 비용을 조합원들에게 환원하는 것인데 이것이 형식적으로는 마치 잉여금 분배처럼 보이는 것에 불과하다.
이제 하고 싶은 본론을 이야기하겠다.
지난 10월 10일 오전 영암군농협통합RPC 모 대표에 의해 이상한 결정이 이루어졌다. 현재 시중 나락시세는 쌀값과 비교했을 때 부풀려진 것이기 때문에 조곡 40kg 한 가마당 1000원씩을 인하하겠다는 결정이었다. 
당일 오후 농협중앙회 전남지역본부 사무실에서 전남지역 조합장들과 통합RPC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농협중앙회 양곡부장이 내려와 수확기 나락매입과 관련된 회의가 진행되었다.
이 자리에서 2017년도에는 15만원 선까지 가격을 인상시키겠다는 정부의 가격지지 입장이 분명하고, 공공비축미 35만톤에 추가 시장격리곡 37만톤이 합쳐져서 사상 최대치인 72만톤이 시장에서 조기에 확실히 격리되고, 특별한 변수가 발생하지 않는 한 정부가 이미 매입해둔 공공비축미를 시장에 푸는 일도 없을 것이니 올해는 처음으로 계절진폭이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는 정보가 전달되었다.
이 정보에 따라 회의를 마치고 내려온 통합RPC 소속 조합장들은 나락매입가격을 4만5000원으로 다시 1000원 인상시키고, 선수금 또한 3만5000원에서 4만2000원으로 인상해 지급할 것을 내부적으로 합의하였다. 
이런 와중에 분노한 영암군농민회 소속 회원과 간부들이 11일 오후 4시 30분 경에 영암군농협통합RPC 사무실을 항의방문해 마련된 최대후 대표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다음과 같은 영암군농민회의 요구안이 제출되었다. 하나, 시중 나락시세는 4만6000원선에서 약보합세를 유지하고 있는데 통합RPC가 앞장서서 나락가격을 1000원 인하한 근거자료를 제시하라. 둘째, 가격지지는 못할망정 농협이 앞장서서 가격하락을 부채질하고 농민조합원들의 심리를 불안하게 만들어 투매현상을 유도한 것에 대해 공개 사과하라. 셋째, 현 시세(4만6000원) +품종단일화 장려금(1000원)을 합쳐 4만7000원 매입가격을 즉시 원상회복하라. 넷째, 검사원들의 횡포를 제도적으로 통제하거나 아니면 전원 철수시켜라. 다섯째, 나락매입가격 결정에 농민조합원 대표들의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라. 여섯째, 통합RPC 이사회와 영암군농민회 간에 공식적인 협의 테이블을 13일 아침 8시까지 개최하라.
이어서 진행된 12일 아침 9시 통합RPC 이사회 결과가 다음과 같이 통보되었다. 하나, 영암군농민회의 요청을 받아들여 이번주 일요일인 10월 15일까지는 현 시세(4만6000원) +품종단일화 장려금(1000원)을 합쳐서 조곡 40kg 한 가마당 4만7000원에 나락을 매입하고, 다음 주부터는 변동된 시세를 반영하되 지역농협 본연의 역할을 살려 가격지지역할을 적극 수행한다. 둘째, 10월 13일 아침 8시에 영암농협 하나로마트 2층 회의실에서 영암군농민회와의 공식 협의 테이블을 마련한다.
일련의 과정을 되짚어보며 현재 나는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농민조합원들이 일 년 동안 피땀 흘려 농사지은 나락가격을 가지고 이게 무슨 코미디도 아니고 통합RPC나 지역농협이 구멍가게도 아닐 것인데 이런 웃지못할 일들이 발생하느냔 말이다.
소신껏 판단했으면 농민회가 항의방문을 해서 격하게 저항하더라도 원래 정한 방침을 그대로 유지하던지, 하루도 못버티고 결정을 번복할 것이었다면 예시당초 왜 그런 말도 안되는 결정을 한단 말인가?
작년에 영암군농민회의 주도 아래 정치인 공무원 지역농협 농민단체 4자 간에 “영암군 쌀 산업 종합대책마련을 위한 공청회”라는 이름으로 두 차례 회의를 열어 30억원이라는 큰돈을 마련했고, 그중에 절반인 15억원이 나락과 관련해서 지역농협 적자를 메우는데 들어갔으며, 15억원 중에 8억원이 통합RPC의 적자보전을 위해 사용되었다.
이 방법을 처음 제안한 영암군농민회와 영암군농민회 회의에서 이 방식을 주도한 나는 공무원들과 농민조합원들로부터 왜 돈을 그런 방식으로 썼느냐고 지난 1년여간 여론의 뭇매를 맞아왔다.
이제 지역농협 조합장들과 통합RPC 대표가 영암군농민회의 6가지 요구안에 대해 대답할 차례이다. 공개할 수 있는 더 많은 이야기들이 있지만 조합원의 한 사람으로서 누워서 침 뱉기 인지라 말을 줄인다. 안타깝고 창피한 일이다. 비겁하지만 최종 판단은 농민조합원들과 구독자 여러분의 몫으로 돌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