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전국쌀생산자협회 영암군지부장 양 관 진

헌법에는 국가의 정체성과 시대정신이 담긴다.
대한민국의 헌법은 1948년 제정된 이후 아홉 차례 개정과정에서 시대의 변화와 국민적 열망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30년 만에 찾아온 개정국면에서 농업계는 농업·농촌관련 조문을 시대적 흐름에 맞게 손질할 것을 바라고 있다.
1995년 우루과이라운드 농산물시장 개방 이후 농업·농촌을 둘러싼 환경은 급격하게 바뀌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전개된 농업과 농촌경제의 피폐, 도·농간 소득격차의 심화 등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헌법적 근거가 부족해 농업·농촌 지원정책의 정당성 부여에 한계가 있다.
농업 홀대 분위기를 뒤바꿀 근본적 방안은 개헌이란 목소리가 높다.
헌법은 국가법질서 상 최상의 규법이고 원칙이다. 농업·농촌의 가치와 그에 따른 국가의 지원 의무를 헌법에 담으면 국회는 이를 실현하기 위한 법률을 만들고 정책을 시행할 책무가 생긴다. 노동자들에겐 최저임금제란 것이 헌법정신에 담겨있어 정부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 매년 논의를 계속하게 됐다. 하지만 우리 농민들에게는 농산물 가격 폭락을 막을 방법이 없다. 이번 기회에 헌법을 고치지 않으면 농민은 소외되고, 농업이 국가정책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농업홀대가 되풀이 될 것이다.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에 따르면 정치권 개헌논의 대상에서 농업은 사실상 배제됐다.
130개 조문으로 구성된 현행 헌법에서 농업관련조문은 단 두 가지다. 농지는 농사를 짓는 농민이 소유해야 한다는 경자유전의 원칙을 담은 121조와 국가의 농어업 중소기업 보호와 육성의무를 명시한 123조다.
이 가운데 개헌특위가 주요 쟁점 사안으로 다룬 것은 단지 경자유전의 원칙 폐지 여부였다. 농지의 절반 이상이 소유자와 경작자가 다르다며 경자유전의 원칙 삭제를 검토한다는 것이다.
농업계는 새로운 헌법에 농업·농촌의 공익적 기능과 그에 따른 국가의 지원의무를 구체적으로 명시한 조문을 신설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농업은 식량안보, 환경과 경관 보전, 농촌사회 전통문화 보전, 생물 다양성 유지, 홍수조절기능 등 다양한 공익적 기능을 수행한다. 그렇지만 시장에서 거래되는 일반 상품과 달리 대가없이 무료로 제공되기 때문에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
농업·농촌을 헌법에 담기 위해서는 몇 사람 몇 개의 농민단체가 목소리를 냈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이제 농민들은 바쁜 가을걷이에 접어들었지만 추수를 끝마치고 우리 농민 모두가 한마음 한 목소리로 우리들의 간절하고 절박한 요구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야 될 것이다.