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록위마(指鹿爲馬)

[2017년 9월 29일 / 제140호] 발행인칼럼 영암우리신문l승인2017.10.10l수정2017.10.10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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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암언론협동조합 이사장
박 웅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한다’는 뜻으로, 윗사람을 농락하여 권세를 휘두르는 경우를 말한다.
며칠 뒤면 민족의 대명절 추석이다. 오랜만에 가족친지들이 한자리에 모여앉아 이야기꽃을 피울 것이다. 그대는 이번 추석에 무엇을 주제로 하여 술잔을 기울여 볼 생각인가?
부동산이나 주식을 매개체로 먹고 살만 한지 돈 이야기를 꺼내는 것이나 취직 결혼문제 등으로 처남이나 처제를 난처하게 만드는 레퍼토리는 이제 너무 식상하지 않은가? 이번 추석을 기점으로 좀 더 품위 있는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이 돼보길 권한다.
우리 모두는 먹고 살기도 퍽퍽한데 무슨 놈의 정치 이야기는 하느냐고 푸념해댄다. 그런데 우습게도 먹고 사는 모든 문제를 바로 정치가 결정하고 있지 않은가 말이다. 400조 7000억 원에 달하는 국가예산은 물론이거니와 4천 885억 원에 이르는 영암군 예산도 바로 국회나 영암군의회에서 결정하면 중앙부처나 영암군청이 집행하는 구조다.
역사의 시계바늘을 거꾸로 되돌려 2000년 1월 민주노동당에서 시작해 2011년 12월 탄생한 통합진보당이 2014년 12월 19일 헌법재판소의 정당해산 결정으로 창당 3년 만에 해산에 이르게 된 시기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이석기의원 내란음모사건을 독립영화로 만들고 있는 경순 감독의 말을 빌린다. 
“1700만 촛불광장 시민의 힘은 정권교체를 이끌어냈고, 대한민국 민주주의는 다시 힘겨운 한 걸음을 내딛게 됐다. 적폐라고 불리는 많은 개혁과제들이 새 정권의 출범과 함께 시험대에 올랐다. 바로 이 시점에 우리가 민주주의를 어떻게 민주화할 것인지 질문해 보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영화는 기록이고 표현이며 사상이다.
그동안 제한된 표현의 자유는 사상과 양심의 자유도 제한했고, 그 결과 많은 기록들이 사라지거나 왜곡되었다. 이석기 의원 내란음모사건이 죽산 조봉암의 진보당 사건이나 인혁당 사건처럼 40년 50년이 지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받는 어처구니없는 역사적 해프닝이 되풀이 되지 않게 하려면 오늘의 기록이 중요하다. 이 시대에 제기해야 하는 질문들을 피해가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지록위마> 제작을 시작했다.”
어쩌면 우리 모두는 이석기의원 내란음모사건을 통해 불편한 진실을 하나 더 가지게 되었는지도 모른다. <지록위마>라는 독립영화는 문영심 작가가 쓴 <이카루스의 감옥>이란 책을 모태로 시나리오 작업을 했는데, 문영심 작가는 ‘후원의 밤’  행사에서 박근혜정부의 문화계 블랙리스트사건과 이석기의원 내란음모사건은 본질에 있어서 같은 맥락의 사건이며, 그것은 우리사회 전체에 배제와 차별 자기검열을 통한 표현의 자유  사상의 자유 양심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자신의 양심에 손을 대고 진지한 어투로 물어보아야한다. 무슨 말인지도 구분하기 어려운 녹음 테잎이 이 사건의 유일한 증거물인데 그 녹취록을 가지고 한국일보가 나팔수 역할을 하고, 국정원이 돌격대를 자임하며, 박근혜가 지시해 철저하게 기획된 [친일 친미 보수세력 장기집권 조작극]에 당신 또한 순간 놀아나지 않았는지 이제 대답해야한다. 이 사건이 정권에 의해 철저히 기획되었다고 말하면 혹여 피해를 입지 않을까 몸을 사린 것은 아닌가? 부끄럽지만 이제 고백해야한다. 그래야 역사가 바로 서고, 역사가 바로 서야 우리의 자식들이 더 좋은 세상에서 차별과 설움 없이 살 수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가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지금도 늦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양심이 찔리고 부끄러운 생각이 든다면 이석기의원 내란음모사건의 진실을 규명하기 위해 제작되고 있는 <지록위마>를 후원하라! 제작비가 3억 원 이상 드는데 돈이 없다고 한다. 이 독립영화가 제작되다가 돈이 없어서 중단된다면 우리 모두는 두 번씩이나 양심을 속이고 자신을 죽이게 될 것이다. 80년 5월 광주를 통해 뼈저리게 느끼지 않았던가? 가난한 농사꾼인 나는 100만 원을 후원하기로 결정했다. 양심의 반성 정도는 1억 원 이상이지만 현실은 현실이다. 물론 창피한 일이지만 마누라에게 허락받지 않았다. 나는 <지록위마>가 무사히 제작을 마치고 상영될 때 마지막 제작후원자 명단에 여러분들의 이름이 자랑스럽게 스쳐지나가길 희망한다. 그것을 지켜본 여러분의 자식들이 당신을 새로운 눈빛으로 쳐다보게 될 것이다.
앞으로의 세상은 상명하달식 수직적 조직문화가 위축되고, 다양한 세력들이 서로의 존재가치를 인정하고 수평적으로 소통 협력하는 시대가 열릴 것이다. 추석명절에 굳이 아래의 시가 아니라도 술 한 잔 옆에 끼고 시 한 수 읊는다면 이 또한 멋스럽지 않겠는가? 6만 영암군민 모두의 가정에 평화와 자유와 행복이 넘쳐나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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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물음들에 답함
                         송경동

어느날
한 자칭 맑스주의자가
새로운 조직 결성에 함께하지 않겠느냐고 찾아왔다
얘기 끝에 그가 물었다
그런데 송동지는 어느 대학 출신이오? 웃으며
나는 고졸이며, 소년원 출신에
노동자 출신이라고 이야기해주었다
순간 열정적이던 그의 두 눈동자 위로
싸늘하고 비릿한 막 하나가 쳐지는 것을 보았다
허둥대며 그가 말했다
조국해방전선에 함께하게 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라고
미안하지만 난 그 영광과 함께하지 않았다

십수년이 지난 요즈음
다시 또 한 부류의 사람들이 자꾸
어느 조직에 가입되어 있느냐고 묻는다
나는 다시 숨김없이 대답한다
나는 저 들에 가입되어 있다고
저 바다물결에 밀리고 있고
저 꽃잎 앞에서 날마다 흔들리고
이 푸르른 나무에 물들어 있으며
저 바람에 선동당하고 있다고
가진 것 없는 이들의 무너진 담벼락
걷어차인 좌판과 목 잘린 구두,
아직 태어나지 못해 아메바처럼 기고 있는 
비천한 모든 이들의 말 속에 소속되어 있다고 
대답한다 수많은 파문을 자신 안에 새기고도
말없는 저 강물에게 지도받고 있다고

영암우리신문  news@woori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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