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영암 활성산 풍력발전이 운영된 지 4년가량 지났지만 그에 따른 잡음은 현재진행형이다. 아직 풍력발전으로 인한 고통이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삼호읍와 시종면 등 또 다른 지역에 대규모 풍력단지 건설 계획이 세워지고 있다. 본지는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지원을 받아 8회에 걸쳐 신재생에너지의 한 축인 풍력발전에 대한 지역적 여론과 타 지역의 사례 등을 취재해 영암의 풍력발전에 대해 총체적으로 조망해 본다. 

< 글 싣는 순서 >
1회 – 영암의 풍력·태양광 산업의 현주소와 실태
2회 – 새만금 해상 풍력발전의 동상이몽
3회 – 영남 알프스 영덕… 순풍만 부나?
4회 – 경주 풍력발전을 이용한 관광산업, 그리고 주민들의 삶
5회 – 제주 풍력 공유화와 바람의 가치 1
6회 – 제주 풍력 공유화와 바람의 가치 2
7회 – 해상풍력발전 메카 전남 영광
8회 – 풍력발전 갈등의 유일한 해답 ‘주민 상생 원칙

사업초기 주민들의 반대 여론 거세
‘지역민과의 상생’으로 극복

추석연휴를 앞둔 지난달 29일 찾은 영광 백수읍 하사리 풍력발전소. 해안선을 따라 설치된 하얀색의 거대한 풍차 수십 개가 이국적인 모습을 연출하고 있었다. 바람의 세기에 따라 움직이는 풍력발전단지 사이에 신작로와 광활한 농토가 한눈에 들어왔다.

영광풍력발전단지는 사람과 풍력발전기가 공존하는 곳으로 주민들은 높다란 풍력발전기 밑에서 농사를 짓고 풍력발전기 앞으로 드넓게 펼쳐진 갯벌에서는 꼬막을 줍거나 실뱀장어를 잡아가며 살아가고 있다.
영광은 풍력발전단지 성공사례로 손꼽히는 지역 중에 하나이자 풍력발전소의 최적지이다. 발전 효율도 20% 이상을 내 육상여건이 가장 좋은 지역으로 꼽힌다. 영광 백수읍 하사리 일대는 2011년 5월 풍력시스템 테스트 베드로 지정됐다. 풍력시스템 테스트 베드 구축 이후 영광은 풍력발전소의 메카로 변신했다. 2012년 2㎿ 1기와 3㎿ 1기가 운영된 이후 2013년 2㎿ 10기, 2015년 2㎿ 20기, 2016년 3.3㎿ 6기와 2.3㎿ 35기 등이 잇따라 들어섰다. 영광풍력발전소에 지금까지 설치된 풍력발전소는 79기로 169.9㎿에 달한다.
2012년 첫 운영을 알린 뒤 불과 5년 만에 영광 백수풍력발전은 주민들의 삶 속에 깊숙이 자리 잡은 셈이다. 영광백수풍력에 대한 지역적 반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풍력발전기가 설치된 백수읍 상사리 주민들은 한때 찬반으로 갈려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특히 풍력발전기 가동으로 발생하는 소음으로 인해 인근 주민들에게 소음공해 피해를 유발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블레이드(풍력발전기 날개)가 돌아가면서 발생하는 저주파로 인해 주변의 벌들이 떼죽음을 당해 밭작물의 수정에 심각한 영향을 끼치는 등의 생태계 파괴가 심각하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이로 인해 지역주민 간 고소고발이 이어지는 등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하기도 했다.
신재생에너지 발전소가 들어서는 현장마다 제기되는 주민들의 반대여론이 고스란히 나타난 것이다. 결과적으로 영광 풍력발전소 법인들은 이러한 지역적 반발의 벽을 ‘주민들과의 상생’이라는 원칙을 통해 넘어섰다. 영광에 풍력발전소를 설치하는 법인들은 풍력발전소 설치로 지원되는 지원금을 지역에 사용하는 ‘주민 상생 원칙’을 지킨다. 발전소 주변지역 지원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부는 발전소 특별지원금(총 사업비 1.5%)과 기본지원금(2000만원·20년·법인별)을 지역에 지원한다. 지금까지 30억원의 특별지원금과 매년 1억5000만원씩 20년간 기본지원금을 지원했다. 풍력발전소 법인이 지역발전기금으로 13억원을 내놓았으며, 향후 37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영광 풍력발전소 법인들은 지난해부터 정부와 법인의 지원금으로 중·장기 지역발전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법인과 백수읍 상사리·하사리 주민들은 지난해 3월 자본금 4억원으로 주민발전㈜을 설립하고 2㎿짜리 주민태양광 발전소를 공동 운영한다. 2㎿ 중 1㎿는 법인인 대한그린에너지가 원금 상환 후에는 무상양도 한다. 태양광발전소를 운영하면서 나온 수익금은 주민 600가구가 나눠 갖는 구조로 주민들과의 상생을 추구하고 있다.
여기에 반대의 가장 큰 이유였던 소음문제에서도 주민들과의 신의를 지켜나가면서 풍력발전에 대한 불신을 해소해 나가고 있다. 영광백수풍력 인근엔 터진개마을, 광동마을, 상촌마을, 한성리마을, 중촌마을이 있고 50마리의 소를 키우는 우사와 백수시설채소작목반이 있다. 교육시설로 백수남초등학교가 있다.
소음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지역으로 소규모환경영향평가를 진행한 결과 환경규제기준을 충족했다. 일반지역 소음규제기준은 50데시빌이지만 마을은 33.5~46데시빌이었다. 한우 축사의 경우 60데시빌이지만 상사리에 위치한 우사의 소음도는 43.7~57.4데시빌로 기준치를 하회했다. 백수남초등학교의 소음도는 33.5∼41.8데시빌로 학습환경 기준 65데시빌을 하회했다. 백수시설채소작목반도 42.8~48.9데시빌로 역시 기준치를 하회했다.
다만, 바람이 거센 날은 소음도가 높아지고 전깃줄이 많아진 것은 아쉬운 부분이지만 소음으로 인해 가축이 폐사하거나 밤잠을 이루지 못한다는 이야기는 없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영광백수풍력의 사례는 대기업 주도의 일방적 사업이 아닌 주민들과의 상생과 신의를 형성해가면서 만들어 낸 또 다른 성공사례인 셈이다.
영광 백수풍력발전 관계자는 “풍력발전이 신재생 에너지라고는 하지만 산업과 사람이 공존하는 일은 쉽지 않은 문제로 결국 주민들과의 상생하겠다는 약속을 어떻게 잘 수행하느냐가 관건이다”며 “발전기를 몇 개를 설치하느냐보다 주민들의 삶속에 풍력발전이 자연스럽게 뿌리 내릴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생활에 가장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에너지산업으로 각종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원자력’과 미래 대표 전략산업인 ‘풍력’이 한 지자체에 공존한다는 것 자체가 큰 상징성을 갖고 있는 영광(靈光)군.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흐름에 발맞춰 지역 특성에 맞는 산업분야를 발굴하고 경쟁력을 키워가면서 미래산업의 영광(榮光)을 준비해 나가고 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